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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개헌 국민투표 개시…또하나의 '엑시트' 이끌까

렌치 총리, 정치생명 걸고 '찬성' 호소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2016-12-04 16:21 송고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2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 찬성을 호소하는 마지막 선거유세를 벌였다. 이탈리아는 4일 상원 축소, 중앙정부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 © AFP=뉴스1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2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 찬성을 호소하는 마지막 선거유세를 벌였다. 이탈리아는 4일 상원 축소, 중앙정부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 © AFP=뉴스1

이탈리아에서 4일(현지시간) 마테오 렌치 총리의 정치 운명이 걸린 개헌 국민투표의 막이 올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간 오후 3시) 이탈리아 전역의 투표소에서 46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국민투표가 시작됐다. 투표는 이날 오후 11시(한국시간 5일 오전 7시)에 종료된다.

이번 개헌안 국민투표는 정치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원 권한을 축소하고 하원에 입법 권한을 집중,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헌안은 상원의 역할을 대폭 축소하고 상원의원 수를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상원은 정부 불신임투표에 참여할 수 없으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법안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이탈리아는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하는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파시즘을 이끈 베니토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의 재출현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복잡하고 고된 입법절차로 수년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의회에 체류한 경우가 많았고, 이는 정부 불안과 의회 마비의 원천이 됐다.
실제 이탈리아는 2010년 이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마리오 몬티, 엔리코 레타, 마테오 렌치 등 벌써 4명의 총리를 거쳐왔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지난 70여년 간 63차례나 정권이 바뀌었다.

정부는 이번 개헌을 계기로 사실상 '단원제' 정치 시스템을 개혁, 국정 효율을 제고하고자 한다.

렌치 총리는 이번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총리직에서 물러나 다시는 정계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 이번 국민투표에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었다. 그는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면, 향후 20년간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

만약 렌치 총리가 국민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그는 이탈리아 개혁 움직임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투표를 2주 앞두고 진행된 마지막 여론조사는 대부분 렌치 총리의 개헌 찬성 측이 5%포인트(p) 격차 내외로 개헌 반대파에 패배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욱이 유권자들은 이번 국민투표를 개헌이 아닌 렌치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초래된 정치적 격변이 이탈리아에서 재현되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전면에 내세운 오성운동(M5S)당이 급부상하면서 유럽통합 회의론이 거세게 대두할 것으로 보인다. 렌치 총리가 패배한다면, 반기성 정서를 공유하는 오성운동당과 북부동맹이 새 정부를 구성하고 유로존 탈퇴 여부를 놓고 새로운 국민투표를 부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렌치 총리는 트럼프 현상과 마찬가지로 '샤이 개혁파'의 침묵하는 다수가 이번 국민투표에 대거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결과는 투표함을 봉인을 뜯는 순간까지 섣불리 예측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 결과는 투표 종료 후 수시간 뒤에 나올 전망이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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