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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포스트 단색화 작가?…예술가의 실존 걸고 살아왔을뿐"

김용익 작가, 일민미술관 회고전 이어 국제갤러리 개인전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6-11-22 12:04 송고 | 2016-11-22 12:13 최종수정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작가 김용익이 자신의 작품 '얇게...더 얇게...’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작가 김용익이 자신의 작품 '얇게...더 얇게...’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포스트 단색화' 작가요? 외부에서 제게 씌운 해석의 틀이죠. 전 그저 제 삶과 예술을 시대에 투영시키며 '진흙투성이'로 살아왔을 뿐입니다."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등 1970~1980년대 활동했던 1930년대생 '단색화' 작가들의 뒤를 잇는 이른바 '포스트 단색화' 작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김용익(69) 작가의 말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미술시장에서도 단색화 이후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1947년생인 김용익 작가는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지난 9~11월 광주비엔날레 등 굵직한 미술제가 잇달아 개막하던 시기,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작가의 40년 화업을 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이 개최된 데 이어, 22일부터는 국내 최대 화랑인 국제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 전민경 국제갤러리 디렉터는 "일민 회고전이 작가의 어제를 보여줬다면, 국제갤러리 개인전은 바로 지금과 앞으로의 작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작가 김용익이 자신의 작품 '얇게...더 얇게...’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작가 김용익이 자신의 작품 '얇게...더 얇게...’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전시 개막에 앞서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김용익 작가는 "포스트 단색화 작가로 꼽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저 실존을 걸고 살아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시대의 흐름을 피하지 않고 내게 닥쳐온 지적인, 예술적인 고민들을 끌어안으며 살아 왔다"는 것이다.

김용익 작가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2년 다니다가 홍대 회화과로 전공을 바꿨다. 그러면서 당시 홍대 교수였던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애제자'가 됐다. 

1980~1990년대에는 민중미술과도 인연을 맺었다. 진보진영으로 인맥과 작업활동 영역을 넓혔고, '대안공간 풀' 창립에도 힘을 보탰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풀'의 대표로 재직했다.

"1970년대는 한국적 모더니즘의 시기였어요. 제게 지적인 도전으로 다가왔고 그래서 몰입했죠. 그러다가 모더니즘의 자기 폐쇄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난 게 '민중미술'이었어요. '아, 이건 한국 미술사의 필연적인 흐름이구나'라는 게 느껴졌죠. 피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쪽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거고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어느 쪽으로도 속하지 않았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선언했다. 작가는 그러한 평가에 대해 "손발이 오그라든다"며 웃었다. 다만 "그때 그때 닥쳐오는 것에 실존을 걸고 순응해왔던 것"이라고 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작가 김용익이 자신의 작품 '얇게...더 얇게...’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작가 김용익이 자신의 작품 '얇게...더 얇게...’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22/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1990년대 '땡땡이' 시리즈 회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 신작 30여점을 선보인다. '모더니즘의 묵시록' '거짓말의 여운 속에서' '얇게 더 얇게', '20년이 지난 후' '유토피아' 시리즈로 각각 이름을 다르게 붙였다.

특히 작가의 작업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테마는 '모더니즘의 묵시록'이다. '땡땡이'가 균일하게 배치된 캔버스 위에 구멍을 뚫거나 물감, 혹은 식물의 액즙을 발라 모더니즘적인 순수한 이미지의 발현을 방해하고 흠집내는 시도다. 전시공간 벽면에는 '모더니즘 미술을 전복시켜 모더니즘 문명의 종말을 보여주겠다는 거창한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이라는 설명이 손글씨로 적혀있다. 그는 문화적 모더니즘과 미술적 모더니즘으로 구분해 설명했다.

"문화적으로는 국가주의, 자본주의 등이 모더니즘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미술적으로는 그리드(Grid)를 통한 질서정연함, 균질하고 통일된 표현방식이죠. 저는 그 표면을 흔들면서 이의를 제기하고 경계를 넓히려는 거고요."

그는 "모더니즘이 갑갑하다"고 말했다. "모더니즘 세상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다른 세상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다 같은 땡땡이로 보일 수 있지 않느냐"는 말에 작가는 '재전유'(Re-appropriation)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모더니즘을 전유하는 것에서 과거 작업들이 시작됐다면, 신작들은 그러한 자신의 작업을 또 다시 재전유한다는 것이다. 

'실존'을 걸고 실천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작업을 해 온 작가는 칠순의 나이에 미술시장의 '가치주'로 재평가받고 있지만 "소극적인 노년의 안주는 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태까지 살아왔던 맥락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지금 나의 실존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이 칠십 먹은 작가가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할 정직한 모습이지 않겠어요."

전시는 12월30일까지.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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