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TV로그아웃①]'옥중화', 이병훈 월드의 퇴보? 이건 막장 판타지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6-11-07 07:00 송고
'옥중화'는 최종적으로 '막장 판타지 사극'이란 오명만 떠안고 막을 내리게 됐다. 방송 전부터 '사극 거장' 이병훈 PD의 드라마 '마의' 이후 오랜만의 작품이자 세트에만 3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시청자들의 많은 기대감을 모았지만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이상하고 묘한 구석이 많았던 사극이었다. 게다가 MBC가 드라마 '대장금'을 잇는 한류 사극의 탄생을 기대했던 상황에서 '옥중화'는 예상 밖 부진에 시달려야 했고, 시청자들로부터 작품성을 두고 혹평도 받아야 했다. 

지난 6일 밤 10시 방송된 51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극본 최완규 / 연출 이병훈)는 지난 4월30일 첫 방송 당시 17.3%(닐슨 코리아 전국 집계 기준 / 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출발했으나, 5회에서 20.3%를 달성한 이후 줄곧 16%~19%의 시청률을 기록해왔다. 지난달 2일 방송된 41회가 21.4%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20%대 이상의 시청률을 나타냈고, 지난달 30일 방송된 49회가 22.6%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시청률 10%대를 넘기기 쉽지 않은 방송 현실에서 시청률 20%대를 달성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지만, 사실 그간 MBC 주말드라마가 기록해온 평균 시청률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치다. 전작인 '결혼계약'의 최고 시청률은 22.9%였고, '결혼계약'의 전작은 '내 딸, 금사월'의 최고 시청률은 34.9%였다. 시청률이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이 돼서는 안 되지만 보다 훨씬 많은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된 사극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결과를 가져온 이유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옥중화'가 지난 6일 종영했다. © News1star / MBC '옥중화' 캡처
'옥중화'가 지난 6일 종영했다. © News1star / MBC '옥중화' 캡처


# 진세연의 역량 부족
'옥중화'가 혹평을 받은 이유에는 상당히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작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 옥녀 역 진세연의 역량 부족이 가장 많은 질타를 받았다. 50부작의 작품이 끝나도록 개선되지 않는 거친 숨소리와 특유 끝을 올리며 숨을 내쉬는 말투, 염소가 우는 듯한 목소리 등이 방송 내내 지적을 당했다.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에도 진세연은 초지일관으로 한결 같은 연기력을 유지하는 등 개선 의지조차 없어 보였다. "공기 반, 대사 반"이라는 굴욕은 진세연을 내내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진세연이 연기력을 지적당한 대표적인 장면은 신내림 장면, 명종(서하준 분)에게 "죽여달라"고 말하는 장면, 문정왕후(김미숙 분)에게 끌려가 모질게 뺨을 맞는 장면 등이다. 신내림 장면에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괴상한 울음소리를 냈고 눈까지 뒤집는 등의 과한 연기로 실소를 자아냈다. 명종이 후궁 첩지를 내리려 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말하는 장면에선 거친 흐느낌이 극 몰입의 방해를 불러왔다. 눈을 크게 뜨고 문정왕후를 바라보는 장면에선 알 수 없는 표정 연기로 한계를 드러냈다. 

# 천재 옥녀가 조선의 비선실세, 말도 안 되는 캐릭터

무엇보다 개연성을 상실한 옥녀 캐릭터는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야 하는 천재 캐릭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이한 캐릭터였다. 당대의 기인 토정 이지함, 풍수가 전우치, 의적 임꺽정, 명기 황진이, 의녀 대장금 등을 만나 배움을 얻는 과정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냥 옥녀는 남다른 천재성으로 모든 걸 습득한 여성 캐릭터로만 그려졌다. 심지어 명나라 사신단과 중국어로 인삼까지 거래하는 등 어학에도 상당한 천재력을 발휘해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옥녀가 처한 위기는 막장 천재성에 의해 모두 극복, 해결 가능했다. 심지어 조선의 왕 명종까지 옥녀의 천재성에 의지했고 옥녀의 말에 따라 국정을 운영했던 만큼, 옹주가 되기 전 옥녀는 조선의 비선실세였다.

# 외지부의 성공? 그냥 직업 체험기

'옥중화'는 당초 기획 의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옥중화'의 시작은 조선시대의 가장 초라한 그곳, 전옥서였다. 그곳에서 태어난 옥녀가 세상의 온갖 기인들을 만난 후 성장해 억울한 사람들을 변론하는 외지부가 된다는 이야기가 '옥중화'의 본래 기획 의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옥중화'는 옥녀의 신분 회복과 옥녀와 윤태형(정준호 분), 정난정(박주미 분)의 대립각만 돋보였을 뿐이다. 

외지부는 옥녀의 양아버지 지천득(정은표 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등장한 직업적 장치로만 소비됐을 뿐,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옥녀의 의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게다가 전옥서 다모-체탐인-소격서 도류-상단 대행수 등의 과정을 거친 옥녀와 왈파-상단 행수-평시서 주부-외지부를 거친 윤태원의 이야기는 그저 직업 체험기에 지나지 않았다. 

# 사라진 고수, 이해 불가 서하준

윤태원(고수 분)은 옥녀의 멜로 상대였지만 러브라인은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었고, 존재감도 희미해져갔다. 심지어 극 중반부 자신이 권력을 갖지 못한다면 정난정에게 대적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돌연 흑화한 바 있는데, 흑화한 이후 이렇다할 활약 없이 다시 정의로운 외지부가 되려해 시청자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이럴 거면 왜 굳이 성지헌 부친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어째서 흑화를 했느냐는 지적만 들었다.

중간 투입된 명종(서하준 분)은 생각 보다 많은 분량에서 등장했지만 옥녀를 향한 일관되지 않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옥녀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품었던 명종은 갑자기 옥녀를 지키겠다며 후궁 첩지를 내리려다 좌절된 이후 돌연 고민 없이 마음을 쉽게 정리하는 듯했지만, 옥녀가 옹주라는 신분이 드러나자 크게 충격받지 않고 현실에 바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계속 갸웃거리게 만들었지만, 감독과 작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 윤주희와 삼각 러브라인 증발

극 중 기생 이소정(윤주희 분)은 당초 옥녀, 윤태원과 삼각 러브라인을 형성하게 되는 인물이었다. 초반 윤태원은 이소정에게 "그쪽 마음을 얻어보겠다"는 말로 이소정의 마음을 흔들었고, 이소정은 이후 윤태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고 싶다며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윤태원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면서 이 세 사람의 삼각 러브라인 역시 증발해버렸고, 이소정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소소루 기생 캐릭터로만 소모되고 말았다. 감독과 작가는 극 초반 판을 전부 야심차게 깔아놨지만 수습이 전혀 안 되는 듯했다.

# 거장의 불통

이병훈 PD는 베테랑들의 대사 하나 하나까지 본인이 생각하는 뉘앙스와 말투로 지도하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자기 역할을 가장 잘 아는 이는 단연 배우 자신일 테지만, 감독이 고집하는 틀을 벗어나서 캐릭터를 유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그 결과 역량 있는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볼 수 없는 건 당연했다. 시청자들이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여도 끝내 같은 방법을 고수한 감독의 책임이 크지 않을까.



aluem_chang@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