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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 말 한마디면 김종덕 장관이 빨리 해결해줄 것"

김 전 장관 '측근' 목진요 전 아문당 창조원 감독 녹취록 입수
임명 한 달 전부터 직원회의 소집…차은택과 관련 의혹도 제기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6-11-08 15:25 송고 | 2016-11-08 17:13 최종수정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 News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 News1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측근 인사'로 지목된 목진요 연세대 교수가 지난해 3월1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문화창조원 창·제작센터장 겸 예술감독에 임용되기 한 달여 전인 1월20일부터 이미 직원회의를 주재하며 김 전 장관과 친분을 과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목 교수가 내정자 신분으로 회의를 주재하던 시점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났다는 논란이 일었던 전임 이영철 예술감독의 해촉일자와 단 10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문화계에서 기존에 제기됐던 '문체부 장관이 인맥에 따라 부당하게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김 전 장관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의 핵심인물인 차은택씨와는 홍익대 대학원 사제 지간으로 차씨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문체부의 주요 정책에서 전횡을 휘둘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전당 전 직원이 뉴스1에 건넨 녹취 파일에 따르면 목 교수는 지난해 1월20일 문화창조원 사업팀 서울사무소에서 연구원급 이상 직원들과 가진 회의 겸 상견례 자리에서 "내가 장관님한테 가서 '이건 이렇게 해야합니다' 얘기해서 '응' 한마디 받으면 굉장히 빨리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솔루션을 적어 주면 원장님, 장관님이랑만 얘기가 되면 무리함을 무릅쓰고도 (추진)할 것"이라며 "내일까지 짧고 간략하게 문제들에 대해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문화창조원은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과 함께 전당의 5개 원 중 하나로 콘텐츠 기획, 제작, 운영 업무를 총괄했던 핵심 기관이다. 전당 공식 개관을 8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측근 인사'의 대표 사례로 지적됐던 목 교수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이다.

특히 목 교수가 지난해 3월1일 창·제작센터장 겸 예술감독에 정식 임명되기 이미 한 달여 전부터 내정자 신분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국정 농단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의 홍대 대학원 은사인 김 전 장관이 재임시절 홍대 출신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이른바 '차은택-김종덕 라인'을 형성했다는 문화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미디어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는 목 교수는 홍익대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학 석사를 받았다. 김 전 장관과는 홍대 선후배 사이다. 차은택씨 역시 홍대 영상대학원 영상디자인학과 석사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전당 전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목 교수는 이영철 전 문화창조원 전시예술감독(계원대 교수)의 공식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후임으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이 교수는 2015년 1월6일 평가위원회 심사를 받았고 나흘 뒤인 10일 전당 측으로부터 위촉 해지 통보를 받았다. 당시 해임 사유로는 "창조원 계획 및 콘텐츠의 구체성 결여로 개관 일정에 차질이 있다고 판정됐다"는 것을 비롯해 주요 업무추진 일정 지체, 결과보고서 기한 내 제출 의무 불이행 등 4가지가 거론됐다.

이 교수는 목 교수에게 감독 자리를 내주면서 "김 전 장관이 자신의 홍익대 인맥을 요직에 기용하고, 그동안 기획해 온 전시 내용을 모두 뒤엎었다"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 12월 전당의 콘텐츠 기획을 총괄하는 아시아문화개발원 초대원장으로 취임한 뒤 2013년 6월부터 3년 임기로 문화창조원 전시예술감독에 위촉됐으나, 2014년 8월 김종덕 장관이 취임한 지 5개월여만에 해촉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연말 예술감독직에서 물러난 목 교수는 전당의 성공적인 개관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8월 전당 명예예술감독에 위촉되기도 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6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영상감독직을 맡기도 했다. 이로 인해 목 교수의 인사에 '차은택-김종덕 라인'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문화계에서 나오기도 했다.

목 교수는 애초 뉴스1과의 통화에서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목 교수는 "김 전 장관과는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일 뿐, 김 전 장관의 수업을 들은 적도 없다"며 "다만 개인적으로는 알고 있고,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뭐라고 장관을 언급하나"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장관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녹취 파일에 대해서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나도 잘 모르지만 논의 중에는 서로 장관님에 대한 얘기가 자주 오가게 돼 있고, 아마 그러면서 별 생각없이 한 얘기인 것 같다. 실제 장관께 말씀드리거나 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목 교수는 차은택과의 친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홍대 대학원 시절에도 차은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감독 자리에서 밀려나면서 후임이 차은택이라기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개월 동안 준비하던 밀라노엑스포를 어느날 갑자기 차은택에게 뺏겼는데 좋은 감정이 있을리 있느냐"며 "나도 차은택 사단의 피해자이며, 김 전 장관 역시 차은택으로부터 이용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목 교수는 2015년 밀라노엑스포 개막 6개월을 앞둔 2014년 10월말 주관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문체부로 바뀌면서 한국관 설치업체와 맺었던 전시기획 총괄감독직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부처 변경에 따라 한국관의 전시 개념이 바뀌면서 목 교수가 속했던 전시 기획업체는 설치업체에게 선발주받아 작업했던 부분에 대한 정산 명목으로 5억 5000만원을 받았다고 관광공사는 밝혔다.

목 교수는 또 평창 동계올림픽 영상감독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김 전 장관의 '콜'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총감독부터 시작해서 감독들 모두 그 분야에서 나름의 업적이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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