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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혐오?'…쓰레기 처리·불법 매장 동물 한해 13만 마리

[해법 못찾는 '동물화장장'①]
동물장묘시설 확대 필요성 대두…50곳 필요하지만 정식 등록 19곳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2016-10-09 09:00 송고
편집자주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의 사후 사체 처리와 관련해 별도의 장례 또는 화장절차를 원하는 수요 역시 늘고 있다. 올 초 동물보호법에 동물장묘업이 신설돼 동물화장장에 대한 설치근거가 마련됐지만 오히려 법 제정 이후 동물장묘시설을 둘러싼 사업자와 주민, 지방자치단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준에 맞으니 당연히 동물장묘업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사업자, 화장시설의 분진·악취 등으로 환경오염 및 주거환경 침해 문제가 야기된다며 반발하는 주민들, 요건은 갖췄지만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지자체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동물장묘업에 대해 살펴보고 갈등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반려동물 납골당.(자료사진)© News1
반려동물 납골당.(자료사진)© News1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이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늘어나 현재 약 1000만명의 국민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동물병원, 사료, 용품 등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지난해 1조8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5조8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97만9000여마리. 미등록 반려동물까지 고려하면 170여만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 달리, 현재 우리나라는 동물생산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동물들이 유기되고 학대행위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또 동물카페·위탁업·훈련업 등 신규 서비스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해 관리 소홀의 문제도 있어 법·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반려동물의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하고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 제도 정비, 산업발전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건강한 반려동물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많이 변했지만, 반려동물 장묘시설의 경우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반려'의 지위를 얻은 동물의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버리는 것이 비인도적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물화장장의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막상 건립 과정에서는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동물장묘시설을 둘러싼 업체와 주민들, 지자체의 갈등 역시 만만찮다. 업체들은 하루빨리 동물화장장을 등록해 영업하려 하지만 지자체는 여론을 의식해 시설기준이 적합하지 않다며 '불수리'와 '반려처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동물보호법상 동물장묘업체에 맡겨 화장·건조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동물 장묘업체가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고 폐기물 처리에 대한 반감으로 사체를 불법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공공 장묘시설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건축법 시행령상 건축물 용도 신설을 통해 동물장묘업의 시장 진입을 완화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지난 1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동물장묘업이 신설됐고, 동물장묘업 등록 때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승인서 또는 신고증명서를 제출하게 한 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종전 폐기물소각장 형태로 편법 운영되던 동물장묘시설이 정식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행법상 동물장묘시설은 허가 아닌 등록 사항으로 요건만 갖추면 규제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동물보호법 시행령에는 동물장묘시설의 입지기준에 대한 규정이 없고, 동물장묘업의 영업범위와 시설기준, 등록절차만 규정돼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동물장묘업 등록신청을 접수한 일부 시군들은 동물장묘시설 입지기준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잣대를 들이대며 신청을 반려하고 있다. 사람의 장례시설과 반려동물의 장묘시설을 동일한 것으로 해석, 동물장묘 사업자에게 과도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과도한 기준일지라도 특정 장소(장사법 제17조로 묘지 설치 제한 장소: 주거·상업·공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수변구역, 농업진흥지역, 하천구역, 산림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 이외 지역에는 모두 들어설 수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이런 상황에서 해당 지역 지자체들은 시설기준 미비 등을 이유로 들어 동물화장장 사업 신청을 반려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임시방편으로 전국 곳곳에서 업체와 지역 주민들간 충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에서는 반려동물 화장장 건립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저지 행동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충남 금산에서도 한 추모공원 내 반려동물 화장장 및 봉안당 조성계획 역시 주민들 반대에 부딪혔다.

이와 달리 지자체가 직접 나서 장묘시설 건립을 추진한 경남 창원시 조차도 현재 사업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동물장묘사업을 추진하던 업체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적법한 절차를 진행했음에도 사업신청서가 반려되거나 등록이 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과 행정심판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의원(고양갑)이 지난 2일 동물보호법 개정안(일명 '동물 장묘법')을 대표발의 했다.

이 법안은 '20호 이상의 인가밀집지역, 학교 등의 장소로부터 일정거리 이내에는 동물장묘시설의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음 담고 있다. 이는 사실상 각 시·군의 조례를 통해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동물장묘시설의 입지조건을 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해 폐사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15만 마리로, 이중 2만 마리(13%)가 화장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3만 마리는 쓰레기봉투에 넣어져 버려지거나 불법 매장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00만명이 반려동물 178만 마리를 키우는 상황에서 폐사한 동물의 불법 매장이 증가할 경우 환경오염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

폐사한 동물을 모두 화장시키기 위해서는 동물장묘시설 50곳이 가동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9일 현재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업체 수는 전국적으로 모두 19곳 뿐이다.

때문에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를 생각한다면 동물장묘시설의 확충은 불가피하다"면서 "정부는 혼선을 주고 있는 법과 제도를 우선 정비하고, 지자체와 업체는 적절한 입지조건을 찾아내고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반려동물이 죽을 경우 90% 이상이 합법적인 장례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는데 우리도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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