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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으로 본 '40년 지인' 최순실과의 관계·역할, 커지는 의혹

朴대통령, 대국민 사과 통해 의혹 관련 경위 밝혀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2016-10-25 20:05 송고
25일 오후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의혹 관련 대국민사과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16.10.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5일 오후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의혹 관련 대국민사과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16.10.2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의 연설문 사전 수취 및 수정 의혹을 사실상 인정한 모습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아버지 고(故) 최태민 목사를 통해 약 40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파악된다. 1979년 당시 새마음봉사단 총재였던 박 대통령이 행사장에서 단국대 대학원생이자 전국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장이었던 최씨와 조우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관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더 두터워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한 1979년부터 박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7년까지 공백기에도 최씨는 박 대통령 곁을 지켰다고 한다.

둘의 관계는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최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다"고 밝혔다.
최순실씨와의 인연을 '어려울때 도와준 인연'이라는 것으로만 설명했고, 최씨의 역할도 의견과 소감을 전달해주는 것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최순실씨야말로 비선 실세의 몸통이라고 주장하는 야권은 이런 설명은 두루뭉술한 변명에 불과하며 국민의 궁금증을 전혀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씨의 태블릿 PC에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중이던 2012년 8월 육영수 여사 추도식 인사말부터 취임 이후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 파일 등 각종 사전 연설문이 발견됐다는 JTBC 보도를 뒷받침하는 발언인 셈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최씨 PC의 200여개 파일 중에선 연설문이나 공식 발언을 담은 44개 파일뿐만 아니라 국무회의 자료나 2013년 8월 청와대 비서진 개편 자료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 발언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최씨로부터 연설문과 홍보물 표현 등을 도움 받았고, 취임 이후에도 일정 기간 이것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했는데, 가장 최근에 작성된 '드레스덴 연설' 파일은 취임 2년차에 작성됐다.

결국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최소 1년 1개월간 최순실씨로부터 사적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 아울러 연설문이 아닌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인사관련 자료 등을 왜 최순실씨가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또한 사과문에서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그간 박 대통령은 특유의 비유와 강렬한 표현을 넣는 등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이 준비한 원고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수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박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원고를 수정하면서 최씨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심상치 않은 국민 여론을 감안해 적극 사과에 나섰음에도 논란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우선 박 대통령의 인정 여부와 별개로 연설문 사전 유출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혹은 형법 제127조 공무상 비밀의 누설 규정에 따라 위법 행위 여지가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또한 박 대통령 사과 이후 청와대는 책임 규명 몫을 검찰로 돌려 경위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위증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실장은 최씨의 연설문 수정 의혹을 부인하고,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를 두고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지만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일부 언론이 최씨 비선 실세 의혹과 관련한 추가 보도를 예고함에 따라 최씨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gi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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