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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권한대행, 朴측 지연전략 깰 리더십 발휘할까

"지연전략 제지 못하면 국민의 질책 쏟아질 것"
"매듭 잘라내는 결단으로 신속한 결정 내려야"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7-02-03 12:19 송고 | 2017-02-03 13:55 최종수정
이정미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2017.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통령 탄핵심판의 종국결정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측의 잇따른 지연전략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대통령 측은 지속적으로 추가 증인을 신청하고 있다. 이에 더해 변론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검찰이 더블루K의 류상영 전 부장에게서 확보해 보관하고 있는 2000 개의 녹취파일을 새로 요청하는 등 재판을 지연하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 대통령 측은 국정공백의 조기종식을 위한 헌재의 조속결정 방침을 두고 공정성 시비를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연의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과 대통령 측의 공정성 시비 가운데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9명의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을 아우르고 방해전략을 무력화하며 신속한 심리를 진행해야 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헌법재판소장직은 지난달 31일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만료로 공석이 됐다. 덩달아 재판관 숫자도 8명으로 줄었다.
헌정사에 길이 남을 재판을 이끌어갈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는 이정미 선임재판관이 임명됐다.

◇朴측, 추가증인 신청·녹취록 2000개 요청에 공정성 시비까지 벌여 

박한철 소장이 퇴임 직전 자신의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하면서 탄핵심판의 신속한 종결 필요성을 언급하자 대통령 측은 헌재의 ‘공정성’에 의심을 표하며 헌재 흔들기에 나섰다. 박 소장은 재판은 공정하고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맥락의 일반론을 얘기한 셈이지만 대통령 측은 이를 공세의 도구로 삼았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측이 새롭게 신문을 신청한 증인 29명 가운데 10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통령 측이 새로 신청한 증인들은 심판정에서 직접 신문할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소추위원 측은 추가 신청한 증인들의 증언이 심리에 필요하다면 '진술서'로 제출하면 되고, 이 경우 모두 심리에 증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증거채택에 동의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정성 시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던 헌재는 결국 10명의 추가 증인을 채택하고 변론기일을 3회 추가했다. 이는 대통령 측이 헌재의 권위를 손상해가며 얻어낸 결과다, 

헌법재판연구관 출신의 전학선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은 양립 불가능한 가치가 아니다"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물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성을 염두에 두기 위해 재판지연 의도가 있는 주장들까지 모두 받아주는 것이야말로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이정미 재판관의 리더십 발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필요한 증인신청 막고 지연책 차단하면 국민의 신뢰 살 것

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신임은 상당히 두터운 편이다.

아랫사람에게도 겸손하고 예의바른 성품도 돋보이지만 판사 재직시절부터 규범에 충실한 공정한 재판을 우선순위에 둬왔다는 점이 법률가들의 신임을 받은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이정미 재판관이 소장권한대행으로 첫 변론기일을 진행하면서 평소 소신대로 공정성을 강조하자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 측이 공정성을 빌미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성에 방점을 둬 자칫 신속한 심리가 저해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선시기가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권은 대선에만 정신이 팔려 있어 국민들의 정치생활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현 상황은 어떤 식으로 심리를 진행해도 어느 한쪽에서는 반드시 비난을 하는 제로섬 게임과도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지금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 없는 상태다. 알렉산드로스 왕과 같이 매듭을 잘라내는 결단력이 필요한 상태로 굳이 양쪽 다 만족시키려는 노력보다는 빠른 정리를 하고 조속한 결정을 내려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한철 전 소장의 발언을 음미해보면 조속한 국정안정에 대한 나름의 복심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제 그 부분은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이 맡아서 다른 재판관들과의 의견조율 등을 통해 나름의 결심이나 결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장 교수는 "지금 우리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연작전에 헌재가 말려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국민들이 헌재가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에 끌려간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경우 국민들은 대통령 대리인단에 질책 이전에 헌재에 대한 질책을 쏟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정미 재판관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 할 때 심리에 필요치 않은 과도한 증인신문 신청이라든지 지연을 위한 핑계 등을 과감하게 차단하더라도 국민들은 헌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대신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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