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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충북 사건사고 결산] 사라진 인간존엄…엽기사건·인재사고 얼룩

장애인 착취, 시신유기, 80대 여성 살인사건 등
여전한 산업현장 안전불감증 소중한 목숨 잃어

(충북ㆍ세종=뉴스1) 남궁형진 기자 | 2016-12-19 07:10 송고
충북의 2016년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사고가 유독 많았던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장애인 상대 잇단 노동력 착취…부끄러운 장애인식 수준

20년 노예 지적 장애인이 살던 쪽방(우측 문) © News1 김용빈 기자

소위 ‘XX 노예’로 불린 장애인 착취 사건은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청주 오창읍의 한 축사에서 40대 지적장애 2급 남성이 17년 동안 무임금 강제 노동과 가혹행위에 시달린 사실이 드러났다.

본명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만득이’로 불린 이 남성은 축사를 빠져나와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악몽같은 시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청원구 내수읍에서 지적장애 3급 남성이 20년간 타이어 수리점과 식당에서 무임금 노동과 폭행, 폭언 피해를 받고 장애인수당까지 빼앗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각각 ‘축사 노예’, ‘타이어 노예’로 불렸고 가해자들은 현재 재판을 받거나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가혹행위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이 밖에 충주의 한 토마토 농장과 청주의 한 애호박 농장에서 유사 사례가 이어졌고 충주의 한 미용실에서는 장애인 등을 상대로 바가지 요금을 책정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진실은 숨길 수 없다…수면 위로 드러난 강력범죄
    
자신의 아이를 숨지게하고 유기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모(37)씨의 남편 안모씨(39)가 충북 진천군 백곡저수지 인근 한 야산에서 시체 유기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2016.3.26/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지난 3월 청주에서는 친모의 가혹행위로 4살 여자아이가 숨지고 시신까지 유기된 사건이 5년 만에 드러나 충격을 줬다.

올해 초 정부의 미취학 아동 전수 조사가 시작되면서 교육당국과 행정기관이 청주의 한 9살 여자 아이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고 경찰은 부모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경찰조사 이후 아이의 친모는 2011년 12월 당시 4살인 딸이 자신의 가혹행위로 숨지자 남편과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아내와 함께 의붓딸의 시신을 유기한 안모씨(39)를 구속한 뒤 시신을 찾기 위해 진천의 한 야산에서 수 차례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결국 시신을 찾지 못했다.

안씨는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24일 음성 동거녀 암매장 사건 피의자 이모씨(38) 형제를 상대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현장검증은 상당서 수사과 당직실과 주차장에서 사건 당시 이씨가 동거녀 A씨(40)를 숨지게 한 장면과 이들 형제가 암매장하기 위해 피해자의 시신을 통에 담아 옮기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이씨가 현장 검증을 위해 당직실로 향하고 있다. 2016.10.24./뉴스1 © News1 남궁형진 기자

지난 10월에는 동거남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여성의 시신이 한 경찰관의 집념에 4년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2012년 음성에서 한 남성이 이별을 요구하는 동거녀를 폭행, 숨지게 한 뒤 동생과 함께 여성의 시신을 유기했지만 지난해 이 같은 소문을 들은 충북 청주의 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동거녀를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이모씨(38)와 이에 가담한 동생(36)을 구속했다.

충북 증평군 80대 할머니 살인사건 피의자 신모씨(58)가 29일 범행 현장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신씨는 시골 마을에 사는 A씨(80)를 목졸라 살해하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5.29/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지난 5월 증평에서는 허술한 검시제도와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살인사건이 일반 병사로 처리됐던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5월 16일 증평에 사는 청각장애인 신모씨(58)는 인근의 한 주택에 침입해 집주인 A씨(80·여)를 추행하고 목졸라 살해한 뒤 농산물을 훔쳤다.

A씨는 숨진 지 5일이 지난 뒤 집을 찾은 아들에 의해 발견됐고 경찰은 증평의 한 병원에서 발급받은 검안서를 토대로 단순 변사처리 했다.

하지만 집안 CCTV를 확인한 유족들이 살인사건임을 확인했고 경찰은 뒤늦게 수사에 나서 신씨를 붙잡았지만 초동수사 부실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또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은 징계를 받았다.

여기에 검안서를 발급한 의사가 시간제로 근무, 자격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의사의 이름으로 검안서를 발급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현행 검시제도의 문제점까지 드러났다.

◇여전한 안전불감증… 소중한 생명 잃어

20일 오후 3시2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유제품가공공장 정화조에서 A씨(46)와 B씨(49), C씨(44)등 3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조대가 근로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청주서부소방서 제공) 2016.8.20/뉴스1 © News1 남궁형진 기자

    
지난 8월 청주의 한 유제품 공장 정화조에서 배수 작업을 벌이던 근로자 3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당시 권모씨(46)는 별도의 안전장비 없이 정화조 안에 들어갔다가 곧바로 의식을 잃었고 동료인 박상준씨와 금교훈씨가 따라 들어갔지만 이들 역시 의식을 잃고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숨졌다.

당시 정화조는 더운 날씨로 오수가 부패하며 나온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로 가득했지만 회사에 별도의 안전장비는 없었고 경찰은 이를 이유로 이 공장 안전관리자를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와 금씨는 동료를 위해 정화조 안으로 진입한 점을 인정받아 최근 의사자로 인정됐다.
    
 12일에는 청주의 한 공장 외벽 패널 작업을 하던 서모씨(53) 4명이 8m 아래로 추락, 서씨와 그의 동생(48)이 숨지고 다른 동생(49)과 인무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은 작업자들이 올라탄 크레인 운반구© News1


지난 12일에는 청주의 한 공장 외벽 패널 작업을 하던 서모씨(53) 4명이 8m 아래로 추락, 서씨와 그의 동생(48)이 숨지고 다른 동생(49)과 인부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는 당시 작업을 위해 이들이 올라탄 크레인 운반구가 분리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인에 운반구를 설치해 사람이 올라타는 것은 규정을 어긴 것으로 이번 사고는 산업·공사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한 뒤 관련자 등에 대한 처벌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n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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