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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타이달(TIDAL)'이 오디오 세상을 바꾸다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칼럼니스트 | 2016-11-06 10:34 송고 | 2016-12-14 10:10 최종수정
‘타이달’(TIDAL)을 들어보셨나요. 타이달은 원래 노르웨이·스웨덴 합작회사인 '아스피로'(Aspiro)가 2014년 출범시킨 무손실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인데, 지난해 1월 미국의 유명 랩퍼인 제이 지가 우리돈으로 620억원에 인수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정식 론칭은 안했지만 국내에서도 여러 방법을 통해 유료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타이달이 정식 론칭한 외국 여행 중에 가입하거나 외국에 있는 친인척을 통해 가입하는 방식이죠.   

사실 뉴스 미디어에서는 이 타이달에 대한 관심도가 산업적 측면에만 집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포털사이트 뉴스 섹션에서 '타이달'을 검색해보면, 지난 7월 애플이 타이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가장 최근 기사입니다. 애플이 비츠뮤직에 이어 타이달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인데, 인수가가 최소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보태집니다. 지난해에는 삼성의 타이달 인수설이 잠시 기사화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오디오 업계와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주제는 바로 이 타이달입니다. 오포, 오렌더, 네임, 린, 에소테릭, 웨이버사, 데논, 루민 등 국내에 출시된 웬만한 유무선 네트워크 플레이어들은 너도나도 '타이달 지원'을 외치고 있습니다. 11월 창간호를 낸 오디오전문지 '하이비'(HiVi)의 경우 아예 메인 특집기사로 'TIDAL이 인생을 바꾼다'를 싣기도 했습니다. 이 잡지가 일본 3개 잡지(HiVi, DigiFi, 헤드폰왕국)의 국내 라이선스판임을 감안하면 일본에서도 타이달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일본도 아직 타이달이 정식 론칭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맥북에 설치된 타이달(TIDAL) 화면. © News1
맥북에 설치된 타이달(TIDAL) 화면. © News1

그러면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뮤직(Apple Music), 구글 플레이 뮤직(Google Play Music), 벅스, 멜론, 엠넷 같은 국내외 수많은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가운데 유독 타이달이 주목받는 것은 왜일까요. 1년여동안 타이달을 이용하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 2가지 이유입니다. 바로 '무손실 CD음질'과 '방대한 음원 보유량' 때문입니다. 

디지털 음원의 음질을 재는 대표적인 척도는 '해상도'(bit depth)와 '샘플률'(sample rate), 그리고 '정보량'(bit rate)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1982년 탄생한 CD입니다. CD는 아날로그 음원을 16비트 해상도와 44.1kHz의 샘플률로 디지털화해 디스크에 심어넣은 저장매체입니다. 특정 순간의 아날로그 음악신호의 위치를 6만5536개(2의 16승. 해상도)로 쪼갠 세로축과, 1초 기준 4만4100개(샘플률)로 쪼갠 가로축의 특정 교차값으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CD의 정보량(비트레이트)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계산을 해보면 1초 동안 CD에 몇 비트의 정보가 담기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로 '16비트 X 4만4100 X 2(스테레오) = 141만1200비트'가 됩니다. 한마디로 CD가 1초 동안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양은 ‘1411kbps’라는 것입니다.     

타이달이 ‘무손실 CD음질’이라는 얘기는 결국 이 ‘1411kbps’의 정보량을 그대로 스트리밍해서 전해준다는 뜻입니다. 이에 비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는 ‘손실’입니다. 멜론 등 국내 서비스와 스포티파이는 최고 320kbps, 애플뮤직은 최고 256kbps에 그칩니다. 파일 타입 역시 타이달은 ‘무압축’ FLAC(오디오파일 저장형식)인데 비해, 멜론은 '압축' MP3(별도 FLAC 서비스가 있지만 이는 다운로드만 가능), 스포티파이는 '압축' Ogg, 애플뮤직은 '압축' AAC 파일입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타이달(TIDAL) 화면 © News1
스마트폰에 설치된 타이달(TIDAL) 화면 © News1

방대한 음원 보유량도 타이달의 강력한 무기로 보여집니다. 애플이 타이달을 인수하려는 것도 음질도 음질이지만 자신들한테 없는 카니에 웨스트, 비욘세, 리한나 등 핫스타들의 음원을 타이달이 독점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타이달에는 4000만곡, 스포티파이에는 3000만곡, 애플뮤직에는 수백만곡이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오디오애호가들이 즐겨 듣는 클래식과 재즈 장르의 카탈로그는 다른 서비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습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타이달이 음악을 소비하는 행태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입니다. 월정액으로 CD 2장 값 정도인 19.99달러(2만2376원)를 내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만 터지면 4000만곡의 음원을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것도 CD음질과 똑같은 상태로 말입니다.

필자 주위에는 벌써부터 타이달 가입 이후 CD 구매를 포기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갈수록 자신이 원하는 CD를 구매하기 쉽지 않은데다, 구매했다 해도 CD에 담긴 음악을 감상하려면 ‘거치형’ CD플레이어가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요즘같은 '21세기 유목민의 시대' 그리고 '포터블의 시대'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감상 방식입니다.    

타이달은 또한 ‘음원 다운로드’라는 오래된 습관에도 철퇴를 가했습니다. 기존 ‘압축’ ‘손실’ MP3 음원을 굳이 다운로드하지 않아도 ‘무압축’ ‘무손실’ FLAC 음원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음원을 다운로드하면 반드시 이를 저장하고 관리할 공간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추가비용’과 ‘추가 시간투자’로 연결됩니다. 최근 2,3년 동안 저장용량을 늘려가며 시장에 스펙 경쟁을 일으켰던 DAP(Digital Audio Player)이 올해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도 저장공간이 필요없는 타이달의 득세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음악 소비 패턴이 이미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타이달의 진가를 알아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음악을 담는 저장매체는 LP에서 카세트테이프를 거쳐 CD, SACD, 블루레이 등으로 바뀌었고, MP3 등장 이후에는 아예 FLAC을 대표로 하는 '16비트/24비트/32비트' PCM(Pulse Code Modulation) 파일이나 1비트 DSD(Direct Stream Digital) 파일에 담겨지게 됐습니다.

음악은 점점 ‘무형’의 존재가 돼버렸고, 한장한장 LP나 CD를 사 모으던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운로드해서라도 디지털 음원을 컴퓨터 하드디스크나 외장하드에 쟁여놓던 그 즐거움 혹은 수고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많은 경우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특히 일부 스마트폰은 24비트 음원을 지원할 정도로 고품질 음악재생에 올인했고, 덩달아 이어폰과 헤드폰의 성능은 웬만한 거치형 스피커를 넘어설 정도로 하이엔드급이 돼 버렸습니다.

더욱이 국내 인터넷과 이동통신망, 와이파이 인프라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굳이 다운로드를 하지않아도(스트리밍), 굳이 한곳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아도(포터블), 고성능 스마트폰과 헤드폰으로 고음질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한번 고품질 음원의 맛을 본 음악애호가들이 타이달에 빠져들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여집니다.      

오디오 칼럼니스트 김편(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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