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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맛 알아야"…시인, 문학지망생 '성추행' 논란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10-21 15:35 송고 | 2016-10-21 17:16 최종수정
B시인의 성추행과 성폭행 사례들을 모으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 화면 캡처 © News1
B시인의 성추행과 성폭행 사례들을 모으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 화면 캡처 © News1

웹툰작가인 L씨의 '성폭행 방조 논란'이 잦아들기도 전에 한 기성 시인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문학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성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인은 문학과지성사 등 주요 출판사에서 시집을 낸 B씨로 알려졌다.
발단은 지난 19일 20대 여성 A씨가 시인 B씨로부터 성희롱을 받았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A씨는 “지난해 미성년자였던 저는 저보다 나이가 스무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고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여성들이 추가로 고발글을 올리면서 B시인에 대한 고발과 비난이 번져나갔다. 

A씨의 글에 따르면 B시인의 시를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그는 존경하던 시인인 B에게 글을 배우고 싶어 서로 트위터 글을 주고받다가 개인적으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A씨는 "저는 당연히 제가 존경하는 시인과 대화를 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여겼고, B는 저와 카톡 말고도 통화 같은 것을 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 시인은 개인적인 연락 후에는 '사귀자'고 조르고 A씨가 동성애자임을 밝혔음에도 "여자는 남자맛을 알아야 한다"는 등의 부적절한 말로 모욕감을 주었다. 그후 A씨의 학교를 알아내 “교문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등의 발언까지 하자 A씨는 공포를 느껴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A씨가 이번 트위터 글을 올린 후 몇시간 뒤 B시인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왔다. 이에 A씨는 "발언자가 자신임을 알고 있다는 공포심에 자신을 보호하고 다른 이들에게도 생길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B시인의 실명을 공개했다.
B시인의 실명이 알려지자 A씨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고발 글이 잇달아 쏟아졌다. 주로 문예창작과 학생이거나 편집자 지망생인 이들은 트위터에서 B시인의 시에 대해 언급하거나 칭찬한 뒤, 시인으로부터 '직접수신 메시지'(DM)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올린 글에 따르면 B시인은 글을 가르쳐주겠다고 접근하고 친해진 뒤에는 '뇌종양에 걸렸다' '자살하겠다'고 동정심에 호소하거나 협박하면서 만남을 강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성은 "B시인이 이삼년 전쯤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며 한동안 나를 오라가라 했다"고 썼다.

또다른 여성은 “지금 당장 자살을 하겠다. 오지 않으면 대화한 문자를 캡처해 트위터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할 수 없이 대전까지 가서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대전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B시인은 이 여성에게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을 했고, 싫다고 거부하는 여성을 노래방으로 데려가 그곳에서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까지 가졌다는 내용도 올렸다.

B시인은 지난달 한 문예지에 젊은 남성 시인이 문단에서 여성시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성추행 양상을 고발하고 이어 인기 시인인 류근 시인의 시가 여성혐오에 근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후, 한 일간지 인터넷판에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반성문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글에서 B시인은 "여성혐오에 대한 개념을 최근에야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면서 "내 시가 좋다고 찾아오는 여성들을 카페에서 만나 술집으로 이동하는 패턴을 반복했고, 실제로 눈이 맞아서 모텔에 들락거린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글은 언급된 여성들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시인 스스로 내려달라고 요구해 몇 시간후 삭제되었다.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B시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21일 현재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A씨의 고발후 익명의 피해자들은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자신이 당했던 성적 피해를 추가로 폭로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문단은 여성혐오 논란과 성추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류근 시인의 시가 '몸 혹은 밥'만을 보여주는 여성혐오시라는 논란에 휩싸였고,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문예지의 표지그림을 그린 한 웹툰 작가가 미성년자의 성폭행을 방조하고 그 내용을 웹툰에 일부 담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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