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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기 초호황국면 진입? "김칫국 마시지 마라" 반론도

인공지능·빅데이터 시대로 메모리 초호황기 접어들 것
"시장규모 성장률은 크지 않아…김칫국 마시기는 금물"

(서울=뉴스1) 박종민 기자 | 2017-01-12 06:00 송고 | 2017-01-12 09:18 최종수정
9일 SK하이닉스가 공개한 세계 최대용량 초전력 8GB D램  LPDDR4X© News1
9일 SK하이닉스가 공개한 세계 최대용량 초전력 8GB D램  LPDDR4X© News1

호황국면에 진입한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이 얼마나 갈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김칫국 마시기는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일각에서는 치킨게임이 끝난 시점에 수요가 폭발한 만큼 사이클이 무의미해졌다는 진단을 내놓는 곳도 있다.
◇ "과거 3~4년 주기 의미없어…장기 초호황 진입 조짐"

최근 국내 증권가에서는 반도체가 장기간 초호황을 경험하는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대두됐다.

발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세로 돌아선 D램 가격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표준이 되는 DDR3 4GB(기가바이트)모듈의 현물 계약 가격은 25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평균가격인 18달러와 비교하면 두 달 새 39%나 급등했다.

D램 가격은 지난해 5월말 최저점을 찍은 뒤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도 64GB가 고정거래가 기준으로 지난해 5월말 2.02달러에서 12월 말 2.72달러로 34% 올랐다.
반도체 시장은 보통 3~4년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을 오갔다. 지난 2008~2009년의 경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사상 최악의 불황에 빠졌고 2011~2012년엔 공급 과잉으로 또 한번의 불황이 찾아왔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앞서 3년 대비 IT수요가 낮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가격 하락세를 접했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 이러한 주기 공식이 다소 무의미해졌다고 보는 추세다. 과거에는 PC위주로 D램 시장이 돌아가다보니 3~4년 주기의 호·불황 공식이 대략 들어맞았지만 현재는 PC말고도 서버, 전장 등 D램의 수요처가 크게 확대됐다.

또 메모리 공급업체도 지난 2000년대 말 20여곳에서 현재 크게 줄어든 만큼 수익성을 독점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에서 낸드플래시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정도다. D램도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곳에 불과하다. 과거와 달리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업체는 오히려 적다는 게 장기 호황론의 근거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산업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4차산업혁명 시기"라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5세대 통신망 구축 등 변화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는 만큼 이같은 초호황은 장기적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현 반도체 협회 상무도 "과거에는 PC, 스마트폰 수요에 따른 주기적인 등락폭이 존재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넘어서는 폭발적인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사물인터넷(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최소 2년간의 호황기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 "전망 맞은 적 없다…금액기준 시장 성장률도 그리 높지 않아"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미래 전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라는게 유가, 환율처럼 변수가 워낙 많고 예측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반도체 시장에 대해 1년 이상의 장기적 전망이 맞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라며 "IT경기라는 게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선 "이미 5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라며 "더욱 중요한 시장 사이즈의 연간 성장률 전망은 그리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시장정보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는 최근 낸드플래시의 출하량이 지난해 1257억GB에서 오는 2020년 5314억GB까지 매년 43%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D램도 지난해 746억GB에서 2020년 1740억GB까지 매년 24%씩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액으로 평가된 시장 규모 성장률 전망치는 그리 높지 않다. IHS는 같은 보고서에서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의 낸드플래시 시장의 연간 성장률을 2%로 예상했으며, D램 시장도 같은 기간에 6.2%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하는 늘어도 개당 단가는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D램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확대될 조짐이 보이는 등 시장 환경은 좋은 것은 맞다"라며 "하지만 일부 지표만을 갖고 변수가 매우 많은 반도체 전망을 섣불리하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jm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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