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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존폐'에 헌법재판관들 의견도 '팽팽'… 논란은 계속

사회적 대립 보여주듯 5대4로 갈려
로스쿨 도입 후 존폐 논란 본격 시작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2016-09-29 17:53 송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제2조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2016.9.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제2조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2016.9.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29일 나왔다. 헌재의 결정으로 별도 입법이 없는 한 사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사시 존폐를 둘러싼 첨예한 사회적 대립을 보여주듯 이날 헌법재판관들의 의견도 5(합헌) 대 4(위헌)로 팽팽하게 나뉘었다.

법조인 선발의 유일한 수단이자 '출세의 등용문'으로 불리던 사시는 90년대 이후 사법개혁의 바람 속에 비판을 받기 시작했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호사시험제도가 도입되면서 폐지가 예정된 '시한부 제도'가 됐다.

사시 존폐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 속에 결국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해를 거듭할수록 논란은 심화됐다. 이날 헌법재판관들의 의견도 극적으로 갈렸다.

◇"직업선택 자유 침해 아니다" 5명의 법정의견
근소한 우세를 보인 법정의견에서 헌재는 사시 폐지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조항의 입법 목적은 법학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보다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 목효를 달성하는 데 있다"며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어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사시 제도에 따라 시험 준비를 준비하던 사람들에게 일정 기간 응시기회를 준 다음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해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시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와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한 것은 입법부와 사법부 및 행정부는 물론 법조계·법학계·시민단체 등 거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참여해 오랜 논의를 거쳐 도출한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라며 "로스쿨 입학전형의 불공정이나 교육과정 부실이 지적된 바 있지만 지금은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2009년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하면서 사법시험 준비자들의 신뢰 보호를 위해 2017년까지 8년간의 유예기간을 뒀다"며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이 기본권 침해 최소성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하고, "사법시험 폐지로 청구인들이 받을 불이익보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을 양성하려는 심판대상 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이 더 커 법익의 균형성을 갖췄다"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시폐지는 헌법 위배" 4인 재판관도 '팽팽'

하지만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팽팽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사시 폐지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조 재판관은 "사시 제도는 사법연수원과 연계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최고 수준의 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져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적에 적합한 제도"라며 "변호사시험법 부칙조항은 사시 폐지 또는 로스쿨 도입을 위한 피상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로스쿨을 통해 양성되는 법조인이 사시를 통해 선발된 법조인보다 경쟁력 있고 우수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고, 출신 계층·가치관의 다양성 등과 관련해선 로스쿨이 사시를 따라오지 못하므로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조 재판관은 또 "로스쿨은 필연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어 특별전형이나 장학금제도만으로는 고액의 등록금을 해결하기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사시를 폐지하지 않고도 대학교육의 파행, '사시낭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화된 수단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없고 그 결과 능력·적성과 무관하게 판사·검사로 임용될 기회도 상실돼 공무담임권을 침해받는다"며 "로스쿨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청구인들의 평등권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진성·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사시 폐지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사시 폐지는 경제적 약자들의 법조직역 진출기회를 차단해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사시와 로스쿨제도를 병행해 그 장점을 살려 서로 경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게 하는 것이 다양한 계층이 법조직역에 진출하게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로스쿨 도입으로 존폐 본격 시작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을 선발하는 자격시험으로 1963년 도입된 사법시험은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별도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한 2017년 2차 시험을 끝으로 사라지게 됐다.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길이자 '출세의 등용문'으로 불리던 사법시험은 1990년대에 들어 법조인 수를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며 '사법제도 개혁' 논의를 낳았다.

이후 2007년 국회가 전격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면서 25개 로스쿨이 문을 열었고, 2009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로스쿨이 인가된 학교의 법학과·법학부에선 같은 해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게 됐다.

이어 국회가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2017년 폐지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시험법'을 2009년 제정하면서 사시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법무부가 사시 폐지를 4년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시 존치와 폐지를 둘러싼 진영 사이 갈등과 논란이 더욱 심화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올해 2월 사시 존치·폐지 여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법원과 법무부, 변호사단체, 교수 등이 참여하는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논의 진행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며 일부 자문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

헌재의 결정으로 사시 폐지를 둘러싼 사법적 판단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선고 직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입법부에 기대를 걸고 사시존치 운동을 전개해 반드시 사시를 존속시킬 것"이라고 밝히는 등 법률 개정 등 입법을 통한 사시 존치가 가능하단 점에서 사시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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