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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보험사기극'…스티븐 킹 등 거장들 '신(神)'에 도전

'신과 죽음에 도전장' 스티븐 킹 '리바이벌'
'다중우주' 다룬 쓰쓰이 야스타카 '모나드의 영역'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1-02 18:01 송고 | 2017-01-26 17:31 최종수정
'종교는 보험 사기극과 같다는 깨달음이었죠. 말장난해서 죄송합니다만 한 해, 두 해 너무나도 독실하게 보험금을 납입하고, 그렇게 납입한 보험금의 혜택을 누릴 때가 돼서 찾아보면 내 돈을 가져간 회사가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사기극 말입니다.'(스티븐 킹 소설 '리바이벌' 중에서) 
신(神)이 등장하는 문학작품은 웬만한 작가의 담력 가지고는 쓰기가 어렵다. 죽음 너머의 세계를 엿보는 작품 역시 보통의 야심 가지고는 쓸 수 없다. 누구도 가본적 없는 미지의 세계를 그려야 하고 '종교'라는 까다롭고 껄끄러운 영역을 건드려야 해서다.

하지만 '공포소설의 대가' 미국 소설가 스티븐 킹과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 소설가 쓰쓰이 야스타카는 각각 '신과 죽음의 문제'와 '가능세계'(다중우주)를 다룬 작품을 내놨다. 최근 국내 번역출간된 '리바이벌'과 '모나드의 영역'에서 이들은 명성에 걸맞게 까다로운 소재를 충격적이면서도 노련하게 담아냈다.

◇등골 서늘한 공포, 스티븐 킹 '리바이벌'

© News1


스티븐 킹의 소설 '리바이벌'(황금가지)은 평범한 한 가정의 막내아들인 제이미 모턴과 전기장치를 만들어내는 소질이 있지만 아내와 어린 아들을 참혹한 사고로 잃은 후 반미치광이가 된 목사 제이컵스의 이야기다.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 제이미가 그의 인생을 뒤흔든 '제5의 인물이자 변화 유발자이자 숙적'인 제이컵스와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하는 것에서 책은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은 영화와도 같다.(중략)하지만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 출연하는 때도 있다. 몇 년에 한 번씩, 특히 힘든 시기에 불쑥 모습을 드러내는 조커라고 할까. 영화에서는 이런 인물을 제5의 인물 또는 변화유발자라고 한다.'('리바이벌' 11쪽)  

제이미는 여섯 살 때 처음으로 마을에 새로 부임해 온 목사 제이컵스와 조우한다. 제이컵스 목사는목소리를 잃은 제이미의 형을 간단한 전기장치로 고쳐주는 등 제이미 가족과 가깝게 지내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고 예배에서 '종교는 보험사기극과 같다'는 내용의 충격적인 설교를 하고는 마을에서 쫓겨난다.

수십 년 후 제이미와 우연히 재회한 제이컵스는 그동안 전기장치를 이용해 신기한 사진을 찍는 사진사, 그후에는 전기장치를 이용해 병든 이들을 치료하는 목사 등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전기를 이용한 치료는 신의 영역을 넘본 목사의 '본 게임을 위한 연습'이었을 뿐이었다. 제이미는 그것을 눈치챘지만 제이컵스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초자연적이고 공포스러운 일들의 목격자가 된다. 

'"너는 내 운명이었거든. 너희 집 대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흙먼지를 파헤치던 너를 처음 본 그 순간 나는 알아차렸지." 그는 독실한 신자처럼 아니면 정신병 환자처럼 침착하게 말했다. 어쩌면 그 둘 사이에는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리바이벌' 421쪽)

◇독자에게 불쑥 말 건네는 쓰쓰이 야스타카 '모나드의 영역'

© News1


"당신들은 설마 인류의 번영이 이대로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결국은 절멸해.(중략) 당신들의 절멸은 참으로 아름다워. 당신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내 눈에는 참으로 아름답다는 말이야. 당신들에게는 그걸 위안으로 삼으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겠군."('모나드의 영역' 233쪽)

쓰쓰이 야스타카의 '모나드의 영역'(은행나무)은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기 전에 문예지 '신초'에 먼저 연재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소설이 이렇게까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데는 현재 82세인 고령인 작가가 "나의 최고 걸작이며 아마도 마지막 장편일 것"이라고 선언한 것도 한몫했다. 아이큐 178의 천재작가로 알려진 쓰쓰이는 '쓰쓰이스트'라는 열혈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인기비결은 역시 활달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스토리인 것으로 평가된다. 소설은 강변 둔치에서 여성의 오른팔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경찰들이 사체 훼손 사건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근처의 빵집에 고용된 한 대학생은 발견된 사체의 팔과 똑같은 모양의 바게트를 만들어 팔고 이어 나중에 발견된 한쪽 다리와 똑같은 모양의 빵까지 구워판다.

일견 엽기적인 범죄물 소설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하지만 빵집의 단골손님 교수가 자신을 ‘신 이상의 존재’라고 주장하며 기이한 행동을 하면서 신과 인간, 우주의 문제로 확대된다. 소설은 신의 존재를 놓고 장대한 철학적 논의에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신의 입을 빌려 신학, 철학, 양자역학을 횡단하고 현대사회의 문제를 꼬집으며 현실적이면서도 날카로운 통찰을 선보인다.

무겁고 심오한 이야기를 작가는 간결하고 재치 있게 풀어나가면서 동시에 대가가 아니면 하지 못할 대담한 시도로, 다음과 같이 독자에게 불쑥 말을 건넨다. 이로서 독자와 작가를 가로막은 벽은 깨지고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나눈 봉제선의 실밥이 조금 터진다.

"여기서 한 가지만 가르쳐줄까. 나나 당신들이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가능세계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하는 이야기 말이야. 여기가 단지 소설 속의 세계라고 하면 어떨까. 독자가 보자면 나나 당신들이 있는 이 세계는 가능세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겠지. 당신들도 알잖아. 여기가 소설 속의 세계라는 것을."('모나드의 영역' 240쪽)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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