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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수위, 내홍에 업무 올스톱…일정 한달 지연"

[트럼프 시대] 숙청 바람에 절차 지체
인수위에 연락 못받은 현직 관료 부지기수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6-11-16 14:49 송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권력 다툼과 이에 따른 숙청 바람에 휩싸이면서 인수 절차가 거의 중단 지경에 이르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인수위는 '역대 대통령도 유사하게 겪은 문제'란 입장이지만, 새 정권 인선이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속도감 있게 이뤄진 전례에 비춰봤을 때 앞으로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NYT는 이날 트럼프 인수위에서 국가안보 분야 1·2인자 격인 고위급 관료 2명이 해임됐다고 전했다. 각각 하원 정보위원장인 마크 로저스와 로비스트 출신인 매튜 프리드먼이다. 로저스는 차기 정권의 유력한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였다.

로저스와 매튜는 지난 11일 인수위원장에서 낙마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계파로, 이들의 해임은 전통 공화당 진영과 트럼프 측근 세력, 트럼프 일가족이 시작한 인수위 내부의 권력 싸움을 반영한다는 평이다. CNN은 이러한 다툼을 "칼싸움"으로 표현했다.

스탈린식이라는 언급이 나온 이같은 인수위 내부 숙청은 결과적으로 빠르고 계획적으로 이뤄져야 할 차기 행정부의 인선과 정권 인수 과정을 늦추다 못해 거의 "멈춰 버렸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의 주요 기부자이자 현 인수위원 중 하나인 레베카 머서는 최근 공화당 관계자 및 오바마 정부 관료와 나눈 대화에서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차관급 이하 인사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머서는 특히 인수위 절차가 당초 계획보다 1달은 더 늦춰졌으며 촉박한 시한에 쫓기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 AFP=뉴스1

법적인 서류 절차도 인수위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행정부와 협력해 정권 인수를 시작하기 이전 반드시 서명해야 하는 이 문서는 당초 크리스티 주지사가 향후 원활한 인수를 위해 양해각서(MOU)에 대선일 당일 서명한 것이지만, 그가 인수위에서 퇴출된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맡게 됐다.

펜스 당선인은 이날 저녁에야 뉴욕에서 서명을 완료했다. 현재 백악관에서 일하고 있는 관료 팀들은 트럼프 측에 브리핑과 현황 보고를 할 자료를 모두 준비해 놓은 채 대기하고 있는 상태. 서류 절차가 늦어지면서 그만큼 정보 이관도 늦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 관료들은 아직 트럼프 인수위에 정보 넘기는 것을 시작하지 못했다. 이날 오후까지도 법무부와 국방부 등 주요 정부기구 관료들은 트럼프 인수위로부터 연락을 일절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인수위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징후는 트럼프가 당선 직후 외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를 취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가 정보당국의 기밀 및 외교 브리핑을 받지 못한 상태서 이뤄진 이 연락은 전례와 전혀 다른 혼란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9일 저녁 당선 직후 가장 먼저 트럼프와 전화 통화를 한 것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통적으로 가장 가까운 우방국인 영국의 총리와 가장 먼저 전화 통화를 하며 축하를 나눈다. 하지만 이번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럼프와 연락을 취한 건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로부터 약 24시간 뒤였으며 모든 정상 가운데 10번째였다.

NYT는 이같은 트럼프 인수위의 일처리를 "무계획적 본질"이라고 일컬으면서 최근 인수위 분위기를 "확신이 없는 시작"이라고 지칭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중앙)이 15일(현지시간) 정권 인수위원회 인선을 논의하고자 뉴욕 트럼프타워에 도착해 있다. © AFP=뉴스1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중앙)이 15일(현지시간) 정권 인수위원회 인선을 논의하고자 뉴욕 트럼프타워에 도착해 있다. © AFP=뉴스1

하지만 트럼프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측근이자 최근 차기 국무장관 후보로 지목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이날 인수위가 "완벽하게 정상적"이라고 밝혔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이런 차질이 "레이건 전 대통령 인수위에도 있었고 클린턴 전 대통령 때도 관직 임명에 지체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인선은) 어려운 작업이다. 정권 인수는 언제나 작은 결함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주 복잡한 절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조적으로 버락 오바마의 경우 인수위는 2008년 11월 초반부터 인사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유력한 후보를 만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에 관한 자료를 두껍게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오바마 인수위는 소속 위원들에 대한 윤리강령을 대선일로부터 불과 며칠 뒤 마련해 인수위원들의 특별한 이해관계 개입을 제한했다"면서 "반면 트럼프 인수위는 로비스트로 가득하지만 윤리강령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는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국무장관, 법무장관 등 핵심 관직을 포함한 인선을 논의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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