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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세에 창업…신약개발, 더 늦기전에 하고 싶었죠"

[바이오 프런티어⑧]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
교수직 대신 벤처…면역세포 분리 신기술 보유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이영성 기자 | 2017-01-26 08:05 송고 | 2017-01-31 17:55 최종수정
편집자주 바이오 전성시대다.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차세대 산업이란 찬사가 쏟아진다. 그러나 바이오 개척은 고단한 인내를 필요한 지난한 과정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만 최소 10년이 걸리기 일쑤다. 한국 바이오산업을 개척하고 이끄는 프런티어들의 스토리와 그들이 말하는 미래를 연속으로 싣는다.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 © News1 신웅수 기자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 © News1 신웅수 기자

2006년 1월, 교육부는 노벨상 후보에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11명을 발표했는데 생물학(노벨 생리의학상) 분야에 권병세 울산대학교 화학생명과학부 교수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11년이 흐른 뒤 권 교수는 암을 정복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대표가 됐다. 그는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2년 전 덜컥 벤처기업을 세웠다. 당시 그의 나이는 남들이 벌써 퇴임하고도 한참 지났을 만 67세였다.

권병세(69) 대표는 26일 <뉴스1>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암 통합진료소를 세워서 내가 겪은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나의 오랜 꿈"이라며 "항암면역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10년도 넘었다"고 털어놨다.

◇가슴속 '신약개발의 꿈'…'고희'에 이루다

권 대표는 1968년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치과의사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결국 그는 치과의사의 길을 접고 졸업후 순수과학 분야로 발길을 돌렸다.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그는 바이러스, 면역학 등 기초과학을 마음껏 공부했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4년간 포스닥(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냈다.
1988년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의과대학 교수가 됐지만 그는 10년뒤 1998년 고국으로 돌아와 울산대학교 화학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이미 그의 가슴속엔 '신약개발'의 꿈이 자라고 있었던 터라, 이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다시 10년뒤 2008년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세포 배양시설이 갖춰져 있는 국립암센터 신치료기술개발사업단장 및 면역세포치료연구과 석좌연구원으로 이직하게 된다.

'신약개발'에 대한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권 대표는 2015년 2월 27일 유틸렉스를 설립하면서 오랫동안 품어온 신약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권 대표는 "올 4월까지 공동연구를 진행중인 국립암센터의 4배 규모로 새 면역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을 짓는다"며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틸렉스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 중인 권병세 대표./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유틸렉스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 중인 권병세 대표./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면역세포로 항암제 개발…300억 투자유치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는 현재 암항원(병원체)에 반응하는 T세포(면역세포)를 골라내 대량으로 배양한 후 환자 몸에 다시 투여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암을 죽이는 면역세포의 80%가량은 T세포가 담당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1세대 세포독성항암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를 잇는 3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신약으로 개발되면 엄청난 시장이 열리는 분야다.

T세포만 골라내서 대량 배양하는 기술개발이 어렵다 보니 전세계에서 극소수 바이오기업들만 뛰어들었다. 국제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오는 2019년 미국과 영국 등 선진 7개국의 전체 면역항암제 시장규모는 140억달러(약 16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틸렉스는 T세포 기반의 면역세포 신약물질 '앱비앤티셀(EBViNT Cell)'에 대한 임상 1상을 끝내고 현재 임상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이 신약물질은 '이비 바이러스(EB virus)'에 의해 발생하는 림프종이나 후두암, 위암 치료제로 기대를 받고 있다.

악성 뇌종양을 치료하는 '위티앤티셀(WTiNT Cell)'과 폐암을 치료하는 '터티앤티셀(TERTiNT Cell)'에 대해서도 각각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1상은 오는 2018년 중반께 완료될 예정이다.

권 대표는 "우리 기술은 고형암을 죽이는 T세포 분리배양법"이라며 "앞서 임상 1상을 통해 암덩어리가 4주만에 완전히 없어진 긍정적인 결과도 확인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까지 외부에서 30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권 대표는 이 자금으로 앞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한편 자체 면역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권 대표는 "중국 기업을 상대로 면역세포치료제 기술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협상에 성공하면 코스닥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 같다"고 했다.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유틸렉스는 지난해말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이미 선정해놓은 상태다. 권 대표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사들은 4곳 정도"라며 "기술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틸렉스의 T세포(면역세포) 분리법은…

유틸렉스는 차세대 T세포 분리법을 보유하고 있다. 암세포 표면에는 특이하게 발현하는 단백질 조각인 에피톱이 여러 개 존재한다. T세포는 모든 암에 공통적으로 발현하는 에비톱뿐 아니라 환자마다 특이하게 발현하는 에피톱에 달라붙어 공격한다.

에피톱에 어떤 T세포가 달라붙는지는 정보화가 돼 있다. 가령 특정 암세포를 인식하는 세포독성 T세포는 세포 표면에 '4-1BB'라는 단백질을 발현한다. 이 단백질을 발현하는 T세포만 뽑아서 배양하면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물질이 된다. 해당 T세포는 별도 스크리닝 과정을 거쳐 분리할 수 있다. 이것만 대량 배양하는 게 T세포 기반의 면역세포치료제다. 배양은 일주일에 걸쳐 1개 셀을 20억셀로 늘린다. 유틸렉스는 이런 기술을 통해 위암이나 폐암 같은 고형암 정맥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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