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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알아도 글 못 읽는 아이러니…'문맹률 제로' 신화 깨야

'기능적 문맹' 현주소는? OECD국가 중 하위권
해결책, 교육에서 찾아야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6-10-08 07:00 송고
© News1
한국 사회에서 글자 못 읽는 사람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이처럼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실생활에서 글을 읽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글자 자체에 대한 기본적 문맹률 신화에서 벗어나 '기능적 문맹률'에 대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능적 문맹은 글자 자체는 읽을 수 있더라도 글 전체의 맥락에서 부분을 읽거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즉 기능적 문해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경우 신문, 의약품 관련 서류 등 조금 길거나 어려운 어휘가 담긴 글을 실생활에서 읽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문맹률 낮지만 '기능적 문맹률' 높아

이승만 대통령의 '문맹퇴치운동'으로 1945년 78%였던 우리나라 문맹률은 1958년 4.1%로 급감했다. 그 후 문맹률은 0%에 가깝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었다. 한국은 1980년대부터 의미가 없다며 문맹률 조사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국가경쟁력통계-문맹률'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문맹률은 1.7%로 2001년(2.1%)보다 0.4% 낮아졌다. 이후 문맹률은 더 낮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몇몇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논거로 '학습 용이성'을 들며 낮은 문맹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조금 다른 통계가 있다. 2001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한국 성인의 비문해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인구의 24.8%가 읽기와 쓰기, 셈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나타났다.

같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 따르면 '의약품 설명서'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비율은 38%로 나타나 OECD 회원국 20개 중 19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다시 말해 '글자'를 읽는 기본적 문맹은 거의 없지만, 실생활에서 글을 읽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엄훈 청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51)는 '학교 속의 문맹자들'이라는 책에서 이런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엄 교수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기능적 문해력을 기준으로 문맹률 기준을 다시 고쳐야 한다"며 "글자를 아무리 잘 읽어도 텍스트를 읽지도 쓰지도 못한다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40년 넘게 이어온 '문맹 퇴치 신화'를 깨야 할 때"라면서 "기능적 문해력 향상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이 해결책…"초교 저학년 읽기 교육 가장 중요해"

전문가들은 낮은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에 적절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엄 교수는 "어렸을 때 문해력 교육을 잘 받지 못하면 이후의 읽기 활동에 계속 영향을 받게 된다"며 "초등학교 저학년에 읽기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현재 초등교육과정은 입학생이 기초적인 문해력을 갖춘 상태라는 걸 가정하고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가정환경 요인이나 신체적 환경 등 원인으로 20%가량의 아이들은 기본적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입학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아이들이 평균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낙오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글 자체를 읽지 않는 문화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사회 전체적으로 책, 신문 같은 긴 글을 읽는 훈련·문화가 줄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문해력 감소는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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