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News1 |
전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4기)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의 주장·기록을 토대로 18시간 넘는 장고 끝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조 부장판사는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61) 일가를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2800만원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 213억원 등 43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다. 이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하고 이후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박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고 박 대통령 역시 사전에 알고 지원했다며 여러 증거들을 제시했지만 법원은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현 수사단계에서는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이 부회장이 안정적인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대통령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했다는 특검팀의 주장이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 것이다. 물론 구속영장 기각이 곧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자로, 박 대통령과 최씨를 이익 공유 관계로 표현하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법원은 뇌물죄의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News1 |
삼성 측은 그동안 "청탁이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최씨 측에 대가를 바라고 지원하거나 합병·경영권 승계 관련 지원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사실관계를 다퉈왔다. 또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에 압력을 가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합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박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피해자'라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법원은 이 부회장이 특검조사에서 "대통령과 독대 당시 승마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 최씨 측을 지원했다"고 말한 부분 등도 고려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처럼 사실관계를 두고 다투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삼성의 경영공백과 대내외적 신인도 하락, 글로벌 기업신뢰도 추락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장판사는 객관적인 증거 자료의 확보 정도, 수사의 진행 경과와 단계 등을 종합할 때 이 부회장이 범죄 혐의를 두고 다툴 여지가 많으며 구속영장 발부는 수사상 필요한 최소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법원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일정한 주거가 없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으며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으면 구속할 수 있다.
조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사회적 지위 등을 감안할 때 도망할 염려가 없는 점 등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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