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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없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논란…정말 대안 없나

학교 "시흥캠 무조건 추진" vs 학생 "대학 상업화 우려"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목표 하나로 공유해야"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10-22 07:05 송고
시흥캠퍼스 철회를 주장하는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이 11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본부를 점거하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시흥캠퍼스 추진을 둘러싸고 촉발된 서울대의 학내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시흥캠퍼스를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은 13일째 본부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측은 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빨리 해제되길 기대하면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서울대와 학생들의 입장차는 갈수록 명확해지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총회까지 열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강하게 외치고 있지만, 본부는 시흥캠퍼스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출구가 없는 시흥캠퍼스 논란이 어떻게 촉발됐고 현 주소는 어떤지 짚어봤다.

◇2007년부터 진행된 시흥캠…엇갈리는 소통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계획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인 2007년 처음 나왔다. 당시 서울대는 '장기발전계획 2007-2025'을 발표하면서 "서울대가 2025년까지 전세계 10위권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중 국제캠퍼스 조성은 장기발전계획에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캠퍼스 후보지를 공모했고 2009년 경기 시흥시를 최종 후보지로 확정했다. 시흥캠퍼스 추진은 이후 상당한 속도가 붙었다.

서울대는 2009년 시흥시에 이어 2010년 경기도와도 각각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2011년 시흥시와 기본협약 체결,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3차례에 걸쳐 부속합의서도 체결했다. 시흥시는 서울대학교의 시흥캠퍼스 조성을 조건으로 4500억원의 기금과 66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계획 초반 시흥캠퍼스의 기본 골격은 '국제캠퍼스 및 글로벌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 조성'으로 기숙형 캠퍼스(RC, Residential College)와 5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 글로벌 융복합 연구단지 등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2018년 개교를 목표로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됐다.

그러던 중 갑자기 계획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2013년 일부 언론 보도로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추진 사실이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가장 반발한 쪽은 학생들이었다. 그해 9월 학생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당시 총학생회장단은 삭발을 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학생들은 "기숙형 캠퍼스를 철회하고 시흥캠퍼스를 구성원들과 전면 재논의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약 4000여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형 캠퍼스는 학생들이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학생들은 "강제 기숙 생활이 문제가 될 수 있고 학생 자치와 수업권이 침해될 수 있으며 선후배 간 단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대는 학부생 및 대학원생 대표가 참여하는 대화협의체를 구성했다.

대화협의체가 구성된 후 한동안 학교와 학생은 시흥캠퍼스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런데 대화의 약속은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달에 한번씩 협의체를 열겠다는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온 대화는 2015년 5월 이후로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서 학교와 학생 측의 '소통'에 대한 시각이 갈리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협의체가 유명무실했으며 그나마 협의체에 참여한 학생도 총학생회장 1명이라 의견을 내기가 어려웠다"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학교 측은 "대화협의회 운영뿐만 아니라 25회의 총학생회와의 간담회, 시흥캠퍼스 대토론회 등 학내소통과 의견수렴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시간이 유일한 해결책"

지난 8월 진행된 서울대와 시흥시의 실시협약 체결은 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학생들은 "실시협약 체결 3분 전에 학교가 기습통보를 해왔고, 체결식도 없는 졸속 체결이다"라며 협약 철회를 촉구했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대학 본부로 진입해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연좌 농성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점거 농성의 시발점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왜 직전에야 협약 사실을 통보했을까. 학교 측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라고 토로한다.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는 한 서울대 관계자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사실이 알려지면 가장 좋은 것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라며 "총장님께서도 그 부분을 굉장히 꺼려했고, 협약식도 따로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대한 구성원들만 알 수 있게 하려 했는데 시흥 쪽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득이하게 서울대 측에서도 알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실시협약 체결 후 학교와 학생들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학생들은 지난 10일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요구를 통과시켰고, 본부점거를 결정했다. 당황한 학교 측은 성낙인 총장이 직접 나서서 대화를 시도해보려 했으나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지난 14일에는 외부 인사들을 초청한 제70주년 개교기념식장에 학생들이 기습시위를 벌여 교수들과 논쟁을 벌였다. 이때부터 학교 측의 입장이 한층 냉랭해졌다. 일부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징계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강경한 목소리도 쏟아졌다.

학교 측은 아직까지 징계나 학생들을 본부에서 끌어낼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보다는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나 전면 철회와 관련해서는 "매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흥캠퍼스 추진과 전면 철회라는 서로 다른 전제로 학교 측과 학생들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깊어진 갈등에 대화 채널도 실종된 터라 사태 해결은 더욱 안갯속에 빠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은 시간이 흘러 학생들이 나오길 바랄뿐"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반발하는 학생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기숙형 캠퍼스와 단과대학 이전 등을 전면 철회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공개된 '시흥캠퍼스 추진 기본방향 계획안'에도 드러나 있다. 서울대는 시흥캠퍼스에 △AI·자율주행차 △드론·로봇 △조선해양 △바이오·메디컬 등 차세대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연구 인프라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아직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계속 업데이트는 되고 있다. 핵심은 학생들이 반대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시흥캠퍼스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거기서 얻은 개발이익을 투자받아 짓는 것"이라며 "학벌주의에 기대 서울대의 이름을 팔아 돈을 받아오는 사업이며, 대학이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여전히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시흥캠퍼스 건축 비용은 1조8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민간 사업자를 많이 유치하게 되고 대학의 상업화가 우려된다"며 "규모가 큰 관악캠퍼스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평창 등 캠퍼스를 확장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캠퍼스를 늘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법인화 농성 당시 떠올라…"목표 하나로 공유해야"

이번 시흥캠퍼스 반대 학생들의 점거 농성을 두고 2011년 서울대 법인화 당시 반대 학생들의 농성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당시 학생들은 본부 점거 농성을 약 한달간 했고 락 페스티벌인 본부스탁을 개최하기도 했다. 1960년대 반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우드스탁의 이름을 본따 지은 본부스탁은 이번 점거 농성 학생들도 개최를 준비 중이다.

당시 법인화는 결국 통과됐고 학생들의 점거 농성도 해제됐지만 소통부재와 강행 속에서 상처는 곳곳에 남았다. 이번 사태를 두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유다. 다만 당시에는 교수,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들이 대거 참여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면 이번에는 교수와 교직원의 반대 동참 목소리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과 학생들이 서울대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목표를 다시 한번 재정립해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대립이 되는 것도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에 나온 게 아니겠느냐"며 "결국 양측의 하나되는 목적은 서울대가 잘되어야 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간극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좁혀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본관 앞에서 총학생회 학생들이 '본부점거 투쟁 선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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