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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CMIT·MIT '치약파동'… '우지파동' 닮은꼴

'엇박자'로 불신 키우고 책임 피하려 기업 압박
과학적 근거없는 '화학포비아' 경계해야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6-10-01 08:00 송고
서울 이마트 왕십리점 고객만족센터에 환불조치 후 회수된 아모레퍼시픽의 치약들이 카트에 가득 쌓여 있다. 2016.9.29/뉴스1©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이마트 왕십리점 고객만족센터에 환불조치 후 회수된 아모레퍼시픽의 치약들이 카트에 가득 쌓여 있다. 2016.9.29/뉴스1© News1 임세영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었는데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과민하다고 말할 수 있나요. 호흡기로 마시지 않으면 안전하다고요? 치약 냄새가 나는데 이건 폐로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안전하다면서 회수하고 금지하는 모순을 왜 이해해줘야 합니까."
"치약에 들어간 극소량의 CMIT·MIT 성분이 정말 문제라면 제한 기준조차 없는 미국은 경악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수십년 동안 써도 문제 없다는데 왜 이렇게 호들갑일까요. 삼양라면 망할뻔하게 한 '우지파동'도 이런 식이었죠."

◇생활용품 업계, 유탄 맞을까 '전전긍긍'

정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연일 발표하고 나서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식약처는 치약 제품 특성상 유해성이 없지만 허가되지 않은 물질이어서 회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 합동 회의에서는 CMIT·MIT 성분이 함유된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현황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치약·화장품·샴푸 생산 업체들은 혹여나 자사 제품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한 모습이다. CMIT·MIT 성분은 물에 녹는 보존제 중 상대적으로 독성이 약해 샴푸 등 씻어내는 제품에 널리 쓰이고 있다. 

1일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CMIT·MIT 성분에 대해 과학적인 입증보다는 사회적 여론을 의식한 '엇박자' 정책을 내놓으면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안전하다면서 조사를 강화하는 등 기업들을 압박하는 모순이 이어지고 있는 것.

다수 전문가들은 CMIT·MIT 성분에 대해 장기간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면 폐 섬유화 등을 일으켜 치명적일 우려가 있지만 피부에 닿거나 먹었을 때, 혹은 구강 점막을 통해 몸에 흡수가 되도 해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CMIT·MIT은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15ppm 이하라면 안전한다고 인정된 성분"이라며 "실수로 소량 섭취했다면 빠르게 분해돼 배설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이 성분에 민감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CMIT·MIT 성분이 위험해서 금지한 것이 아닌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으로 사회적 인식이 나빠졌기 때문에 금지한 것이라고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도 "대체 보존제 성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데 정부가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보다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면서 "치약·샴푸에 들어가면 유해한지 무해한지, 무해하다면 왜 그런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엄격한 기준 적용했다 불신만 키운 식약처

식약처는 치약에 CMIT·MIT 성분을 법으로 금지한 이유에 대해 치약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하면서 보존제로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나트륨' 3개 성분만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 측은 치약을 화장품으로 분류하기도 하는 다른 나라들보다 선제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지 유해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맥락을 보면 2년 전 국정감사에서도 '파라벤'  '트리클로산' 등 성분을 보존제로 함유한 치약이 논란이 됐고 이후 식약처가 치약에 사용할 수 있는 보존제를 3가지로 한정지으면서 CMIT·MIT 성분도 함께 금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샴푸·바디워시 등 씻어내는 화장품 및 의약외품은 15ppm 제한 기준을 준수하면 CMIT·MIT 성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에 CMIT·MIT 함유 치약 리콜은 50만 건을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약시장 브랜드 점유율은 LG생활건강의 '페리오'가 27.9%로 1위, 아모레퍼시픽 '메디안'이 20.1%로 2위, 뒤를 이어 애경 '2080'(17.8%), LG생활건강 '죽염'(13.3%), 아모레퍼시픽 '송염'(5.5%) 순으로 국민 4명 중 한 명은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써온 만큼 파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회수대상 치약에 함유된 CMIT·MIT 성분은 0.0022~0.0044ppm 정도로 유럽연합(EU) 기준 15ppm과 비교했을 수천분의 1수준이다. 2009년 유럽 소비자과학안전위원회(SCCS)는 15ppm까지 포함돼도 안전하다고 결론내렸다. 미국에서는 제한기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유해성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도 고객 분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우선이다"고 짧게 말했다.

◇전문성 결여된 불안감 조장 지양해야

이같은 '치약 파동'은 30년 전 라면 업계를 강타한 '우지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을 생산해 업계 1위를 지키던 삼양식품은 1989년 공업용 기름을 썼다는 파문에 휘말려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했고 유통된 제품을 폐기했다.

이후로도 기업 이미지가 땅으로 떨어져 수년간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삼양식품은 8년의 법정다툼 끝에 무죄판결을 받아냈지만 막대한 피해는 떠안아야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MIT·MIT 성분의 유해성 부분을 실제보다 과장해 불필요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호흡기로 들이마실 때와 먹어서 소화기에 들어가는 경우, 피부나 두피에 닿는 경우 등을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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