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울산과기원 '기술먹튀'?…기술이전받은 중기 '고사위기'

64억에 기술이전받은 세진이노테크 5년간 '밑빠진독'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6-10-18 15:51 송고 | 2016-10-20 01:09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에서 64억원을 주고 기술을 이전받아 2차전지를 개발하던 중소기업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75억원을 투입해 5년 넘게 매달렸지만 아직까지 상용화하지 못한 탓이다. 기술이전이 되면 저렴하게 2차전지를 대량생산할 수 있다고 장담하던 유니스트는 기술이전료만 챙기고 정작 기술이전을 받은 중소기업은 덤터기를 쓴 모양새다.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울산 중견기업인 세진그룹의 자회사 세진이노테크는 유니스트로부터 64억원을 주고 2차전지 기술을 이전받아 75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5년간 개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상용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11년 기술이전 당시 유니스트가 장담했던 내용에 비춰봤을 때 세진이노테크는 이미 수년전 상용화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상용화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신경민 의원실의 지적이다.

유니스트는 자신들이 개발한 리튬 2차전지 음극 소재는 흑연보다 용량을 3배 이상 늘릴 수 있고 가격은 kg당 20달러 이하로 낮출 수 있어 대량합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 '획기적 기술'로 상용화하면 2016년에 14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했다.

더구나 유니스트는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에서 국가연구개발(R&D)비 명목으로 72억원을 지원받았다. 
반면 국책연구로 개발된 기술이어서 64억원이나 주면서 '믿고 산' 세진이노테크는 이 기술을 이전받은 2011년부터 매출이 101억원으로 반토막났다. 2010년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매출은 299억원, 영업이익 40억원, 순이익 31억원을 기록한 견실한 중소기업이었다. 2010년 36억원에 달하던 현금성 자산은 2015년 5895만원으로 급감했다.

세진이노테크가 이처럼 사세가 기울어진 까닭은 유니스트에서 기술이전받은 2차전지 상용화 사업에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이 기술에 쏟아부은 연구비는 2014년까지 68억원에 달했다. 이 비용은 이 회사의 순이익을 훌쩍 넘는 비용이다. 심지어 2015년에는 SJ신소재라는 자회사까지 만들어 7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연구비에 기술이전료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139억원이 투입됐다. 성장발판이라고 믿었던 2차전지 사업은 '밑빠진 독'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니스트가 개발한 2차전지 소재기술은 애당초 혁신성이 떨어지는 기술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료를 산정하는 절차도 없었다. 그런데도 유니스트는 '기술이전료 64억원'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창조경제의 롤모델'로 이 사안을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경민 의원은 "2차전지 전문가들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세진이노테크에 이전된 기술은 '양산공정·대량합성·저가격'을 달성할 수 없는 기술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기술도 없고, 기술평가도 없는 기술을 산정과정도 없이 중소기업에게 뻥튀기한 기술료를 강압적으로 받도록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같은 기술에 72억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지원됐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교육부에서 50여억원, 미래부에서 22억원이 유니스트에 지원됐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기술인데도 미래부는 상용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미래부는 연구소기업의 관리부실을 지적받은 바 있다.

이같은 지적에 유니스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세진이노테크는 SJ신소재로 기술을 넘겨 SJ신소재에서 공장을 설립하고 견본을 만들어 현재 해외와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며 "하지만 과거 유니스트가 1400억원 목표치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2brich@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