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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투어탐방]세계적 가치 암각화…울산 역사탐방코스

(울산=뉴스1) 이상문 기자 | 2016-11-18 07:00 송고
편집자주 지자체들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관광산업 활성화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돈이 되는’ 관광 상품 개발에 부심하고 있으며 이웃 지자체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고궁과 명승지 등을 소개하는 ‘시티투어’도 이런 과정을 통해 상품화됐다. 경기도에서만 14개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스1은 지자체별 시티투어를 직접 체험하고 관광객들의 반응 등도 취재, 르포 형식으로 기사화한다.


울산의 국가지정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 © News1
울산의 국가지정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 © News1

울산에서도 역사문화를 테마로 한 관광코스가 있을까?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를 너무 강하게 가지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기대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울산은 신라 천년의 고도인 경주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신라문화권의 다양한 유적들이 산재한다.

매주 화·목·토요일 울산시티투어는 역사탐방코스를 진행한다. 5개 노선 중 산업탐방코스와 함께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코스는 울산이 자랑하는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그리고 신라충신 박제상의 유적을 둘러보도록 짜여졌다.

역사탐방코스는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출발해 울산암각화박물관, 반구대암각화, 천전리각석, 박제상유적 인 치산서원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된다.

지난 12일 이른 추위가 다소 누그러진 주말 오전 역사탐방코스에 탑승한 승객들은 뜻밖에 어린이 손님들이었다. 아이쿱 생협 울산지부 조합원 자녀들 39명이 단체로 울산 역사탐방에 나선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반구대암각화는 대한민국의 자랑

신유희(여·45) 생협 활동가는 “아이쿱 생협에서는 조합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매월 한번씩 ‘쿱키즈’라는 행사를 진행하는 데 이번 달에는 역사투어를 하게 됐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애향심을 갖게 해 주기 위해 울산의 대표 유적지를 찾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씨의 말대로 울산의 대표 유적지는 반구대암각화다. 오전 9시 40분에 울산 남구 롯데관광을 출발한 시티투어 버스는 약 40분 정도 달려 울산 울주군 두동면 울산 암각화 박물관에 먼저 도착했다. 이 박물관에는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그리고 각종 암각화 자료들을 전시해 뒀다.

암각화박물관의 반구대암각화 실물모형 앞에서 문화관광헤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암각화박물관의 반구대암각화 실물모형 앞에서 문화관광헤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반구대암각화가 울산시민들의 식수원인 사연댐을 만들고 난 후 접근하지 못해 가까이서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이곳 박물관에 오면 실물 모형의 암각화가 재현돼 있고 암각화의 다양한 해석을 전시된 자료들로 알 수 있게 했다. 어린이 손님들은 이곳 박물관에서 문화관광해설사 김정희씨로부터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들었다. 선행학습이 있어야 현장에서 실물을 보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각화박물관에서 승객들은 왕복 4km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 반구대암각화를 방문했다. 암각화에 이르는 길은 가을색이 완연해 붉은 단풍이 화려했다. 어린이 승객들은 먼 길을 푸념없이 즐겁게 걸었다.

반구대암각화에 이르렀지만 사연댐이 가로막혀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반구대암각화는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울산의 대표 유적지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암각화 유적이며 세계적으로 그 도상의 특이성이나 선사시대 생활사적 가치로도 빼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연댐이 생겨나면서 평상시에는 수면 밑에 있다가 건기에는 모습을 드러내면서 최근에는 자연 마모가 심각해 암각화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울산의 입장은 시민들의 식수원이 확보되기까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고 문화재청은 우선 수위를 낮춰 암각화부터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둘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역사탐방코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망원경을 통해 반구대암각화를 관찰하고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역사탐방코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망원경을 통해 반구대암각화를 관찰하고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반구대암각화는 가로 약 8m, 세로 약 2~3m 정도의 암벽에 고래·개·늑대·호랑이·사슴·멧돼지·곰·토끼·여우·거북·물고기·사람 등의 형상과 고래잡이 모습, 배와 어부의 모습, 사냥하는 광경 등이 표현됐다. 이곳에 표현된 동물들은 주로 사냥 대상 동물이고 이 동물 가운데에는 교미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과 배가 불룩하여 새끼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동물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므로 이 암각화는 선사시대 생존의 필수요건인 다산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도 담고 있다.

고기잡이배와 그물에 걸려든 고기의 모습도 있고 거대한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도 있어 선사시대 조상들의 생활양식을 그림으로 짐작하게 해 준다.

이 암각화의 제작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약 70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이어져 그려졌다는 학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이들은 사연댐을 사이에 두고 멀리 있는 암각화를 망원경을 통해 살펴봤다, 그러나 생생하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구대암각화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올라 있으며 정식 등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또 다른 암각화 천전리각석…시대의 변천사 간직

어린이 손님들의 걸음걸이가 느려 이날 노선 중 하나인 천전리각석은 아쉽게도 생략이 됐다. 울주군 두동명의 천전리각석은 반구대암각화에서 걸어서 30여분이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국보 제147호로 지정된 천전리각석은 반구대암각화보다 늦은 시기에 제작됐지만 울산의 대표적인 암각화 유적 중 하나다.

암각화박물관에 전시된 천전리각석의 실물 모형. © News1 이상문 기자
암각화박물관에 전시된 천전리각석의 실물 모형. © News1 이상문 기자

천전리각석에는 윗부분에 사슴 등의 동물 모습과 인간 모습, 추상적 도형들이 있고, 그 아래 부분에는 가는 선으로 새겨진 글씨들과 인물, 동물 또는 추상적 도형들이 새겨져 있다. 천전리각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이 이뤄 놓은 작품으로, 선사시대부터 신라 때까지의 생활, 사상 등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어느 특정시대를 대표한다기보다 여러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천전리각석에서 약 30분 정도를 더 달리면 신라 충신 박제상의 유적 중 하나인 치산서원에 도착한다. 여기서 승객들은 점심을 먹게 된다. 이 서원 주변에는 자연식을 즐길 수 있는 토속음식점과 오리, 토종닭 백숙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도 있다. 하지만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하기에는 아무래도 두부요리를 하는 식당이나 간단한 비빔밥집이 편리하다. 이날 참가한 어린이들은 미리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문화관광해설사 김정희씨는 “오늘 승객들은 유치원생들부터 초등학교 5학년 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어 조금 더 쉬운 언어로 울산의 대표적인 유적을 설명하고 있다”며 “울산이 산업도시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전국 각지에서 울산에 취업을 위해 온 사람들이라 가정을 하더라도 아이들의 고향은 울산이므로 울산의 자랑거리 하나 정도는 알아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반구대암각화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해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의 고향인 울산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자랑할 수 있도록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라충신 박제상 세월은 지나도 충의는 남아

치산서원은 신라 눌지왕 시대의 충신 박제상과 그의 부인을 기린 서원이다. 눌지왕이 즉위하던 때 신라의 국력은 약해 고구려와 일본이 그의 형제들을 볼모로 보내줄 것을 제안해 승낙했다. 그러나 눌지왕은 볼모로 간 동생을 그리워하고 왕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박제상은 고구려에 가서 눌지왕의 동생을 구해낸다. 그리고 다시 선걸음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 볼모로 간 왕의 또 다른 동생도 구해서 신라로 돌려보내지만 본인은 그곳에서 잡히고 만다.

치산서원을 중심으로 멀리 보이는 국수봉에는 충신 박제상의 부인과 딸이 일본으로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올라가 바위로 굳어버린 망부석이 있고, 또 다른 산등성이는 바위로 굳은 부인의 혼이 새로 변해 숨었다는 은을암이 있다.

어린이들은 이 서원에서 조국의 소중함과 충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지는 시간을 보냈다.

신라충신 박제상을 기리는 치산서원 앞에서 박제상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신라충신 박제상을 기리는 치산서원 앞에서 박제상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있다. © News1 이상문 기자

자녀와 함께 역사탐방코스에 탑승한 신미경씨(42·여)는 “타지에서 시집와 울산의 역사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 기회를 통해 많이 알게된 것 같다”며 “아이와 함께 울산의 역사를 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교육적인 차원에서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고 울산시민으로 자부심을 가지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격동초등학교 5학년 이재훈군은 “반구대 암각화는 처음 가봤지만 울산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갔기 때문에 매우 뜻깊었다”며 “박세상 유적에서는 나라를 위해 이렇게 목숨을 바칠 정도의 인물이라는 점을 처음 알았고 앞으로 어른이 되면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울산시티투어 역사탐방코스는 오후 4시쯤 마무리 된다.


iou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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