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드라마 속 남주의 강제 키스…현실선 데이트폭력"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영화제 기념 포럼' 개최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2016-10-04 19:35 송고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영화제 사무국 주최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여성인권영화제 기념 포럼-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가 열렸다. 2016.10.04/뉴스1.© News1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영화제 사무국 주최로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여성인권영화제 기념 포럼-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가 열렸다. 2016.10.04/뉴스1.© News1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벽으로 밀쳐서 강제로 키스를 해요. 헤어지자고 하는데 쫓아와서 키스하고 부둥켜안고요. 드라마에선 로맨틱하게 연출되는 장면이지만 현실에선 전형적인 데이트폭력입니다. "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여성인권영화제 기념 포럼- 당신이 보는 여성은 누구인가'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일부 드라마가 남녀 사이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소장은 "남주가 여주에게 강제·기습 키스를 했을 때 여주가 당황하면서도 끝내는 눈을 감고 키스를 받아들이는 장면이 드라마에 흔히 나온다"며 "이는 여성의 '안 된다'는 저항을 '된다'는 상황으로 만들어 폭력을 정당하게 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정폭력에 대해서도 "성폭력으로 좋아하는 여성을 임신시켜 결혼했는데도 행복한 결말을 맞는 등 가정폭력을 희화화하거나 폭력에 대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드라마가 많다"며 "이는 가정폭력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것이고,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인식을 심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연애를 답습하는데 이같은 행동이 폭력이 아니라는 인식이 고정·확대·재생산되는 것은 문제"라며 "제작자들은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폭력적 묘사 없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지난 20여년간 한국 드라마의 주 소재였던 '나쁜 남자' 판타지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트렌디멜로드라마 속 여성폭력'에 대해 발표한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올해 기대를 모았던 두 멜로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함부로 애틋하게'의 엇갈린 성적표를 두고 "로맨스의 폭력성을 은폐해 온 '나쁜 남자' 판타지가 마침내 시효를 다해가고 있음을 알리는 의미심장한 신호"라고 말했다.

'태양의 후예' 남주인공은 마초적인 직업으로 꼽히는 직업군인이지만 온화하고 젠틀한 이미지였다면 '함부로 애틋하게'는 여주를 '함부로' 대하는 까칠하고 오만한 캐릭터로 기존 '나쁜 남자' 이미지를 되풀이한 것이 두 드라마의 성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라고 김 평론가는 설명했다.

한편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FIWOM)는 오는 10일 개막한다. 180편의 출품작 가운데 예심을 거쳐 선정된 20편이 16일까지 대한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letit25@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