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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소라넷' 잡았더니…"100억 벌때까지 안잡힐 줄"

사이트 운영 법무사 “화려한 인생 살고 싶었다”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7-01-17 15:58 송고 | 2017-01-17 18:22 최종수정
현직 법무사로 근무하는 음란 사이트 운영자 정모씨(34)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범행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현직 법무사로 근무하는 음란 사이트 운영자 정모씨(34)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범행 과정을 재현하고 있다.(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도대체 내가 어떻게 잡혔습니까?"

소라넷이 폐쇄된 이후 국내 최대규모의 음란사이트를 운영하다 한 순간의 방심으로 경찰에 붙잡힌 현직 법무사 정모씨(34)가 조사과정에서 끈질기게 물어본 말이다.
법무사 정씨는 지난 2013년 직원 3명을 데리고 법무사 사무소를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했다.

매달 통장에 꽂히는 월급 600만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100억 정도만 벌어보자는 욕심에 IT 계열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프로그램 개발업자를 영입해 수익금을 절반씩 나누기로 하고 사이트 제작에 돌입했다.

사이트 운영 초기부터 거래되는 모든 자금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오갔다.

비트코인의 경우 한 번 계좌를 만들면 입출금을 할 때마다 새로운 계좌형 전자지갑 주소가 생성되기 때문에 일반금융계좌보다 비교적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이들은 이용했다.
수사기관의 추적망을 피하는 사이 음란물 사이트 '꿀밤'은 기존 소라넷 폐지시기와 맞물려 회원 수도 대폭 늘어났다. 

정씨가 운영하던 음란물 사이트가 지난 3년 6개월 동안 단 한번도 경찰에 적발되지 않고 성매매광고료 수입이 매달 7000만원이 넘게 들어오자 정씨는 머지않아 100억을 모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점차 굳혀갔다.

'꿀밤' 사이트 하루 방문객 수가 50만명에 달하고 회원 수가 42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또하나의 이유는 바로 '꿀밤 콘텐츠 콘테스트(GCC)' 때문이었다.  

정씨는 지난 2016년 초부터 음란물 사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하자 매달 콘테스트를 열었다. 회원들이 직접 업로드한 성관계 사진 가운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을 경우 10여명을 선정해 총 500만원의 시상금을 투척했다.

회원들은 급기야 자신의 아내 또는 애인 사진까지 몰래 올리면서 자발적인 참여에 나섰고 회원수는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욕심이 난 정씨는 일부러 악취가 심한 공장지대에 70평짜리 사무실 하나를 차려놓고 대마 재배시설까지 마련했다. 경찰은 콘테스트를 계기로 회원 수가 불어나자 정씨가 회원들을 끌어모으는데 대마를 이용하려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씨 등은 성매매업소 1곳당 매달 최소 70만~150만원 상당의 광고료를 받아챙겼고 돈은 철저히 비트코인으로 입금받았다. 경찰은 지난 1년 2개월 동안 정씨가 비트코인으로 거래한 자금이 15억원 상당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씨가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성매매업소들로부터 매달 광고료를 비트코인 계좌로 받은 거래내역.(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정씨가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성매매업소들로부터 매달 광고료를 비트코인 계좌로 받은 거래내역.(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단 한 번의 실수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운영자 정씨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을 방문한 정씨가 자신의 얼굴을 노출했고, 모습을 추적중이던 경찰이 잡아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처음에는 헷갈렸다. 법무사가 설마 그랬을 줄은 몰랐는데 사무실에서 비트코인 입출금 자료내역이 확보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씨는 '내가 어떻게 잡혔느냐, 절대 안 잡힐 줄 알았다'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허탈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0억을 벌어서 화려한 인생을 살고 싶었다"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화려한 삶을 꿈꿨던 정씨는 정작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고 마이너스 통장을 메꾸느라 고급외제차 한 대 없이 일반 주택에서 거주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에도 불구하고 소라넷과 닮은꼴 형태로 초대형 음란물 사이트가 끊임없이 생성되자 처벌 수위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음란물 사이트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더라도 재판에서 실형을 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이트 서버를 해외에 두거나 실운영자가 국내에 없는 경우가 많아 검거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매매알선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현직 법무사이자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정모씨(33)와 프로그래머 강모씨(22)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홈페이지를 관리하거나 몰카 동영상을 업로드한 김모씨(32)와 정모씨(35)등 5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음란물 사이트에 사진 또는 영상을 대량 유포한 헤비업로더 또는 회원 등 40여명을 추가로 입건할 예정이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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