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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달라' 부탁받고 50대女 살해한 80대男 항소 기각

(부산ㆍ경남=뉴스1) 김항주 기자 | 2016-11-26 08: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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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딸처럼 따르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80대 남성이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주호)는 촉탁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A씨(80)가 ‘양형부당’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주호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양형범위가 대법원 양형기준에 부합하는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볼 수 없고,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이 양형부당으로 제기한 항소는 이유 없다”고 항소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7월 20일. 출소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A씨는 부산 사하구 감천동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퇴행성 척추증 때문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A씨는 이 요양병원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다발성 골절 후유증 등으로 자신보다 먼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B씨(51·여)를 알게 됐고, B씨는 A씨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랐다.
A씨는 올해 3월 30일 이 병원에서 퇴원했고, B씨는 A씨보다 먼저 퇴원한 뒤, 다른 요양병원을 전전하다 괴정동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지난 4월 8일 퇴원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사하구에 있는 한 모텔에서 투숙생활을 하게 됐다.

B씨는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 큰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병원생활을 오래 해왔고 양쪽 목발을 짚지 않고서는 외출을 하지 못해, 심한 통증으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상태였다.

B씨는 A씨에게 자주 “아버지 제 목을 졸라 죽여주세요”라고 말했고, 직접 깨진 병으로 자신의 손목을 긋기도 했다.

A씨는 전과자 신분 때문에 자녀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의지할 데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죽고싶어하는 B씨를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4월 25일 오후 10시께 모텔 방안에서 B씨와 소주 4병을 마시다가, 갑자기 B씨가 A씨에게 “오늘 하자”며 자신을 죽여달라고 요구한 뒤 침대에 똑바로 누워 이불을 덮었다.

A씨는 B씨를 죽이고 자신도 고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기로 마음먹고, 먼저 B씨 옆에 앉아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사람을 죽였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는 만취된 상태로 모텔주변을 배회하다 체포됐다. A씨 팔목에는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 발견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유를 불문하고 피해자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지만, 그럼에도 현재까지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별건으로 집행유예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그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다만 피고인이 신병을 비관한 피해자의 진지한 부탁을 받고 살해했고, 당시 가족과 단절된 채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던 피해자와 피고인의 상황에서 피고인이 그 범행을 회피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사정도 있다”며 “피고인도 범행 직후 자살을 시도하려다 실패한 후 자발적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피해자의 유족 역시 피고인에 대한 중한 처벌까지 바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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