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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쇳덩어리 방탄복 줘도 안입어"…경찰관피살 예고된 인재

그마저도 부족…2㎏ 새 방탄복은 예산 부족으로 보급 차질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16-10-21 21:03 송고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창호 경감 빈소를 찾은 동료 경찰들이 조문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김창호 경감 빈소를 찾은 동료 경찰들이 조문하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에 의한 경찰관 피살 사건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총소리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김창호 경감(54)은 무방비로 범인 성병대씨(46)의 사제 총기에 맞서다 사망했다. 문제는 방탄복인데, 현재 경찰의 방탄·방검복의 품질과 수효는 상상 이상으로 열악해 총격사건에서 경찰관의 피해는 예고돼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관할하는 강북서 관할 파출소 혹은 지구대 중 배포된 방탄조끼나 방탄복은 총 10벌도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무게가 약 9.5㎏으로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 실제 착용이 어렵다는 게 일선 경찰의 반응이다.

전 경찰 고위 간부 A씨는 "방탄복의 경우 흡사 쇳덩어리 같아 아무도 입지 않는다. 있어도 안 입는 수준"이라면서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짜리 방탄·방검 겸용 방탄복을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엽총 총격 사건 이후 예산을 확보해 올해 안으로 50%, 내년 초까지 순찰차당 2착씩 보급하기로 돼 있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급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이로 인해 또 한 명의 숭고한 희생자가 생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고(故) 김창호 경감이 근무한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에는 지난 2002년 구매한 방탄조끼 한 벌이 전부였다. 번동파출소에는 총 30여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방탄조끼는 한 벌, 방탄복은 한 벌도 없었다. 그마저도 무거워 착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2인1조 출동을 기본으로 하는 상황에서는 활용이 거의 불가능시피하다.

김 경감은 방탄복을 입지 않은 상태로 출동했지만, 김 경감에게 총을 쏜 범인은 검거 당시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어 김 경감이 쏜 실탄 1발을 맞고도 거뜬했다.

A씨는 "총기 전문가의 추천으로 현존 최고 수준의 2.1㎏짜리 미국산 방탄방검복 샘플을 경찰청에 제공했지만 경찰청은 '일단 국산개발에 주력한다'는 입장으로 시간이 지체되기만 했다"며 "'전시에는 철갑탄과 적의 소총을 막아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고 한탄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경기 화성에서 발생한 엽총 난사 사건 이후 방탄복 1100여벌을 일선에 보급했다. 하지만 이는 전국 지구대와 파출소의 수가 1900여곳이라는 점에서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에 경찰은 방탄방검기능을 겸비한 신형 방탄복을 올해 연말까지 일반 경찰용 6100여벌과 대테러작전용 1900여벌 등 총 8000여벌을 일선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구형 방탄복의 경우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일선 경찰을 위해 이번이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산 방탄방검복에 대해서 그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공공 사용 물자는 국내 조달이 원칙"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총기사고가 거의 없어 테러나 경비업무에서 방탄, 방검복의 수요가 컸지만 최근 총기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경찰의 신변 안전을 위해 신형 방탄·방검복을 보급하는 것"이라며 "내년도 예산 책정 과정에서 이 문제를 보다 세부적으로 다뤄 경찰의 신변 안전을 위해 더 많은 방탄·방검복이 도입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오패산 터널에서 숨을 거둔 故 김창호 경감의 동료 경찰들이 20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파출소에서 근조리본을 달고 있다. © News1 최현규 기자
오패산 터널에서 숨을 거둔 故 김창호 경감의 동료 경찰들이 20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파출소에서 근조리본을 달고 있다. © News1 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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