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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불법 저지르고 '적법절차' 방패삼는 대통령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2-21 06:00 송고
윤진희 기자© News1

시대의 무모한 타락을 개탄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대통령은 범죄혐의를 받고 있고, 그러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과거 한국은 불투명한 사회였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변화가 시작됐고 그 변화는 나라 곳곳에 스며들고 있었다. 국민 대다수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투명사회’를 완성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친구와 사제지간의 사사로운 만남조차 통제하는 ‘김영란법’에 열광적 지지를 보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사회는 흙탕물에 잠겼다. 그리고 한국은 다시 불투명사회로 회귀했다.

국민들이 투명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현 정권의 비선실세 의혹이 대두되자 국민들의 가치관은 붕괴했다.

국민들은 도대체 ‘최순실’이라는 자가 누군데 대통령 이상의 권력을 행사했는지,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잠시 국민의 대표직을 수행하도록 국가권력을 위임한 대통령에 의해 구성된 정부는 최씨를 위해 움직였고, 최씨는 정부의 힘을 빌려 부를 축적했다. 진실이 밝혀질 무렵이 되자 서로 결탁해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윽박질렀다.

‘비선실세의 전횡’이라는 수치스러운 사실을 대중에게 알려 대중이 범죄행위를 인지하고 대중의 힘으로 ‘비정상 상태’를 종식시키기를 바랐던 한 경찰관은 홀로 외로이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 근간인 헌법은 뿌리째 흔들렸다.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들이 보장받는 헌법상의 모든 권리는 대통령을 통해 ‘비선실세’가 누린 ‘특혜’보다 하위개념으로 전락했다.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수차례 쓰라린 아픔을 안겨줬던 공권력은 비선실세와 관련자들의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는데 동원됐다.

대통령은 사과 아닌 사과를 했고 자신의 과오가 아닌 ‘최순실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고의적으로 저질러진 비행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실수였다는 얘긴데 어물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었다.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친분관계’를 언급한 감상주의적 발언과 그때그때의 위기만을 면하고자 하는 ‘근시안적 대응’은 국민들을 더욱 더 좌절하고 분노케 했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누군가의 업무수첩, 몇 개의 날짜, 연설 원고들이 진실의 파편들인데 이것들 사이에 믿을만한 연결은 없고 이들 파편들이 진실인지조차 의심스럽다. 국민들은 진실을 찾고 싶어 일손을 멈추고 국정조사를 중계하는 tv를 시청하고, 생업을 제쳐두고 최순실의 공판을 지켜보지만 국민들이 읽어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의문뿐이다. 진실과 진술과 거짓이 계속 돌고 돌기 때문이다.  

국회의 국정조사장에 나온 증인들은 모두 기억을 상실했다. 야비한 뒷이야기들은 모두 기억의 블랙홀에 갇혔다. 하지만 세상에 서서히,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진실의 파편들이 기억을 상실한 그들보다 더욱 더 그들의 행적을 잘 이야기해준다. 철저하게 은폐됐던 권력의 부패는 현 정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한다.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대통령이 늘 강조하던 ‘법과 원칙’은 오로지 국민들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자신과 그 주변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대의기관인 국회가 압도적 숫자로 탄핵을 의결했음에도 아랑곳 않는다.

법을 위반해 그 책임을 지워야 하는데 자꾸 법의 장막 뒤로 숨는다. 그렇게나 억울하다면 왜 정정당당하게 잘잘못을 가리는 일을 지체하려 하는가.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가 없어 억울했다던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의 탄핵절차에 형사재판의 원칙을 적용하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시간은 지체된다.

헌법을 유린하고 법률 그것도 형사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은 국민들에 적용했던 ‘법과 원칙’의 잣대와는 전혀 다른 원칙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싶어 한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무시됐던 ‘적법절차’와 ‘헌법의 기본원리’을 이제는 방패로 삼고자 한다. 설령 대통령일지라도 ‘적법절차’를 적용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대리인들이 주장하는 ‘적법절차’는 말만 ‘적법절차’일뿐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시대상황에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던 법률가들은 대통령의 ‘적법절차’에 한숨을 내쉰다.

대통령의 대리인들이 헌재에 항변했던 ‘무죄추정의 원칙’은 탄핵심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탄핵은 선임된 국가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자신의 대표자에게 더 이상 통치 권력을 맡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을 때 재직 도중이라도 권력 신탁을 철회함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다시 거둬들이는 제도다. 잇따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지지율은 4~5%에 불과하고, 전체국민의 80%가 헌재의 탄핵인용을 촉구하고 있다.

억울한 것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진정 억울함이 크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에 정정당당하게 응하는 것도 억울함을 풀수 있는 한 방법이 될수 있을 것이다.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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