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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책]'판도라', 강렬한 메시지와 훌륭한 CG의 조화

영화 '판도라' 리뷰

(서울=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 2016-11-29 18:30 송고
영화 '판도라'는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 재앙을 안긴 그리스 신화 판도라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극 초반, 한 아이가 발전소를 가리키며 "저걸 무슨 상자라고 하던데…"라고 말하면서 영화는 의미심장하게 시작한다. 국내 최초 원전 소재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가 29일 베일을 벗었다. 긴 시간 공들인 만큼 영화의 스케일도 남달랐다.

'판도라'(감독 박정우)는 역대 최대 규모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발전소 직원 재혁(김남길 분)이다. 언뜻 보면 철없는 동네 바보 오빠 같지만 따뜻한 마음과 책임감을 지닌 청년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위기 앞에서 그의 이러한 기질이 아낌없이 드러난다. 자신의 몸을 던져 동료를 구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판도라'가 베일을 벗었다. © News1star/ '판도라' 스틸컷
'판도라'가 베일을 벗었다. © News1star/ '판도라' 스틸컷


재혁의 아버지와 형은 발전소에서 일하다 죽음을 맞았다.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가 방사능에 피폭됐고 가족들은 그가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현재 재혁은 엄마 석여사(김영애 분)와 형수 정혜(문정희 분) 그리고 조카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석여사는 아들이 발전소에서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변변한 재주도 없고 장사도 망해 다시 돌아온 재혁은 선택의 여지 없이 발전소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석여사는 월촌리 대표 주민으로서 발전소의 안전성을 굳게 믿는다. 재혁의 여자친구 연주(김주현 분)가 모든 걸 목격하기 전까지는, 정부의 발표와 발전소 측의 입장을 신뢰했다.

연주는 부모도 형제도 없이 외롭게 자라 재혁과 그의 식구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지내는 씩씩한 여성이다. 원전이 폭발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람들의 피난을 이끌며 남다른 통솔력을 보여준다. 재혁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걱정한다. 발로 뛰며 상황을 체크하는,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다.

'판도라'가 베일을 벗었다. © News1star/ '판도라' 스틸컷
'판도라'가 베일을 벗었다. © News1star/ '판도라' 스틸컷


'판도라'에서는 재혁의 가족과 발전소 직원들의 이야기 외에 정부의 갈등도 그려진다. 젊은 대통령 석호(김명민 분)와 청와대 실세 총리(이경영 분)의 부딪힘은 사태가 악화될수록 더욱 심해진다. 총리는 노후된 원자로 실태를 은폐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단 이유로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나면서 수습 불가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판도라'는 단순히 재미와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4년간의 철저한 사전 조사와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된 제대로 된 재난 블록버스터다. 지난 2012년 '연가시'로 재난 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박정우 감독은 훨씬 더 스케일이 커진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박정우 감독은 "이런 이야기와 규모를 다루는 영화가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길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우리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판도라'가 베일을 벗었다. © News1star/ '판도라' 스틸컷
'판도라'가 베일을 벗었다. © News1star/ '판도라' 스틸컷


감독과 제작진의 전방위적 자료조사와 발전소 내부를 살피기 위한 해외 답사는 현실감 넘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크게 일조했다. 영화는 실제 원전을 보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리얼하게 그려졌고, 사실적 구현으로 인해 관객들의 몰입감은 더욱 높아졌다. 또한 CG 작업에만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다. 영화의 60%에 달하는 CG는 높은 수준을 자랑하며 시각적 놀라움을 선사한다.

제작진들이 쏟아 부은 열정만큼이나 배우들의 진심을 다한 연기도 눈길을 끈다. 재혁 역의 김남길 뿐 아니라 발전소 소장 평섭 역을 맡은 정진영, 재혁의 친구 길섭 역의 김대명, 발전소 인부 감씨 역의 유승목, 길섭의 아버지 공씨 역의 강신일 등이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을 펼쳤다. 재혁의 어머니를 연기한 김영애의 폭발적 모성애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대통령과 총리 역의 김명민, 이경영의 카리스마 대결을 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속도감 있게 쭉쭉 뻗어나가던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신파로 치닫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재난 영화의 공식이라는 점에서 이해 가능한 부분이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만든 감독의 의도가 훌륭하다. 내달 7일 개봉.


uu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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