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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반환점 도는 특검, 남은 과제는?

삼성 뇌물·블랙리스트·정유라 이대특혜 중점 수사
4차례 소환 불응한 최순실, 체포영장 청구 방침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7-01-22 05:00 송고 | 2017-01-22 11:55 최종수정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 등 특별검사팀.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 등 특별검사팀.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3일이면 수사개시 34일째로 총 70일간인 공식 수사기간의 절반을 지나게 된다.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공식 현판식을 시작으로 정식 출범한 이후 삼성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뇌물수수 의혹과 소위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문화계 지원배제명단 수사를 핵심에 두고 한 달여의 시간을 숨돌릴 틈 없이 달려왔다.

삼성 관련 수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잠시 주춤한 특검팀은 블랙리스트로 '몸통'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을 구속하며 다시 추진 동력을 얻었다.

22일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특검이 구속한 인사는 △삼성합병 특혜의혹 1명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비리 4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5명 등 총 10명이다.

특검은 이밖에 △최씨의 국정농단 △비선진료 및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최순실씨 일가 재산형성 과정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대기업 수사 등 특검법상 정해진 14개의 사건과 팀 출범 후 제기된 추가 의혹, 고발이 접수된 사건 등을 계속해서 수사하고 있다.
◇삼성합병 대가성 특혜 수사…다음 타깃 SK·CJ·롯데 줄서

특검팀이 가장 주력해 온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와 관련한 삼성 등 대기업의 뇌물공여 부분이다. 앞서 검찰은 이에 대한 의혹을 밝히지 못하고 칼자루를 특검에 넘겨, 이번 수사의 성패를 가를 과제로 주목돼 왔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맞물린 이른바 '삼성합병' 의혹 수사를 첫 타깃으로 삼고 삼성과 최씨, 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파헤치는 데에 초기 화력을 집중했다.

이 성과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합병에 찬성 의결하도록 부당한 외압을 가한 혐의로 '1호 구속기소자'가 됐다.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의결하도록 박 대통령이 도움을 줬고, 그 대가로 삼성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씨 측에 특혜지원을 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삼성이 최씨 일가와 미르·K스포츠재단에 후원 및 출연금 명목으로 430억원대의 뇌물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12일 소환조사 후 나흘 만에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검팀 공식 수사개시 이후 첫 기업 총수에 대한 영장청구이자 삼성가 총수 가운데 첫 영장청구 사례를 기록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회장은 영장심사 과정에서도 '뇌물 공여가 강요나 협박에 의해 이루어져 삼성은 피해자'라는 취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공여의 공범으로 입건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을 포함해 삼성 수뇌부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 방침을 세운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삼성 뇌물공여의 공범으로 최순실씨를 재소환헀지만 벌써 4번째 특검 소환에 불응하면서 몇차례 예고한대로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조만간 발부받아 삼성과 최씨 간의 뇌물관련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외에도 삼성을 비롯해 총수 사면이나 면세점 특혜 등 주요 현안해결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대거 출연헀다는 의혹과 관련해 SK, CJ, 롯데 등 부정한 청탁 의혹이 제기된 기업을 우선 순위로 올려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블랙리스트' 수사 큰 진전, 朴 대통령에 칼끝

문화예술계 인사의 정치성향에 따른 검열과 지원배제 등을 목적으로 문건이 만들어졌다는 의혹인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수사는 몸통 격인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21일 구속되면서 윗선으로 지목된 박 대통령에까지 다다랐다.

애초 블랙리스트 의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단계에서도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고, 특검법상 정해진 14개 수사대상 사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인 '비망록'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폭로 등으로 김 전 실장이 문건 지시 및 작성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문화예술단체들은 지난달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 등 9인을 특검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특검팀은 수사를 통해 문건이 실재했고, 이를 토대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문화정책 예산 지원 배제 요구 등 압력이 가해져 사실상 문화예술 관련 전 분야에 걸쳐 검열 및 지원배제가 있었음을 밝혔다.

특검팀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56)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53) 등 3인방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일 첫 구속하고 청와대 및 문체부 전현직 관계자들을 연일 소환하는 등 핵심 증언과 물증 확보에 주력해 왔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 박 대통령의 지시로 작업이 시작됐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측 황성욱 변호사는 "특검에서 말하는 소위 '블랙리스트' 작성을 박 대통령이 어느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남은 기간 이들을 상대로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정유라 이대특혜 마무리 수순…정유라 송환·최순실 재산추적 계속

최씨 딸 정유라씨(21)의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특혜 의혹 수사도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씨의 학사비리와 관련 류철균 교수(51·필명 이인화·구속기소), 남궁곤 전 입학처장(56), 이인성 교수(54),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 등 이대 관계자 4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정씨가 시험에 응하지 않았는데도 성적을 부여받는 등 각종 특혜를 누리는 데에 관여했다는 혐의들을 받고 있다.

특검은 지금까지 김 전 학장이 최경희 전 총장(55)의 승인 아래 정씨에 대한 특혜를 주도했고, 류 교수와 남궁 전 처장 등이 이를 집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교수 역시 정씨가 수강한 3과목에 성적 특혜를 주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정씨에 대한 특혜 지시의 '윗선'으로 지목되고 있는 최 전 총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씨의 국내 송환 절차는 현재진행형이다. 정씨는 지난 1일(현지시각) 덴마크 올보르그시 외곽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된 뒤 조건부 자진귀국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철회한 채 법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정씨의 여권을 무효화 조치하고 외교부에 이에 따른 독일 이민법상 비자효력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해둔 상태다. 덴마크 검찰은 한국 당국으로부터 정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고 정씨 송환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정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 최씨와 최씨 아버지인 고(故) 최태민씨 등 최씨 일가의 재산형성 과정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금융감독원에 최씨 관련자 40여명에 대한 재산내역 조회를 요청해 이와 관련한 자료 일부와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확보했다.

독일 현지 보유 재산과 관련한 자료도 자체적으로 수집했고, 최씨 일가 및 육영재단 재산형성 과정 등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인물인 박근령씨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49), 최씨의 이복오빠 최재석씨, 최태민씨의 의붓손자 등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세월호 7시간' 의혹 여전…'비선·제3비선 진료' 수사

특검팀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관한 의혹인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과 청와대 비선진료를 통해 특정 병원이 각종 특혜와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 등을 규명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지난 14일 박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원장(61)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고, 비선의료 특혜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영재 원장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17일 소환 조사했다. 김영재의원과 차움의원, 서울대병원 등은 지난달 압수수색했다.

김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주사했다는 의혹에 올랐으나 본인은 참사 당일 자신의 장모를 진료하고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갔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서는 전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도 수사 초기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역을 통해 '제3비선'의 존재가 대두된 뒤에는 이른바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 등 박 대통령이 무자격자들로부터 불법 의료행위를 받았다는 의혹도 확인되고 있다.

수사 선상에는 '주사 아줌마'로 불리던 '백 선생'과 '봉침 시술'로 알려진 홍모 원장 등이 오른 상태다.

◇우병우 수사·朴 대통령 대면·靑 압색 등…남은 절반 어떻게?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말처럼 지난 절반의 시간을 숨차게 달려온 특검이지만 앞으로 쌓인 과제들이 만만찮다.

특검은 아직까지 손을 못 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의 의혹에 대해서도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은 최씨 등의 비리행위를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했거나 그 행위에 직접 관여·방조·비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앞서 검찰로부터 우 전 수석 관련 수사자료를 확보해 분석하고 제보 등을 확인하는 등 기초조사를 벌여 왔다.

20일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여전히 기초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추후 조사가 시작되리라고 예상한다. 현재 단계서는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제기된 대부분의 의혹들이 가장 윗선으로 박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2월 초순쯤 박 대통령을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고 박 대통령 측도 "대면조사 요청이 오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전한 상황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출입기자단과의 신년간담회에서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어디를 도와주라 한 것과 그 누구를 봐줄 생각, 이것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고 강조한 바 있어 특검 조사에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을 알지 못하거나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특검은 박 대통령 대면조사 시점 이전까지 관련 수사를 통해 확실한 물증과 증언 등을 확보한 뒤에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이나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신중하게 추진할 전망이다.

특검의 공식 수사기간은 70일간으로 오는 2월28일이면 종료된다. 수사기간은 30일 연장이 가능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승인이 필요해 연장 가능성이 불투명한 만큼 특검은 원칙적으로 최대한 공식 수사기간 종료에 맞춰 모든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검이 촉박한 시간을 어떻게 잘 배분해 남은 과제들을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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