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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복' 시인한 中…유통街 "더 악화되면 큰일"

"매장 늘었는데 유커 줄면"…고민많은 면세업계
"한국산 알리지 말아야"…中 진출업체 사업 차질

(서울=뉴스1) 생활경제팀 | 2017-01-05 16:11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갑자기 작년 가을부터 중국 현지법인의 초청장이 있어야 중국 입국이 가능해졌다. 비자 갱신에 걸리는 시간도 이전보다 많이 지체되고 있다."

중국 텐진에서 30년동안 생산 공장을 운영해 온 중소기업 A사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에 공장이 있다보니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주재원이 많은데 작년 가을부터 중국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져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사드 영향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아직 이 절차 때문에 금전적인 피해는 없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배치에 대한 보복성으로 보이는 조치의 수위를 높이면서 유통업계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해당 조치들에 대해 사실상 보복성 조치임을 인정하면서 추가 제재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 배치가 늦춰지면 갈등 국면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드 배치 가속화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보복성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국방부도 사드 배치와 관련해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업계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면세점 늘었는데 유커 줄면 어쩌나"…고민많은 면세업계

유통채널쪽에서 사드 배치와 중국의 보복조치에 가장 민감한 곳은 면세업계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성수기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관광객이 감소하고, 이는 매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한국인 대상 상용 비자(멀티 비자) 발급 절차를 강화하고, 중국 방송 내 한국 연예인 및 콘텐츠를 규제하면서 보복성 조치를 시작했다. 이후 11월에는 한국 드라마 방영 제한, 연예인 광고 모델 규제 등 추가 조치와 함께 롯데그룹의 중국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12월에는 한국행 전세기 운항을 불허하는 등 갈수록 제재를 강화했다.

특히 전세기 운항 불허는 춘절을 맞아 유커 특수를 노리던 면세업계에 뼈아프다. 단체관광객의 입국이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이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말부터 관광객 감소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국내 면세점에서 쇼핑한 외국인 수는 약 152만명으로 전월보다 20% 정도 줄었다. 중국 국경절 특수(10월)에 따른 기저효과와 비수기라는 계절적 영향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원인이라는 시각도 많다.

게다가 관세청이 관광객 증가를 예상하고 시내면세점 매장을 최근 몇년새 급격히 늘린 상황이라 업계는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해말 추가사업자 선정까지 진행되면서 서울 시내면세점은 올해말이면 13곳이 된다.

즉 면세점의 가장 큰손인 유커수는 감소하는데 면세점 매장 수는 늘어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일순간 '레드오션'이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년점까지만 해도 유커의 지속적인 증가 등으로 성장해 온 것은 맞다"며 "하지만 2년새 급격히 늘어난 시내면세점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지금은 '성장산업'으로 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면세점 정도의 비중은 아니지만 역시 중국인 관광객 판매 비중이 적지 않은 백화점들 역시 사드 보복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 중국 진출을 가장 활발하게 해 온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번 중국 정부의 세무조사 등 직접적인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출 중국에 편중된 화장품…"아직은 큰 피해없지만"

중국인들의 사랑에 힘입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화장품 산업 역시 사드 보복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 많지만 화장품 수출이 중화권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업계 전반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화장품이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는 중국으로 41.1%를 차지했다. 전년 29.6%보다 1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중화권에 속하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면 비중이 70.45%로 오른다.

이처럼 중화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사드 배치 부지 선정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반발한 중국 당국이 각 방송국 책임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한류스타 출연 제한을 통지하면서 '한류 마케팅'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중국 국가여유국은 '불합리한 저가여행'을 중점적으로 관리·정비하겠다는 방침 하에 2000위안(약 34만5000원) 이하 패키지 상품을 제한하고 나섰다. 게다가 중국 관광객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만큼 올해 화장품 산업은 이전처럼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고객들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신뢰도와 관심은 단단한 편이어서 반한 감정은 우려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원만히 해결돼 우리에게 타격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산 알리지 말아야"…中 진출 업체 사업 차질 

식음료나 프랜차이즈업체는 유커 감소보다는 현지 사업에 차질이 더 큰 문제다.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해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사업중인 한 국내 프랜차이즈업체는 지난해 현지 시장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던 모든 프로모션을 중단했다.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 관계가 악화된 탓이었다. 당시 여름 특수를 누리기 위해 한국 본사 측이 중국 매장 운영을 맡고 있는 마스터프랜차이즈 업체에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최근 상황에서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적극 마케팅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중국 시장 진출 초기인 만큼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는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산'이라는 점을 숨기기 바쁘다. 프랜차이즈는 가장 많은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보니 사드 배치로 인한 후폭풍이 가장 거셀 수밖에 없는 업종이기도 하다.

아울러 '차이나 대박'을 기대하고 지난해부터 수출하기 시작한 삼계탕,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는 분유업체들도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분유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면서 대량 구매 고객들이 많은 국가"라며 "중국 정부가 매년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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