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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에이즈 환자 매일 26명씩 증가…동성간 성관계 주요인

두테르테 정부 적극 대응 시사…가톨릭계 반발 관건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2016-12-08 17:43 송고
필리핀 성소수자(LGBT) 단체 회원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세계 에이즈의날을 맞아 에이즈 확산 방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필리핀 성소수자(LGBT) 단체 회원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세계 에이즈의날을 맞아 에이즈 확산 방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젠 '에이즈와의 전쟁'까지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8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에이즈(AIDS) 바이러스(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매일 26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1년부터 2015년 사이에 15~24세 청년 에이즈 환자는 무려 780%나 증가했다.

특히 동성간 성관계에 의한 에이즈 감염이 최근 5년만에 10배 급증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1984년에서 2016년 6월 사이 발생한 에이즈 환자 3만5000명 중 동성간 성관계에 의한 감염자는 81%에 달한다.

필리핀에서 에이즈 환자가 겉잡을 수 없이 증가하는 것은 교육의 부재 때문이다. 국민의 80%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은 낙태와 이혼,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혼전 성관계, 동성애를 전제로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HRW는 보고서에서 "에이즈 예방에 효과적인 전국가적 교육이 완전히 부재한 상황"이라며 "법으로 콘돔 사용이 금지돼있고, 18세 이하 청소년은 부모 동의 없이 에이즈 검사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콘데 HRW 필리핀 조사관은 "에이즈가 실제 확산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으나 당국은 거의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두테르테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이달 초 필리핀 보건부(DOH)는 내년부터 전국 학교에 콘돔과 에이즈 자체 진단 키트를 배포한다고 밝혔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출산보건법'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은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피임 도구를 무료로 배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가톨릭계의 반발로 무려 13년간 의회에서 계류됐고, 2012년 상·하원 통과 후 2014년에 시행됐다.

성교육과 피임 기구 배포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던 가톨릭계도 최근 들어 조금씩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 천주교주교회의(CBCP)는 "이제는 에이즈에 대한 우리의 지식, 자각, 인식을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콘데 조사관은 "두테르테 정부의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며 "그러나 이전 정권에서 가톨릭계가 강하게 반발해온 만큼 두테르테의 계획이 온전히 이행될 수 있을진 의문"이라고 밝혔다.


y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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