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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박사도 학원가부터 기웃"…그많던 '수학영재' 어디로?

[지능정보사회로 가자]<하-②>학원 향하는 수학박사들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6-10-05 08:11 송고 | 2016-10-05 09:25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연초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세계경제포럼(WEF)은 충격적인 '미래 고용보고서'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향후 5년간 전세계에서 710만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대신 210만개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되면 500만개의 직업이 순감하게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의 현주소다.

주목할 점은 이중에서도 수학 및 컴퓨터 분야 직업군에서 41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컴퓨터와 결합된 수학분야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학자가 최고의 직업 1위로 손꼽힌다. 수학관련 업종은 유망직업 '톱10'에 5개나 차지한다. 한 대형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이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불허 결정을 받은 원인을 수학자가 세운 스타트업 '아야스디'의 빅데이터 소프트웨어로 찾는 시대다. 

반면, 한국은 대학에서 수학과에 진학하고 나면 취업부터 걱정한다. 박사까지 마친 고급 수학두뇌들은 우선 '교수자리'부터 생각한다. 교수 자리는 한정돼 있다. 정작 수학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산업계 진출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국가 연구개발(R&D)를 책임지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도 수학전공자의 비중은 고작 0.03%다. 나머지 수학박사의 3분의 1이나 되는 대다수는 미취업 상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교육 시장에서 활동한다. 대학 입시과정에서 수학의 위상이 높아 억대연봉이 보장되는 학원강사로 수학박사들이 몰리고 있다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대가 급변하면서 산업계에 수요가 급증, 산업수학이 선진국에서 재조명받고 있지만 한국은 정작 사교육 시장에만 고급 수학인재가 몰리는 실정이다.

정작 국내 수학의 질적 수준은 세계 11위권으로 선진국에 버금간다. 각종 전세계 수학경시 대회에서도 한국의 '수학영재'들이 상위권을 휩쓴다.

문제는 선진국에 비해 순수과학에 치중돼 있다. 교수 등 국내 수학자 중 88%가 순수수학자다. 기업에 수학이 기술혁신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자체도 부족하다.

학생들 사이에 수학기피 현상도 문제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라는 말까지 생겼다. 어렸을때부터 수학영재 소리를 들었던 과학고 학생들은 고등학교때 이미 대학교 2학년 수준까지 '선행학습'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계산 위주의 입시교육에 길들여져있던 수학영재조차도 대학에 들어가서 수준높은 논리검증과 문제해결에 맞닥뜨리면 지레 겁부터 먹고 수학을 외면하게 된다. 

서강대 김종락 교수는 "수학영재들이 엘리트수학을 배우지만 대학에 와서는 해석학 등 심층적인 분야로 들어가면 어려워한다"며 "전체의 흐름을 압축하고 추상화하고 핵심을 간파하는 통찰력 등 수학적 사고력을 얻는게 10년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우수학생들의 수학전공 선호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 수학과는 1~2권의 인기과다. 연세대 수학과도 2013년 87:1로 학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 교수는 "미국 스탠포드대 등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컴퓨터 전공자들도 수학적 소양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특히 빅데이터 혁명으로 수학의 중요성이 커졌고 한국도 산업수학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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