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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핵심가린 서울시 감사보고서 공개 왜?

건설업체 등 익명처리에 "알권리 침해"비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감사는 특혜" 지적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2016-12-07 06:10 송고 | 2016-12-07 17:44 최종수정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6년 제1차 건설하도급 기획감사 결과' 보고서. 핵심 정보가 익명처리돼 있다. /뉴스1 © News1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6년 제1차 건설하도급 기획감사 결과' 보고서. 핵심 정보가 익명처리돼 있다. /뉴스1 © News1

서울시가 관급공사 하도급 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감사를 벌인 뒤 감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시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건설업체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최근 '2016년 제1차 건설하도급 기획감사 결과'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감사는 지난 3월23일부터 4월1일까지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SH공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서울시에서 발주한 관급 건설공사 하도급 관리실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목적이다. 주로 △하도급 민원에 대한 관리실태 △불법·불공정 하도급 행위 여부 및 관리실태 △하도급 계약 통보 및 심사 적정성 △건설기술자 현장배치 적정성 △하도급 대금 등 지급 적정성 등을 점검했다.

감사결과, 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발주한 다수의 공구에서 건설공사 기재사항 지연통보 및 관리소홀, 건설기술자 배치기준 위반, 근로계약서 작성의무 불이행 등 12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SH공사에서는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부적정, 건설기계 대여대금 지급 부정 등 11건의 위법행위가 드러났다.

그러나 이 같은 감사결과가 전문파일(PDF) 형태로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됐음에도 대부분의 핵심정보가 익명 처리된 반쪽짜리 형태로 공개됐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6년 제1차 건설하도급 기획감사 결과' 보고서. 핵심 정보가 익명처리돼 있다. /뉴스1 © News1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6년 제1차 건설하도급 기획감사 결과' 보고서. 핵심 정보가 익명처리돼 있다. /뉴스1 © News1

◇외계인 문서같은 감사보고서…"왜 공개했나"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보면 감사대상으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SH공사라는 사실만 공개되고 세부 공사 관련 정보는 '◎◎◎◎◎◎ ◎◎공사(◎공구)', '◎◎◎◎◎◎ ◎◎◎ 및 ◎◎◎◎◎ ◎,◎◎◎ ◎◎◎◎◎◎◎ ◎◎공사' 등 식으로 공개됐다.

각 항목별로 위반사항을 지적하는 본문은 점입가경이다. 아래는 보고서 본문의 일부 발췌내용.  

"도시기반시설본부에서는 ◎◎◎◎◎◎ ◎◎공사 (◎공구) (이하 ◎◎ ◎◎공사라 한다)를 수급인 ㈜◎◎(대표 ◎◎◎ 외 1인)와 장기계속공사로 도급계약('08. 12. 30.~'17. 12. 31. 계약금액: 176,063백만원)을 체결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 ◎◎)◎-◎공구 ◎◎공사(이하 ◎◎◎ ◎◎공사라 한다.)는 ◎◎◎◎㈜(대표 ◎◎◎) 외 1개 업체1)(이하 '◎◎◎◎이라 한다)와 장기계속공사로 도급계약(계약기간 : '15. 3. 30. ~'19. 3. 28. 계약금액: 68,083백만원)을 체결하여 시행하고 있다"(도시기반시설본부 감사결과 처분요구, 3P)

"SH공사에서는 ◎◎◎◎◎◎◎◎◎◎ ◎, ◎◎◎ ◎◎◎ ◎◎공사(이하 이 건 공사라 한다.)를 공동수급인 ◎◎◎◎㈜(대표 ◎◎◎) 외 1개 업체1)(이하 ◎◎◎◎이라 한다.)와 도급계약('14. 12. 16.~'17. 12. 23. 계약금액: 120,741백만원)을 체결하여 시행하고 있고"(SH공사 감사결과 처분요구, 67P)

SH공사의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서 미작성 및 대여대금 지급보증서 미발급'에 대한 지적 부분에서는 5개 하도급 업체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건설기계 29대를 임대하면서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감사위는 보고서에 '하도급 계약 현황' 자료를 첨부하면서 수급인 정보와 하수급인 정보를 익명처리했다. 대신 공사명(토공 및 흙막이공사, 파일항타공사 등)과 계약기간·금액만 공개처리했다.

'건설기계 입대차계약서 미작성 목록' 등 별도 붙임자료도 건설업체, 건설기계대여업자 등 정보를 모두 익명처리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6년 제1차 건설하도급 기획감사 결과' 보고서. 핵심 정보가 익명처리돼 있다. /뉴스1 © News1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16년 제1차 건설하도급 기획감사 결과' 보고서. 핵심 정보가 익명처리돼 있다. /뉴스1 © News1

개요 설명부터 위법 행위가 이뤄진 건설공사 공구, 하도급업체, 업체 대표이름 등 각종 정보가 보고서 전반에 걸쳐 익명 처리된 것을 알 수 있다.

익명 처리된 정보는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국가안전보장, 국방, 통일, 사생활을 비롯한 개인정보 등과는 무관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 행정자치부의 지자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은 지자체가 발주 공사의 계약상대자, 계약내용은 물론 감리·감독·검사의 현황까지 전반적인 사항을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은 자기가 낸 세금으로 진행되는 시 관급공사 과정에서 어떤 업체가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지 확인하려면 정보공개청구라는 귀찮은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보소통광장'을 운영하면서 국가안보나 업무상 기밀, 개인정보 등에 해당하는 정보를 제외하고 결재문서 등 각종 행정정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투명행정을 강조하는 것과는 배치된다.

서울시 감사위가 시민의 알권리는 등한시하고 건설업체 편의만 봐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공개 대상이 아닌데도 시민이 알아야 할 핵심 정보를 비공개하는 관행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 감사위는 지난달 서울시립 사회복지지시설서 무자격자를 사회복지사로 채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해당 사회복지시설이 어디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달 서울시 산하 한 여성발전센터가 '음양오행(陰陽五行)' 관련 내용을 수년간 직업교육으로 운영해오다 적발됐다는 특정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센터명을 공개하지 않아 혼란을 부추겼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정보공개정책과까지 만들고 비공개사유를 밝히도록 하고 있는 서울시 행정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법 43조 및 동법 시행령 124조, 행자부 예규에 따라 지자체의 모든 계약은 계약자명까지 모든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형찬 서울시의원(더민주·양천3)은 "일벌백계와 기강확립이 아닌 조직보호를 위한 감사의 모습이다"며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감사는 특혜의 또 다른 모습이다. 숨기지 않는 행정, 투명한 행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감사위 관계자는 "관련법을 지금까지 잘 알지 못해 감사와 관련된 자체 지침에 따라 개인기업과 대표자 이름 등에 대해서는 익명처리를 해 왔다"며 "앞으로 법에 따라 감사보고서에 비공개 대상이 아닌 정보는 제대로 공개하겠다"고 해명했다.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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