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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투표권②]"우리 목소리 정치에 반영돼야"…10대 88% 찬성

"최순실 사태로 정치·사회 문제 관심 생겨"
"정치 관심 가질 시간 없어" 24명 중 1명 반대

(서울=뉴스1) 사건팀 | 2017-01-07 07:00 송고
성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에서는 ‘조속한 박근혜 탄핵 심판’과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제9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울산 청소년들이 ‘대통령 하야’를 주제로 크리스마스 캐럴 가사를 바꿔 부르는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부르기)’ 공연을 하고 있다. 2016. 12.24/뉴스1 © News1 이윤기 기자
성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에서는 ‘조속한 박근혜 탄핵 심판’과 ‘박근혜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제9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울산 청소년들이 ‘대통령 하야’를 주제로 크리스마스 캐럴 가사를 바꿔 부르는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부르기)’ 공연을 하고 있다. 2016. 12.24/뉴스1 © News1 이윤기 기자

올해 대선을 앞두고 투표 연령 인하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당사자인 10대들은 대부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뉴스1이 지난 6일 서울 길거리에서 만난 중·고등학생 24명에게 투표 연령 하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21명(87.5%)이 찬성한다고 밝혔다.
 
10대들은 "우리도 충분히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유권자로 당당히 현실정치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들에게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커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주권자로 한표를 행사하는데 대한 기대감 등을 엿볼 수 있었다. 

천안중앙고에 다니는 우모군(18)은 "지금은 미성년자고 고등학생이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이 나라의 주역이 될 것"이라며 "최순실 뉴스를 보면서 투표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같은 인물만은 내손으로 거르고 싶다"고 말했다. 
 
우군의 친구 김모군(18) 역시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투표권을 갖게 되면 친구들끼리 정치 얘기도 자주할 수 있을 것이다. 시사에 관심있는 아이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군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부모님과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갔는데 다음 대선 때는 꼭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투표권이 주어지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촛불집회를 앞둔 지난달 3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청소년 시국대회'에서 청소년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1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촛불집회를 앞둔 지난달 3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청소년 시국대회'에서 청소년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1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인모군(18)은 "18살이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자기 주관도 생긴다"며 "고등학생이 되면서 우리나라의 문제를 더 생각하게 됐다.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직접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천구 강신중학교에 다니는 이모양(15)은 "청소년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되면 우리의 주장을 선거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연령대에 맞춰 더 다양한 복지를 누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임모군(18)은 "실제로 친구들 끼리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성북구민 이모양(18)도 "이번에 최순실 사태로 학생들의 정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양(17)은 "10대들을 위한 공약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찬성"이라고 했고, 목동고 1학년생인 이모양(17)은 "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대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의 견해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 등을 인정하면서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서울 구로구 영서중에 다니는 이모양(16)은 "요즘 '태극기 집회'라면서 할아버지들이 모이시곤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 중고등학생도 충분히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 같다. 어른이라고 판단능력이 다 좋은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고교 1학년생 이모양(17)은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책임감을 갖고 생각하면서 투표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촛불집회에 나간 친구들이 학생들도 정치에 대해서 생각할 줄 안다고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중학생 정모군(15)은 "나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부모님이 말하는 대로 하는 편"이라면서도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 지금 보다 더 내 의견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청량리고에 다니는 남모군(18)은 "투표도 권리인데 좀 더 빨리 권리행사를 하면 좋은 것 아닌가. 날마다 뉴스에서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뭘 잘못했다는 말이 나와 혼란스럽다. 싹 물갈이를 하고 새롭게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투표 연령 하향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다.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반대를 외친 고등학생 한모군(18)은 현재 관련 논의에 대해 "고등학생들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다"고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한군은 "다들 학원 다니고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정치에 관심 가질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이번 최순실 사태를 보고 어른들이 투표를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은 했지만 내가 투표를 하고싶다는 생각은 못했다. 우리가 투표하면 정확하지 않은 의견이 반영될 것 같다. 장난치듯 생각없이 찍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10대 두명은 유보적인 답을 내놨다.
 
경기도 구리의 고등학교 2학년생에 재학 중인 정모양(18·여)은 "18세가 정치적 판단이나 역량, 관심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입시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학생들에게 부담이 클 것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한모양(18·여)은 "촛불집회에 한번 갔지만 정치적으로 큰 뜻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한 친구가 나한테 '인스타그램에 촛불 든 셀카 올리려고 간다'고 놀렸는데 맞는 말 같기도 하다"면서 "정치가 너무 어려워서 투표권을 줘도 잘 안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ch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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