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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Talk]박해진부터 고수까지, 역대 드라마 남주 분량 실종史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6-10-26 17:11 송고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가 51회 종영까지 4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아직 풀지 못한 이야기가 넘쳐나 시청자들의 우려를 더하고 있다. 당초 '옥중화'는 전옥서에서 나고 자란 천재 소녀 옥녀(진세연 분)가 세상의 온갖 기인들을 만나고난 뒤, 외지부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그리기로 했으나 이 같은 맥락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그저 옥녀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한 이야기만 풀어내고 옥녀가 신분을 되찾은 후 정난정(박주미 분)에게 반격하려는 이야기로만 흘러가고 있는 것. 외지부는 옥녀의 양아버지 지천득(정은표 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등장한 직업적 장치로만 소비됐을 뿐,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옥녀의 의지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또 의적 임꺽정, 명기 황진이, 의녀 대장금은 언제 쯤 등장할 것인지 모두의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당대의 기인 토정 이지함, 풍수가 전우치는 극 초반부터 옥녀를 돕는 인물들로 등장했고, 전우치는 현재 옥녀 상단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활약 중이다. 그 과정에서 이지함과 전우치에게 옥녀가 무엇을 배웠는지 과정이 생략된 탓에, 옥녀가 어떤 일에든지 능수능란한 희대의 천재 캐릭터라는 점 또한 이질감만 안기고 있다. 그 때문에 임꺽정과 황진이, 대장금과는 무엇을 할지도 미지수. 게다가 요즘 옥녀는 심지어 명나라 사신단과 중국어로 인삼까지 거래하는 등 어학에도 상당한 천재력을 발휘해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역대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의 분량이 실종됐던 케이스가 주목받고 있다. © News1star DB
역대 드라마 남자 주인공들의 분량이 실종됐던 케이스가 주목받고 있다. © News1star DB


무엇보다 '옥중화'가 비난을 사고 있는 이유는 불분명한 러브라인 때문이기도 하다. 옥녀와 윤태원(고수 분)의 지지부진한 애증의 러브라인은 극 초반부터 지적돼 왔고, 급기야 윤태원은 명종(서하준 분)이 등장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분량이 대거 실종돼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윤태원이란 인물에 대한 감독과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결여된 탓에 더이상 옥녀와 윤태원의 케미스트리는 발휘되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윤태원은 남자주인공의 미덕과 기능을 전부 상실했고, 역대 '남주 실종 사건'에 회자될 만한 오명을 떠안은 인물로 남게 됐다는 점 때문에 '옥중화'의 제작진은 어떠한 이유로도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남주 실종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인 배우들로는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의 박해진, MBC 드라마 '신들의 만찬'과 '화려한 유혹'의 주상욱이 있다. '치즈인더트랩' 당시 유정 선배 역을 맡은 박해진은 홍설(김고은 분)과 백인호(서강준 분)의 갈등과 여타 인물들이 커플로 성사돼 가는 과정에서 분량이 실종돼 버렸고 주상욱은 '신들의 만찬'에서 서브 남자 주인공이었던 이상우에 밀려 쓸쓸하게 퇴장했던 이력이 있다. 당시 여자 주인공이었던 성유리와 이상우가 맺어지는 반전 결말은 시청자들에게도 적지 않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주상욱은 '화려한 유혹'에서도 '할배 파탈' 정진영과 최강희의 아슬아슬한 러브라인에 잠시 밀려나 있기도. 
또 MBC 드라마 '내 딸, 금사월'의 윤현민과 SBS 드라마 '상류사회'의 성준도 분량이 실종되는 아픔을 맛봤다. 윤현민은 '내 딸, 금사월'에서 강찬빈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금사월(백진희 분)과 오혜상(박세영 분) 간의 복수극에 밀려나 있었고, 역대 호구 캐릭터라는 오명도 떠안은 바 있다. 너무나 쉽게 오혜상의 계략에 휘말리고 금사월과 만남, 이별을 반복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피로감만 안기며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캐릭터로 기억되고 있다. 성준 역시 유창수(박형식 분), 이지이(임지연 분) 커플의 인기가 날로 커져가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느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상류사회'로 가장 큰 수혜를 본 이들은 박형식과 임지연이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아닌 이상, 시청자들의 반응과 현장 혹은 외부 상황에 따라 본래 의도와 다르게 드라마 내용이 수정되거나 인물들의 분량이 대폭 수정되는 일은 종종 있어 왔다. 하지만 드라마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연 배우들에 대한 분량 수정은 확실히 다른 문제다. 시청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가장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해진 역시 반 사전제작 드라마였던 '치즈인더트랩' 종영 이후 초기 기획 단계와는 다르게 이야기가 흘러가고 작품성이 훼손된 데 따른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이는 배우는 물론, 작품과 시청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모두가 간과할 순 없는 부분이었다. 

'옥중화' 역시 납득이 되는 선에서 이야기를 펼쳐내고 출연진의 분량을 조절해야 했지만, 명종의 비중을 늘리느라 정작 시청자들이 가장 호기심을 가졌던 부분들을 대거 놓치고 가고 말았다. '옥중화'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진행됐던 기자간담회 당시 이병훈 PD는 "시청자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는데 생각과 다른 점이 많다"며 옥녀와 윤태원의 러브라인을 자신있게 예고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실존인물인 명종조차 옥녀를 보호하기 위해 후궁 첩지를 내리려는 안일한 왕으로 소비되고 말았고, 이병훈 PD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지도 못했다. 그 뿐 아니라 러브라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도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치명적인 오점도 함께 남겼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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