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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꿈 찾아요"…아줌마들의 유쾌한 '반란'

청년사업가 정진미 정감스토리 대표 창업 스토리
"이 시대 아줌마들의 꿈과 미래 위해 투자"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2017-01-28 08:00 송고
정진미 정감스토리 대표.(정감스토리 제공)/뉴스1 © News1
정진미 정감스토리 대표.(정감스토리 제공)/뉴스1 © News1

"한 남편의 아내, 어느 아이의 엄마, 우리 같은 아줌마들도 꿈이 있었어요"

정진미씨(40·여)는 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10여년 동안 영화계에 몸담은 영화인이었다. 장편영화 '누나'와 인권영화 '북쪽에서 온 여행자'의 프로듀서이면서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했다. 국내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뮤지컬 '로봇랜드의 전설'의 스토리를 만들고 연출했다.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살았던 그녀가 아줌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은 2007년 결혼 후 세 딸의 엄마가 되면서부터다. 육아를 하면서 모르고 지냈던 동네 아줌마들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그 일이 엄마와 아이들의 사연을 콘텐츠로 개발하는 스토리텔링 전문회사 정감스토리 창업으로 이어졌다.

정진미 정강스토리 대표는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 동네 아줌마들을 만나보면 육아의 약속은 지켰는데 과거 자신이 꿨던 꿈은 이룰 수 없는 분들이 많았다"며 "꿈을 실현할 계기를 만들어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2012년 창업해 올해로 업력 5년이 된 정감스토리는 동네 아줌마들이 참여하는 '사랑해, 아줌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일종의 '아줌마들의 반란'이다.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음반 '사랑해, 아줌마'를 발매하고 이런 콘텐츠를 한데 모아 지역 순회공연을 벌이는 것이다. 누군가 쓴 시로 누군가 음악을 작곡하고, 그 음악을 누군가는 노래로 부르고 그 시집에 들어갈 시에 누군가는 어울릴만한 그림을 그려냈다.

멤버는 전직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영화 프로듀서인 정 대표, 성악을 전공한 장지선(노래), 전직 뮤지컬 배우 이지영(노래), 전직 웹디자이너 정효진(그림), 전직 웹툰작가 김해경(그림), 전직 공연연출가 구정연(공연), 북 디자인을 공부하는 박보람(북 디자인), 전직 사운드 엔지니어 한은정(편곡, 믹싱), 현직 대안학교 음악교사 이혜은(작곡) 씨 등 다양한 아줌마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2월16일 마포구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사랑해, 아줌마'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공연을 준비 중이다. 공연 이름은 '엄마의 또다른 이름, 아줌마'다. 단순한 공연이라기보다는 '리스타트 아트 퍼포먼스'에 가깝다. 공연비용은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받았다.  

정 대표는 "'사랑해, 아줌마' 프로젝트는 젊었을 때 그림을 그리고 싶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동네 아줌마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출판과 공연을 진행하면서 아줌마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단절된 이웃 관계를 다시 맺어주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 둘째 아이 출산 후 건강이 악화돼 2015년 1년 동안 정감스토리 사업을 접었다. 그러다 지난해 서울시의 '청년여성 창업 리스타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재기의 발판이 됐다. '청년여성 창업 리스타트'는 창업에 도전했다 실패한 청년여성을 대상으로 재창업 비용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청년지원 프로그램이다.

정 대표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느 아줌마가 작곡을 하면 시를 써서 그게 가사가 되고 또 녹음을 하게 돼 음반이 나오게 됐다"며 "동네를 찾아가면서 아줌마 20~30명 정도 초대해 작은 공연을 이어 나가려고한다"고 말했다.

정감스토리의 현재 매출은 '0원'이다. 그 대신 정 대표는 이 시대 아줌마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돈 이전에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한다"며 "지금 당장은 수익이 없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다보면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예비 여성 창업자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 대표는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계속 변화하는 사회로 다시 나오는 것은 혹독한 일"이라며 "결국 정말 원한다면 관심을 가져야 하고 관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부해야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스토리를 만드는 일'을 목표로 브랜드스토리 개발, 영화, 공연, 동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콘텐츠로 생산해나갈 계획이다.

"엄마라는, 아줌마라는 아련하고 먹먹하고 아름다운 그 시간의 흔적에 대한 공감을 느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모이게 됐습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삶을 살며 아이들을 키우고 결혼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지난 꿈들을 다시 찾고자 합니다."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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