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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비싸게 팔아줄게.골프로 40억만 잃어줘" 사기, 무죄…이유는?

法 "피해자 진술과 개평을 달라고 피고인과 다툰 것 이해불가"

(부산ㆍ경남=뉴스1) 김항주 기자 | 2016-11-20 10:00 송고 | 2016-11-20 10:21 최종수정
자료사진.뉴스1 DB(EPGA 홈페이지). © News1
자료사진.뉴스1 DB(EPGA 홈페이지). © News1

2009년 건축자재 분야 중소기업 사장인 한모씨(65)는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씨(62)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한씨에게 “사장님이 저를 통해 27억원에 산 공장 부지를 대기업에 140억원에 팔아주겠다. 그러려면 로비자금 명목 등으로 4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또 김씨는 한씨에게 “대기업 임원들은 직접 돈을 주면 안 받으니 내기 골프를 해서 일부러 잃어 주면 된다”고 방법까지 설명해줬다.

김씨는 2007년 9월에 한씨에게 공장 부지를 소개해준 사람이었다. 한씨는 당시 미국 ‘프리덤 타워’ 건축 자재 납품 사업과 관련해 공장을 하루빨리 확장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 김씨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이후 김씨는 “함부로 이름을 밝히면 안 되는 대기업의 임원이다”며 한씨에게 골프 멤버로 박모씨(54), 주모씨(54·일용직) 등 3명을 소개했고, 추가로 3명을 더 소개해줘 총 3개의 내기 골프 팀을 만들었다.

김씨가 한씨에게 대기업 인원, 부동산 전문가로 소개시켜준 골프 멤버 6명의 실제 직업은 건설업, 도자기제조업, 일용직 등으로 한씨의 공장 부지를 팔아주거나 직접 매수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씨는 2009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김씨에게 소개받은 골프 멤버들과 경기도 리베라, 제주도 라온·오라 등 전국 골프장에서 20여 차례 내기골프를 쳤다. 

판돈은 한 타당 5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올라갔고, 한씨는 김씨의 지시대로 일부러 OB(공이 경계선 밖으로 나가는 것)를 내거나 퍼팅 실수를 하는 방법으로 경기당 많게는 3억원을 잃었다.

한씨는 수준급(80타·18홀 기준)의 골프 실력을 보유했지만, 돈을 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씨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4월까지 김씨로부터 소개받은 주씨 등 3명으로 구성된 1팀과 8회 골프를 치고 총 15억7500만원을 잃었고, 한씨는 또 2011년 7월부터 9월까지는 2팀과 5회 골프를 쳐 총 10억원을 잃었다.

이뿐만 아니라 한씨는 201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3팀과 13회 골프를 쳐 총 14억8700만원을 잃었다.

돈은 경기가 끝난 뒤 한씨가 골프 멤버의 각자의 계좌로 입금했다.

한씨는 김씨가 말한대로 접대골프로 40억6000만원을 다 잃어주고 나서야 ‘뭔가 일이 꼬인 것 같다’고 판단, 김씨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부장판사 성익경)는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 주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와 형법상 사기로 기소된 박씨에게는 특가법상 사기(내기골프)에 대한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사기 부분에 대해서는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성익경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증거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한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피해자의 진술을 모두 믿기 어렵다”며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 김씨가 마치 이사건 부동산을 매도할 수 있는 위치인 것처럼 피해자를 속이고 공범들을 모집해 사기범행을 계획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 부장판사는 또 “피해자는 부동산 매매대금 140억 중 1/3에 해당하는 40억원을 미리 지출하면서까지 부동산을 팔아야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며 “공소사실에 따르면 약 3년 넘게 피해자, 피고인들이 골프를 쳤다고 나타나있지만, 피해자는 내기골프로 돈을 잃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뽀찌’(개평)를 달라고 하다가 다툰 점도 이해가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자는 피고인들과 라운딩을 하면서 한 번도 돈을 딴 적이 없다고 법정에서 진술했지만, 2011년 12월께 무리하게 45홀 라운딩을 하면서까지 골프를 칠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강한 의문이 든다”며 “위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 특가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하늘 이기웅 변호사는 “본 사건은 사기도박인지 그냥 도박인지가 문제가 된 사건이다”며 “기소된 공동 피고인들 중 2명이 자백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고소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보아 자백한 공동피고인들의 주장까지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다”고 말했다.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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