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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사이버범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현실

개인정보 보호 논란 등으로 범죄 예방은 어려워
경찰 신뢰 향상 급선무…예산·인력 확보도 병행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6-10-22 07:00 송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있는 사이버안전국 모습.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있는 사이버안전국 모습. © News1 박세연 기자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사이버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 개정과 수사 인력 및 예산 확보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4년 이후 사이버범죄 발생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 발생 건수는 2014년 대비 31.4% 증가했다. 구체적인 범죄 발생 건수는 2014년 총 11만109건에서 이듬해 14만4679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른 국내 사이버범죄 연간 손실액은 약 3조6000억원(GDP 대비 0.3%)으로 추산된다. 연간 자연재해 피해액 약 1조7000억원의 2배를 뛰어넘는 액수다.

◇새로운 범죄 나타나지만 예방 어려워

사이버범죄의 증가로 우려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의 발달로 어떤 유형의 범죄가 일어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 다른 하나는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점이다.

현재까지 경찰이 집계한 범죄 유형을 살펴보면 △해킹 △바이러스 유포 △암호해독 △스팸메일 발송 △음란물 배포 △사이버 사기 △마약거래 △돈세탁 △사이버 성폭력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이다.

사이버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미래에는 어떤 범죄가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며 "이는 1980년대 사이버 성폭력이나 스팸메일 같은 범죄를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1999년부터 사이버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수사대를 조직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사이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은 1254명(전체 대비 약 1.19%)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일선 경찰서 사이버범죄 담당 경찰관은 다른 부서 경찰관 대비 사건 처리 건수가 최대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인력과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김연수 전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새로운 치안 수요가 계속 발생하는데 쓸 수 있는 경찰 예산은 부족하다"며 "이제 우리 경찰도 첨단과학기술을 쓸 수 있도록 정부가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고려대 교수는 "실효적인 사이버범죄에 대응 가능하도록 치안 혁신관을 두는 것을 제안한다"며 "아울러 사이버수사를 위한 첨단시설과 조직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리적 뒷받침과 함께 경찰의 예방 활동을 위한 법적 근거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범죄가 발생한 뒤 처벌을 위한 법조항은 다양하게 마련돼 있지만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활동 근거는 현재로써는 없다.

◇범죄 예방 필요하지만 경찰 신뢰 향상이 우선

수백 명이 모여 수백 억원의 판돈을 걸고 도박을 벌인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을 급습한다. 그럼 SNS 단체 채팅방에서 범죄 모의가 이루어진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이곳을 영장 없이 임의로 들여다볼 수 있을까.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경찰관의 범죄 예방 업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상에서 발생하는 경우라면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예방 활동이 어렵다. 범죄 예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에서 경찰의 활동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경찰의 신뢰 향상이 활동을 보장 받을 수 있는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범죄 대응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상충하는 문제의 접점에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있다"며 "따라서 신뢰 확보를 위한 조치가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경찰과 각 정부부처, 사업자 사이에 신뢰 확보를 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 등 후속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권 교수는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사이버범죄 예방기본법'의 방향을 제안했다. 그는 국가와 인터넷사업자, 인터넷사용자에게 범죄 예방을 위한 공동의 노력 의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하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이버범죄 예방 목적이라면 피해신고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 및 공개 가능하도록 하고, 민간업체에게도 예외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고 했다.

황창근 홍익대 법대 교수는 이에 대해 도덕적 문제를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며 우려했다. 황 교수는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국가기관이라면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민간업체에게 이를 수집·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엄격한 요건을 갖추더라도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결국 사이버범죄를 대응하는 경찰법의 근거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경찰법의 가장 기본인 직무집행법을 다시 분석해서 필요한 부분을 적용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미흡한 부분을 특별 규정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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