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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홍보만 도움" 주장 朴대통령…PC들여다보니(종합)

최순실에 유출 원고엔 외교안보·업무추정 문서도
후보 시절 TV토론·SNS 관련 문건까지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2016-10-25 21:34 송고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실에서 윤관석, 박경미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지켜보고 있다. 2016.10.25/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실에서 윤관석, 박경미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지켜보고 있다. 2016.10.25/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가 도와준 부분은 연설문, 홍보물 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JTBC를 통해 공개된 화면을 보면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 등 박 대통령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도 다수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5일 '최순실 연설문 사전유출' 의혹과 관련해 "최씨는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 분야에서 제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유출시기에 대해서도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당 PC에서 발견된 연설문 중 2014년 3월 28일 발표된 '드레스덴 연설문'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대북 정책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평가 받는 이 연설문은 박 대통령의 연설이 있기 전 하루 전 최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박 대통령 주장대로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후에는 최씨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취임 후 1년이 지날 때까지 대통령 보좌진이 완비되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JTBC에서 공개한 PC 화면에는 연설문, 홍보물 외에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파일이 존재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아베 신조 총리 특사단 접견자료', '다보스포럼 특사 파견', '호주총리 통화 참고자료', '중국특사단 추천 의원' 등 외교안보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문서들이 존재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월 당선인 시절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 등 아베 총리의 특사단으로부터 친서를 전달받은 바 있다. 또 박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신분이 된 후 특사단의 첫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해 국회의원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적 있다.

호주 총리 등 외국 정상과 대통령 간 통화의 구체적 내용은 엄격하게 보안이 유지돼야 할 기밀사항이기도 하다. JTBC는 최씨가 박 대통령과 길라드 호주 총리 간의 통화 14시간 전에 이 문서를 전달받았는데, 문서 작성 주체는 '외교통상부(MOFAT)'이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작성된 기밀 문서가 최씨에게 전달된 것이다.

또 이 PC 화면에는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평가', '국무회의 말씀자료', '130128고용복지_업무보고_참고자료', '식사,티타임 대상자' 등 대통령 업무와 직접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 역시 존재한다. 이 중에는 '양승태 대법원장 면담 말씀자료'라는 제목의 문서도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정부조직개편안 관련 평가' 역시 2013년 정부조직 개편 전에 최씨에게 전달됐다. '역대 경호처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경호처장 후보군을 정리한 문서로, 이 문서가 최씨에게 전달된 후 청와대 경호실장이 내정돼 최씨가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대통령후보나 인수위 시절 자료도 연설, 홍보 외 직접 업무와 연결된 자료들 역시 다수 눈에 띈다. 'TV토론 관련', '3차 TV연설문', '121228청와대회동_수정' 등 자료가 그것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회동' 관련 자료는 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2년 12월28일 박 대통령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졌던 단독회동 내용을 담은 자료다. 이 자료에는 국채 발행에 소극적이었던 이 전 대통령에게 박 대통령이 국채 발행을 강조했다는 내용 등 회동 이후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현안말씀'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JTBC는 전했다.

JTBC는 이 자료에 이 전 대통령이 당시 북한과 3차례에 걸쳐 비밀 접촉을 가졌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며 외교·안보 분야 기밀 사항까지 최씨에게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또 변추석 인수위 홍보팀장이 임명되기 6일 전 이 내용을 담은 '홍보SNS본부 운영안'이 최씨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취임식이 있기 1달도 더 전에 최씨에게 전달된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대행사 선정 관련 보고' 문건에는 대행사 후보군이 정리돼 있었다. 또 JTBC는 최씨가 취임식 당시 있었던 '오방낭 개봉 행사'의 초안으로 보이는 사진이나 취임 기념우표 초안 등도 취임식 한 달 전에 받았다고 전했다. 취임 기념우표 초안의 작성자는 우정사업본부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PC에서는 박 대통령 휴가기간에 촬영한 사진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사진자료까지 확인됐다.

JTBC 보도에 따르면 '130728_휴가'로 시작되는 이 파일들은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여름 휴가였던 2013년 7월 29일부터 닷새 간 촬영된 사진들이다. 당시 청와대는 휴가 행선지를 극비에 부쳤지만 박 대통령이 30일 SNS에 사진을 직접 올리면서 휴가지가 노출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옷'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여러 문서에 대해서는 최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을 사실상 코치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가계부채_8', '성탄절 민생정보', '중산층_A' 등 정책의 기초자료로 추정되는 자료들 역시 발견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조영관 변호사는 "박 대통령은 보좌진이 갖춰진 이후에는 조언을 안 받았고 조언 대상 역시 개인 연설문 대중 연설문에 한정된 거라고 설명하는데 실제 서류에는 그렇지 않은 게 많다"며 "실제 PC 안에는 국정과 관련된 문서가 더 있다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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