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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주자님들, 주말 군부대 격려방문은 사양합니다"

안보행보 일환으로 군부대행…장병들 "여가시간 뺏는다"

(서울=뉴스1) 조규희 기자 | 2017-01-21 09:00 송고 | 2017-01-21 22:12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격려 차원에서 일선 군부대를 찾는 유력 대권주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병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사회·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대권 주자들은 보수표를 의식한 '안보'부문의 현장으로 일선 군부대 격려 방문을 즐기는 편이다. 

최전선이나 특수부대 방문은 강한 안보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고 현역병들과의 자연스런 대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면 '젊은 표심'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자칫 잦은 군부대 방문이 병사들의 '쉴 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여가와 개인 정비를 해야하는 '주말 방문'에 대해 일선 장병들은 상당히 꺼리는 눈치다.

실제로 뉴스1이 만나본 장병들은 대권주자 방문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21일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난 한 육군소속 휴가 장병은 "평일이든 주말이든 (외부 방문객이) 오게 되면 부대가 바빠진다. 평시 해왔던 임무에서 열외되기도 하고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쉴 시간이 줄어든다. 특히 주말에 오게 되면 편안한 개인정비 시간에도 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권주자 등 정치인의 방문은 군 부대 입장에서는 일종의 초긴장 상황이다. 군 부대 방문 후 대권주자의 말 한마디나 생각이 향후 국방정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유력 정치인의 부대 방문이 예고되는 순간부터 병사들의 용모부터 개인화기 점검, 부대 내 환경 정리가 불가피하다.

특히 주말에 방문하게 된다면 방문 부대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대해 또다른 휴가 장병은 "경계 근무 등을 제외하면 주말 개인 정비 시간에 밀린 빨래를 하거나 편지를 쓰고 선후임병과 야외활동도 한다"며 "정치인이 부대를 방문하면 이런 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대권주자와 점심을 먹거나 간담회를 하는데 지원할 병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과도한' 준비로 장병의 쉴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는 예전과는 달리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부대의 한 부사관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군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처럼 대권주자가 온다고 해서 며칠을 준비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최대한 장병의 개인시간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각군의 복무규정에는 표준일과표가 마련돼 있으며 주말의 경우 과업 시간은 자유 시간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원한 특전맨'으로 불리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59)의 일화는 아직도 군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그는 유력 정치인 등 국회의원들이 부대를 방문한다고 하면, 대청소, 특식, 브리핑 준비 등으로 고생하는 병사들을 생각해 '오거나 말거나 평소대로 하라'고 지시해 화제가 됐다.

진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주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사항이다.


playing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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