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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신에 예술을 입히다"…목판에 새긴 '정의'

김준권 광화문 미술행동 대표 인터뷰
"87년 세대로서 미안함 느껴 미술행동 시작"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전민 기자 | 2017-02-03 06:00 송고 | 2017-02-03 10:20 최종수정
김준권 광화문 미술행동 대표(61). 뉴스1 © News1
김준권 광화문 미술행동 대표(61). 뉴스1 © News1

한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2월의 첫날, 칼바람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텐트촌 시민들은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텐트촌 한편에 위치한 '궁핍현대미술광장' 천막에는 촛불집회와 관련된 주제로 제작된 아기자기한 목판화들이 전시돼있다. 전시회 시작 전임에도 목판화에 눈길을 빼앗긴 행인들은 끊임없이 오가며 천막 안을 가득 채웠다.  

2일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김준권 광화문 미술행동 대표(61)는 목판화 전시회 시작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빠 보였다. 전시회 준비로 집에 가지 못하고 설을 쇠었다면서도 그는 힘든 기색 없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지난해 12월 '광화문 미술행동'을 설립했다. 이후 함께할 예술인과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현재는 함께 활동하는 사람이 100여명에 이르렀다.

그는 미술행동에 참가하고 있는 예술인들은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술행동은 어느 한쪽의 이념을 가진 사람들만 참가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넘어서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술행동의 주축은 50대, 60대들로 87년 민주화 항쟁을 경험하고 참가한 세대다. 김 대표 역시 87년 6월 민주화 항쟁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며 "분노하고 화가 났지만 동시에 젊은 세대에 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87년 세대로서 당시에 제대로 사회를 바꾸지 못한 것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 같다"며 "젊은 세대들이 주축인 촛불집회에 어른이자 예술인으로서 최선의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미술행동은 지난해 12월24일을 시작으로 매주 촛불집회에 다양한 예술 이벤트들을 개최하고 있다. 예술인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거대한 현수막 천에 시민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써 차벽을 이루고 있는 경찰 차벽에 붙이는 '차벽공략 프로젝트'는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김 대표는 "(집회에 참여하는) 모든 시민이 마이크를 잡고 말하기 어렵기도 하고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라며 "그런 이들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써서 표현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차벽공략프로젝트'의 취지를 밝혔다.

미술행동은 2월1일부터 2월14일까지 목판화가인 김 대표와 여러 목판화가들과 함께 '광장의 목판화'를 광화문광장 '궁핍현대미술광장'에서 개최한다.

김 대표는 "촛불은 횃불과는 다르다"며 "앞으로의 사회는 광화문 촛불을 든 작은 마음과 따뜻한 손이 만들어 나갈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고 따뜻한 느낌의 목판화 작품을 통해 작은 뜻이 모여서 큰 변화를 이루는 것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최근 정국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전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태극기 집회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며 "촛불집회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고 촛불집회가 끝날 때까지 미술행동의 활동을 멈추지 않고 함께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목판화 전시가 끝나는 2월 셋째 주에는 회화를 전시할 예정"이라며 "3월에도 계획이 있지만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해서 캠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이번 촛불집회가 87년 민주화 항쟁처럼 미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마무리되더라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으로 드러난 문화계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계속해서 활동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미술행동의 운영에 드는 모든 자금을 자비로 대고 있다. 그는 "한 주에 평균 250만원으로 지금까지 약 1500만원 정도를 사용했다"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나라 바꾸는데 이 정도면 싼 것 아닌가"라며 밝게 말했다.

그러면서 "바쁘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내 힘을 보태서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촛불집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만족한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앞으로도 미술행동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정의를 추구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 중인 '광장의 목판화' 전시회./뉴스1 © News1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 중인 '광장의 목판화' 전시회./뉴스1 © News1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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