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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외국인이 '박근혜 퇴진' 외치면 추방?

출입국관리법 17조 ‘외국인 정치활동 금지’
"전근대적 인권 침해 우려 발상"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2016-12-09 07:00 송고 | 2016-12-09 09:19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여한 외국인들.  /뉴스1 DB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 참여한 외국인들.  /뉴스1 DB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시국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혹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진실 규명 촉구’ 구호를 외치면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지금 현행법상으로는 단순히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해외추방까지도 가능하다.

대한민국 국민과 외국인의 출입국관리와 관련해 규정한 출입국관리법이 외국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는 202만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등록법에 의해 보호받는 ‘등록 외국인’은 117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91일 이상 국내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인구 수를 산정할 때 이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이 국내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일은 기본적으로 금지돼 있다.

‘대한민국에 체류한 외국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출입국관리법 제17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에서 단순한 대자보 작성에서 집회 참가, 시국선언 등을 할 경우 최대 국외추방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 조항이 외국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법적으로 제한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 5일 한국뉴욕주립대와 한국조지메이슨대, 한국겐트대, 한국유타대 등 외국대학캠퍼스가 있는 인천글로벌캠퍼스 소속 학생 50여명은 ‘박 대통령 퇴진과 박근혜·최순실게이트 진실 규명 촉구 시국선언’을 하려 했지만 반쪽짜리 시국선언에 그쳤다.

당초 이 시국선언에는 미국인과 중국인 유학생 여러 명이 동참키로 했지만 학교 측이 출입국관리법 17조의 내용을 통보하면서 부담을 느낀 외국인 유학생들이 선언에서 빠졌다.

이들이 발표할 시국선언은 “현 시국에 대한 조속하고 청렴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시국선언을 지켜본 한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에서 이뤄지는 평화적인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알고 있다”며 “함께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담이 커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조영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지방자치법에서 외국인 출마를 허용하고 노동조합 결성 등 근로기준향상을 위한 활동을 제외한 외국인의 정치활동은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라며 “외국인도 헌법 상 기본권을 가진 주체로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현행 출입국관리법 17조는 이러한 것을 제한하기 때문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1985년 유엔(UN)이 채택한 ‘외국인의 권리에 관한 유엔 총회 선언’에서도 “국가의 안보, 공공의 안녕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 모든 외국인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항에서 언급한 ‘정치활동’이라는 말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정치활동의 범위를 명시하지 않아 기준 없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대·19대 국회에서도 이 조항에 대한 개정안이 여러 차례 제출됐지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출입국관리법이 외국인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재 출입국관리소와 경찰 등이 실제로 이들의 활동을 수사한 기록은 없다.

조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 17조의 근본적 문제는 외국인의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라며 “외국인의 인권을 보장하되 예외적으로 제약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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