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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라값 폭락에 알바로 내몰린 제주 해녀들

활소라 입찰가 kg당 3천원대 하락…해녀 "조업 중단"
엔저·소비부진에 허덕…"가공·유통 자구노력도 필요"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2016-10-26 07:00 송고 | 2016-10-26 09:32 최종수정
25일 오후 제주 한림항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해녀 경력 55년차 홍경자씨(67·여·제주 한수리)가 동료 해녀들과 함께 물질 대신 그물에 걸린 생선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2016.10.25./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25일 오후 제주 한림항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 해녀 경력 55년차 홍경자씨(67·여·제주 한수리)가 동료 해녀들과 함께 물질 대신 그물에 걸린 생선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2016.10.25./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아이고, 그 가격에? 물질해서 소라 잡을 바에야 이렇게 생선 터는 게 낫지."

25일 오후 제주 한림항에서 만난 홍경자씨(67·여·제주 한수리)는 머리엔 하얀 모자, 허리엔 파란 비닐 앞치마를 하고 그물에 걸린 생선들을 떼어내고 있었다.

선원들의 실력에 비할 것은 못 되지만 바구니에 어종별로 생선을 골라 담는 솜씨가 꽤 능숙해 보였다. 홍씨 주변에 있던 동료 여성들도 그랬다. 작업 중에는 간간히 '하루 일당으로 뭘 할지' 이야기가 오가곤 했다.

알고 보면 이들은 40년 넘게 제주 앞바다에서 물질을 해 온 베테랑 해녀들이다. 홍씨의 경우 10대 때부터 물질을 시작해 올해로 벌써 해녀 경력이 55년에 달했다.

처음 해 보는 일에 손에 상처도, 선원들에게 혼도 많이 났을 법했지만, 홍씨는 "보름 정도 지나고 나니 슬슬 일이 손에 잡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그는 곧 "소라값이 올라야 다시 바다에 들어갈 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한 달간 해녀 '조업중단'…입찰가 치열한 눈치싸움

지금 해녀들은 일종의 파업상태다.

제주시수협과 서귀포수협, 성산포수협, 한림수협, 추자도수협, 모슬포수협 등 제주도내 6개 수협 소속 어촌계 해녀들이 10월 한 달간 조업을 하지 않기로 한 것.

활소라 수매단가가 사상 처음으로 kg당 30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도내 4~5개 수출업체 간 눈치싸움으로 지난 8월 말부터 진행된 활소라 수출업체 선정 입찰이 계속 유찰됐기 때문이다.

활소라는 제주 해녀 수확물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소득원으로, 이들에게 활소라 입찰단가는 한 해 주머니 사정을 좌지우지하는 민감한 요소다.

1, 2차 입찰이 유찰되자 일부 수협에서는 최근 마지못해 주거래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먼저 제주시수협이 kg당 3850원, 이어 서귀포수협이 kg당 4000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금어기(禁漁期)인 6월부터 8월까지 소라를 채취하지 못해 수입이 줄어든 데다 유찰사태를 지켜보며 소라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진 탓이 컸다.

최근 조업을 시작한 해녀 김모씨(60·제주 조천읍)는 "말 그대로 '울며 겨자먹기'다. 소라값이 내려갈 대로 내려갔는데 어쩔 도리가 없지 않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반면 성산포수협, 한림수협, 추자도수협, 모슬포수협은 조업 중단 마지막 날인 31일을 앞두고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최종 입찰단가를 두고 조용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그 사이 해녀들은 바다 대신 귤밭에서, 항구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해녀들은 제 값을 못 치를 경우 조업 중단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조업을 중단한 해녀 좌모씨(61·제주 한림읍)는 "떨어지는 소라값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폭락하는 소라값을 그냥 지켜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소라값이 3000원대로 떨어지면 11월에도, 12월에도 조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제주 한림항에서 해녀들이 물질 대신 그물에 걸린 생선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2016.10.25./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25일 오후 제주 한림항에서 해녀들이 물질 대신 그물에 걸린 생선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2016.10.25./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 국내ㆍ외 소비 부진 영향…"가공·유통 자구노력 필요"


제주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산 활소라 kg당 가격은 하반기 기준 2011년 5300원, 2012년 4900원, 2013년 4250원, 2014년 3920원, 2015년 4300원으로, 5년새 18.8%가량 하락했다.

채취량의 약 70%가 일본에 수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엔저 지속으로 가격경쟁력이 악화되고 있고, 일본 내 젊은 세대들의 기호도 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영향으로 소비가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내수시장에서도 수율이 낮고 가격이 비싼 데다 부산물이 다량 발생하는 등의 한계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2014년부터 관련 보전금을 높이거나 수도권과 대형마트 등에서 시연·시식회를 여는 등 국내 소비 확대를 위한 활소라 가격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 정책으로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우윤필 제주도 수산정책과 계장은 "활소라는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사실상 소비 진작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계속 보전해 주는 방식은 힘들어 내부적으로도 정책적 결정이 필요하겠지만 가공·유통 면에서 해녀·수협의 자구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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