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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건강나쁜 80세 회장까지 불러야하나…국조 후유증 우려

원하는 답 얻으려 호통치고 망신줄 가능성 높아
어눌한 말투의 정몽구 회장, 망신당하면 국제적 조롱 우려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6-11-30 05:10 송고 | 2016-11-30 09:36 최종수정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016.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2016.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다룰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12월5일부터 열린다. 여기엔 10대 그룹 총수 8명이 포함된 기업인 9인도 증인으로 채택돼 6일 출석을 요구받았다. 해당 그룹마다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고민이 깊은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38년생으로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팔순을 맞는다. 출석하게 되면 역대 국회 청문회에 나온 기업인 중 최고령이 된다. 강한 체력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예전만 못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정몽구 회장은 10여년 전 심장수술을 받은 바 있다. 협심증과 관상동맥경화협착증 등으로 심장막에 물이 고여 있다는 진단이 내려져 전신 마취까지 받고 가슴을 절개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져 주변의 우려가 크다. 2009년엔 심혈관 질환이 다시 재발해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국정조사 특위는 다음달 6일 9명의 대기업 총수를 한꺼번에 불러 놓고 질의응답을 가질 예정이다. 18명의 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1인당 30분씩만 질의응답해도 최소 10시간이 소요된다. 특위는 기업인 국정조사 시작 시간을 오전 10시로 정했으나 끝나는 시간을 정해 놓지 않았다. 

그간 국정조사에서 보여준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망신주기와 호통치기가 득세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청문회는 정확한 근거와 논리보다 의혹과 '카더라'에 의존해 왔다. 답변을 듣기보다 강의성 질문이 다반사였다. 그 모멸감을 80세 고령의 회장이 10시간 이상 견뎌야 한다. 

정 회장은 평상시에도 어눌한 말투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바 있다. 평소 임직원들에겐 지시를 구체적으로 하고 정확한 맥을 짚어 주지만 대중 앞에선 어눌한 말투를 보여 왔다. 
대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현장 모습이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생중계로 공개되는 것이다. 국회가 현대차를 비롯해 대기업 총수들에게 듣고 싶은 말은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줬다'는 증언일 것이다. 이번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기업인들을 호통치거나 망신주기로 더 많이 흐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고령으로 행동이 느리고 어눌한 말투까지 있는 정 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이같은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 대기업 회장들이 당하는 모습에서 일반인들은 통쾌해하고 해당 정치인에 표를 찍어줄지 모른다. 정치인들은 그렇게 계산된 표를 받을 수 있겠으나 현대차그룹이 입게 될 타격은 계산할 수 없다.

대기업들은 검찰 조사에서 한결같이 피해자란 증언을 해왔다. 실제로 그렇다.

최순실 게이트를 간단히 말하면 청와대와 비선실세가 직권을 남용해 기업들에게 기금을 강요하고 특정 개인이나 특정기업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일이다. 이같은 요구를 듣지 않으면 협박과 보복을 가하기 일쑤였다.

대기업들이 국회 국정조사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없다.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순간 검찰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 뒤에 기업들은 특검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국회에서 기업인들이 새로 언급할 내용은 처음부터 없었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요청에 의해 대기업들이 함께 추렴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현대차그룹과 관련해 최순실 공소장에 적시된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정유라의 동창 부친이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에 2년간 10억원 어치 납품을 할 수 있게 지원해준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최순실이 실소유주인 광고 회사(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제공한 점이다.

그러나 이 모두 외압에 의해 편의를 봐준 것일 뿐 현대차그룹이 대가를 받은 것은 없었다. 전자의 경우 지인 청탁을 받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여 일을 성사시킨뒤 개인적으로 5162만원에 이른 금품을 수취한 비리사건이다.

후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압력이 작용한 경우다. '협조를 안할 경우 세무조사나 각종 인허가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두려워해 광고를 제공'한 것으로 검찰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실제 플레이그라운드에 제공된 정확한 금액도 검찰 발표처럼 70억원이 아닌 9억 10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이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같은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새로운 증언을 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도 없고, 실체도 없는 일이다. 국회의원들도 모를 일이 아닐 테지만 욕심이 앞선 정치권은 배려하지 않았다.

국정조사뒤 시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도 매우 우려스럽다. 현대차그룹은 세계5위 자동차그룹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무서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외신들은 국내 대기업들을 정경유착 기업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정조사에서 정 회장이 어눌한 말투에다 망신까지 당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면 국제적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현대차가 만든 차를 어떻게 믿나'는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차판매가 위축되고 한국 수준이 이렇다며 이미지가 추락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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