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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 출신 공공기관장, 성추행 피소까지 어떤 일이

피해 직원, 문체부 감사 직후 뉴스1과 만나 인터뷰
"사장, 자기사람 앉히려고 쫓아내려" 인사전횡 주장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6-10-15 07:0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형태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의 성추행·인사전횡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재단 직원 A모씨(30·여)가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동안 알려진 것 이외의 사장의 부당한 대우와 그 배경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14일 뉴스1은 재단이 위치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A씨를 만났다. 이날 재단에서는 김 사장 관련 의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하루 종일 이뤄졌다. 감사를 마치고 나온 A씨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A씨는 고소까지 이르게 된 성추행 의혹부터 말문을 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2월, 두 달 먼저 들어온 다른 신입 직원은 A씨에게 '오늘 신입 직원과 사장님 간의 회식이 있으니 꼭 비밀로 해야 한다'고 했다. 6명의 신입직원들이 예약돼 있던 식당에 들어섰고 10~15분 뒤에 김 사장이 도착했다.

A씨는 "사장님이 도착하자 자리를 다시 배치했어요. 사장님이 저를 지정해서 옆자리에 앉히고 반대편에는 입사동기를 앉혔어요. 1차 회식은 그렇게 2시간쯤 진행됐어요"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2차로 자리를 옮긴 '노래방'에서 김 사장의 '접근'은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 A씨는 "노래방에 가서 앉자마자 사장님이 자기 쪽으로 오라고 했어요"라며 "처음에는 허리에 손을 감으면서 시작해서 노래방이 시끄러워 말이 잘 안들리다는 이유로 귓속말로 계속 이야기 했는데 얼굴이 닿아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아무 말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라며 곤혹스러웠던 당시를 기억했다. 

이후에도 김 사장은 A씨의 어깨의 손을 올리고 허벅지에 반복적으로 손을 대며 이야기를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김 사장이 '작년에 기존 직원 3분의 1을 내보냈다'면서 '자신에게 충성하면 승진은 떼놓은 당상이야'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식은 다음날 오전 1시가 돼서야 끝났다. A씨와 동료 직원 B씨는 회식자리가 끝난 뒤 '이런 게 사회생활인가 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분을 삼켰다. 사건이 발생하고 며칠 뒤 A씨는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속상함만 커질 뿐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난해 3월 김 사장은 A씨를 갑자기 불러 담당자가 옆자리에 있었음에도 업무를 시켰고 이후 자신을 수행해 공연관계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김 사장은 자신의 술잔이 비었을 때마다 "술잔 비어 있는 것 안 보여. 술 따라 뭐하는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김 사장이 "얘 이거 안 되겠네, 회사 나갈래"라고 말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였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이날 밤 10시까지 남아있었다가 집안에 일이 있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날 이후 A씨는 수습평가에서 동기 3명 중 유일하게 '점수 미달'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수습기간이 1개월 연장됐다고 했다. 

A씨는 이후 자신이 속해있던 공연기획팀 팀장에게 '처음에 점수를 잘 주었지만 사장이 직접 지시해 점수 미달로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A씨는 "당시 무척 속상했지만 정규직이 못 될까봐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며 "사장님이 이때부터 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A씨에게 본격적으로 인사조치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12월부터였다. 김 사장은 당시 해외오케스트라 초청 공연 관계자의 초청권 배부 요구에 팀장과 상의해 추가 발부 불가 답변을 보냈 것을 문제 삼았다고 했다.

지인인 공연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김 사장은 A씨와 팀장을 불러 '왜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화를 내며 당시 A씨가 공연 관계자와 주고받은 메일 2통에서 서두 인사를 생략한 것을 꼬투리 잡았다. 이 공연 3주 후 김씨는 대기발령을 받았고 회의실에서 상품을 포장하는 일을 하게 됐다.

공연기획 분야 경력직으로 채용된 A씨는 이후 상품 주문·판매 업무, 매장 관리 업무 등 7개월간 7번의 인사 발령을 받았고 마지막에는 야외 매대에서 음료를 판매하는 업무로 발령받아 최근까지 일해왔다. 그동안 야외 매대 업무는 아르바이트 근무자가 맡아서 하던 업무였다. A씨는 자신이 사장의 눈 밖에 나자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사장 눈 밖에 나자 A씨에게 가해지는 조치는 가혹했다. A씨는 "한번은 병가 신청을 하고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가 몸이 나아 병원에 가지 않았는데 사장은 이것을 두고 진단서가 없으니 '허위 보고'를 했다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했다. 이후 재심사를 요청해 감봉 3개월로 징계 수위는 낮아 졌지만 A씨는 자신에 대한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A씨에 따르면 병가 사건으로 김 사장은 A씨를 불러 퇴사를 종용했다. 이어 A씨를 1시간30분 가량 세워 놓은 채 '회사를 선택할래, 나를 선택할래', '나는 회사보다 너인데 이 버러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여기 남아 있고 싶어' 등의 발언을 했다. A씨의 종교까지 비꼬아 '하나님이 나를 통해 네가 나가라고 이야기하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징계 사건으로 야외 매대로 발령받은 A씨의 수난과 모욕은 계속됐다. 야외 매대 근무 첫날 A씨는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 동안 매장에 문을 잠그고 점심을 먹고 왔다. 그런데 사장 측 회사 관계자는 A씨가 한시간 동안 매장을 '무단폐쇄' 해서 '매출손상'이 있었다며 이런 내용을 명시한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무단폐쇄'가 아니었다며 항의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이 내용을 명시한 경위서와 사실확인서를 계속해서 강요했고 A씨는 결국 노무사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이를 끝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 사장이 자신에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솎아내고 그 자리에 자신의 사람들을 채워넣기 위한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A씨는 "정규직 자리가 40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누군가 나가야 (사장이 자신의 사람을) 채워 넣을 수 있어 그러는 것 같다"며 "실제로 사장이 취임한 이후 사장의 지인들이 회사로 들어온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현재 이 사건으로 서울서부지법에 김 사장을 고소한 상태다. 

하지만 김형태 사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해 "당시 같은 장소에 있었던 다른 직원들은 성추행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고 부인하며 "법정에서 관련된 사실을 명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잦은 보직 발령과 해직 종용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다만 그 문제는 형사 사건이 아니라 노동 관련 문제로 법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6월 3년 임기로 임명된 김 사장은 앞서 박근혜 정부의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여성문화분과 전문위원을 역임했으며 문화융성위원회 문화산업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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