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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Talk]'대종상' 53년 전통의 추락, 모두가 져야 할 책임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6-12-28 07:15 송고 | 2016-12-28 12:18 최종수정
제53회 대종상 영화제가 씁쓸하게 마무리됐다. 개최 전부터 파행이 예고됐던 만큼, 대종상 영화제는 이전의 화려한 위상은커녕 구색도 겨우 갖췄을 만큼 민망하고 초라하게 치러졌다. 수상자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대리 수상 릴레이가 이어졌고, 급박하게 개최를 감행한 탓에 시상식 중간 중간 매끄럽지 못한 진행이 포착되기도 했다. 시상식 말미 영화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이 소신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현재의 무의미한 힘 겨루기와 책임 회피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여론이 환기되고 있다. 
이병헌은 지난 27일 시상식 무대에 오르며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남우주연상 후보 중 유일하게 참석한 그는 "제가 대종상을 처음 받았던 때는 20년 전 신인상 당시였다. 정말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꼭 무대에 서고 싶은 영예로운 시상식이었다. 그래서 설레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참석했었다"고 입을 연 뒤 "그런데 시상식에 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상을 받는 게 너무나 기쁜 일인데 기쁨보다 무거운 마음이 앞선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대종상이 그동안 참 말이 많았고 문제가 많았다.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느낌이 있는 건 여러분도 느끼고 계시다"고 말했다.

영화팬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53회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영화팬들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53회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를 기다리고 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또 이병헌은 "50년 넘게 긴 시간을 지나온 대종상 영화제가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는 게 단 시간에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긴 시간 명맥을 유지하고 명예로웠던 시상식이 불명예스럽게 없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면서 "어떤 것이 현명한 방법이고 해결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변화라는 건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되기보다는 모두가 한 마음으로 조금씩 고민하고 노력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젠 후배들이 20년 전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갖고 고민하고 노력해서 지켜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하며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병헌은 남녀주연상 후보 중 유일하게 참석한 배우다. 그 역시도 동료 배우들이 (촬영 스케줄 때문에) 대거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홀로 참석 소식을 알리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종상 영화제에 오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이야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던 그의 모습도 안타깝게 보였다. 배우로서 최고의 상을 받으면서까지 개인적인 소감은 전부 배제하고 대종상 영화제 사태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할 수밖에 없던 그의 모습은 모두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대종상 영화제의 고질적인 문제는 결국 양측 모두 등을 돌리게 만들며 갈등을 최고조로 키웠다. 지난해 "대리수상은 불가하다"고 권위적으로 공표해 배우들의 공분을 샀고, 시상의 공정성마저 신뢰를 잃으면서 배우들의 불참 선언을 야기했다. 조직위원장인 일광그룹 회장이 방산 비리로 구속되고 시상식 보조금을 둘러싼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내부 분쟁으로 53년간 이뤄온 명예는 추락하고 말았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는 배우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일 뿐, 수상작과 수상자 선정 방식을 두고 신뢰를 잃은 것과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것이 고질적인 문제였다고 말한다.
배우 이병헌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배우 이병헌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 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star / 고아라 기자

이번 대종상 영화제를 앞두고 주최 측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머리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거나, "대종상이 아프다"고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갈등을 너무나 성급하게 봉합하고 개최를 무리하게 감행하려는 듯한 인상에 배우들은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물론 개최가 갑자기 확정됐기에 배우들은 스케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배우 수상 후보들 중 유일하게 참석한 이가 이병헌, 김환희, 김희진, 최리인 만큼 스태프를 통해 수상 소감을 보내온 이를 제외하고 존폐 위기의 시상식을 지켜주려는 진심을 보이진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영화 팬들 역시 고자세로 일관하는 배우들을 보며 "똑같다" "보기 좋지 않다"고 비난했다. 

배우들이 원하는 것이 대종상 시상식의 폐지가 아니라면 이들 역시 이젠 협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종상 영화제 측도 언론의 비난을 문제 삼는다거나 넋두리 섞인 하소연으로 감정에 호소하지 말고 불참을 선언한 배우들과 실질적으로 소통하며 명예를 회복에 힘 써야 한다. 무리하게 시상식을 감행할 만큼 전통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면 시대에 맞는, 좀 더 민주적인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때다. 그게 실질적인 전통 고수 방법이다. 더 내려갈 곳도 없는 대종상 영화제가 명예를 회복하지 않길 바라는 이는 사실 없다. 그 명예가 퇴색된 데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더 많다. 기본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 그 진심과 의지만 보여준다면 내년에는 이 같은 촌극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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