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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최순실·宋 회고록'… 정치권 쟁점 앞다퉈 검찰로

"인지수사권 檢, 권력형 비리방치 자초한 셈"
"정치의 사법화·사법의 정치화 우려"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김수완 기자 | 2016-10-19 04:19 송고 | 2016-10-19 09:14 최종수정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진태 새누리당 간사의 책상에 논란이 일고 있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놓여져 있다. 2016.10.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대선을 1년 남짓 앞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이 줄줄이 검찰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 검찰이 본의 아니게 정쟁의 중심에 서는 모양새다.

정치적 쟁점이 생기면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제기된 각종 의혹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 진보·보수성향의 꼬리표가 달린 일부 시민단체 등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바쁘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당이 직접 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을 무조건 사법당국의 손에 맡기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인지수사권이 있음에도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방치하다보니 결국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서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맞불전략' 여당, 송민순 회고록 수사촉구…'사초폐기' 논란 닮은꼴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는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여야 간 다툼에도 결국 검찰이 개입하게 됐다. 북한인권단체는 17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 에서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이전 북한의 견해를 물어보자는 당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의 제안을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정부 출신인 김경수 의원은 당시 문 비서실장 회의에서 '찬성'을 밝혔다고 반박하고 있어 사실관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고발장 제출에 앞서 여당은 검찰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열린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검찰이 꼭 (수사에)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고발장 접수소식을 접한 오신환 의원은 "이제는 수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사실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나서라고 하는데 뭘 나서냐"며 "아무리 정쟁을 하는 것에도 금도가 있다"고 여당의 태도를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색깔론을 제시해서 검찰은 또 한 번 (기소권)을 휘두르지 말라"며 되레 검찰을 압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고발 다음날인 18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김재옥)에 배당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앞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이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NLL 포기발언' 진위 논쟁과 닮았다. 새누리당은 이를 '대북게이트'로 규정했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전형적인 북풍 자작극'이라고 맞섰다. 여야의 고발전도 펼쳐졌다.

2013년 7월 NLL 포기발언과 관련한 논란이 재점화하자 여야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자료 열람을 결정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에는 관련 기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이른바 '사초폐기' 논란으로 번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두고 '중요한 사초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대화록을 폐기한 이들을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당시 부장검사 김광수)에 배당해 5개월여간 수사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대화록 실종 사태와 관련,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의 기록물에 대한 열람 및 사본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뉴스1 DB)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野, 미르·K스포츠재단·우병우 수석 의혹 총공세 

이 같은 여당의 공세는 야권의 미르·K스포츠재단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엄정수사 촉구에 대한 맞불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야권은 두 재단과 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규명을 위한 검찰의 책임 있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은 설립·모금과정에서 온갖 편의와 특혜, 편법 등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야권은 두 재단의 설립과 자금모금 배후로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지목했다.

야권은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도 두 재단 설립에 관여한 인물과 우 수석을 증인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여당은 청와대 관련 의혹 제기는 야권의 정치공세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를 감싸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두 재단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난 9월29일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검찰에 최씨와 안 수석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로 고발하면서 검찰수사가 시작됐다.

이 사안을 '권력형게이트'로 규정지은 야권은 당시 형사부가 아닌 특수부로 배당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야권은 이를 두고도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현재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검찰은 재단 설립절차를 담당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의 소환일정을 조율 중이다.

우 수석에 대한 검찰수사는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로 시작됐다. 수사 착수 전 우 수석 처가의 강남땅 매각과 가족기업을 통한 횡령 의혹, 우 수석 아들의 이른바 꽃보직 특혜의혹 등에 대한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야권은 우 수석 사퇴를 촉구했다.

검찰은 우 수석에 대한 직권남용 및 횡령혐의 수사를 위해 '특수통'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여기에 이 전 특별감찰관이 감찰내용을 외부에 누설했다는 의혹에 대해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우 수석과 이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검찰수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다만, 수사팀이 수사 초반 우 수석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검찰의 '눈치 보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야권은 여전히 사정(司正) 기관을 총괄하는 우 수석이 직을 유지하는 것은 '셀프수사'라며 검찰의 수사 공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최순실과 미르재단 의혹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2016.10.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각하할 사건도 형식적 접수·무분별한 수사…정치권에 이용당해"

법조계 관계자들은 정치적 쟁점에 대한 검찰수사에 입을 모아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이재화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은 "검찰이 인지수사권이 있음에도 국민적 의혹이 불거진 권력형 비리사건을 방치하다 보니 시민단체가 나서서 고발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검찰 스스로 교통정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르재단을 둘러싼 의혹, 우 수석의 직권남용에 대한 의혹은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기 전 기본적으로 검찰이 인지해서 수사해야 할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이 전 사법위원장은 "각하할 사안에 대해서도 검찰이 형식적으로 접수해 수사에 착수하니 죄가 성립이 안 되는 게 명백한 보수단체의 고발건도 들어오는 것"이라며 "NLL 대화록사건 수사,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 수사가 대표적인 예고, 이를 정치권에서 활용하는 측면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법위원장은 이번 송민순 회고록 논란도 정무적 판단으로 그 자체가 범죄가 안 되는 게 명백하고, 정치권의 퍼포먼스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수사가 정쟁해소 차원으로 이용되는 측면에 대해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일은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한다. 검찰에 각종 의혹을 해결해 달라고 찾아오는 것은 정치의 사법화를 초래할 뿐"이라며 "검찰은 의혹 해소기관이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일 뿐"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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