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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에 폭행 · 탈옥까지…'무법천국' 교도소

(대전=뉴스1) 이인희 기자 | 2016-09-29 14:09 송고 | 2016-09-29 14:58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지난 8월 8일 오전 7시 대전 유성구의 대전교도소. 평소와 다름없이 수용자들은 일과시작과 함께 노역을 위해 교도소 내 공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한 수용자 역시 교도소 내 모 업체의 위탁공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공장으로 들어간 이 수용자는 모포로 감싼 의문의 물체를 들고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 곧바로 담벼락으로 향했다.
이 수용자는 1999년~2000년 강도행각을 벌이며 9명을 죽인 혐의로 지난 2001년 사형이 확정된 연쇄살인범 정두영. 그가 공장에서 들고 나온 것은 바로 탈옥을 위해 만든 1.7m 길이의 사다리 두 개였다.

그는 곧바로 사다리 두 개를 연결한 뒤 담벼락에 이를 걸치고 오르기 시작했다. 정두영이 첫 번째로 오른 5m 높이의 담벼락 위에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모포를 덮어 손쉽게 넘을 수 있었다.

이어 같은 방법으로 감지센서가 설치된 두 번째 담벼락을 넘자 교도소 상황실에는 감지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경보로 인해 교도관들이 어수선한 틈을 타 정두영은 세 번째 담벼락에 사다리를 거치했지만 하중을 이기지 못해 사다리가 부러지면서 출동한 교도관들에 의해 붙잡혔다.
이처럼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탈옥이 성공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정시설 내 관리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 내에서 수용자 간 폭행사건 역시 끊이지 않고 있어 전반적인 관리감독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대전교도소에 따르면 정두용은 공장에서 자재로 사용되는 플라스틱과 선반 부품 등을 이용해 사다리를 만들어왔다. 또 일과시간이 끝나 공장을 나올 때는 자재더미 틈에 사다리를 숨겨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두영의 은밀한 행각이 탈옥 직전까지 가능했던 것은 결국 대전교도소의 관리소홀에 따른 결과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교도소 전경  © News1 DB
대전교도소 전경  © News1 DB

이에 대해 대전교도소 관계자는 “오전 일과시작 시간대에는 근무자 교대 간 인수인계 과정 등으로 인해 분주해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교도관 1명이 수용자 20~30명을 동시관리해야 하는 현재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탈옥뿐만 아니라 수용자 간 폭행 등 사건도 끊이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교도소 3수용동에서는 수용자 A군(19)이 신입 수용자인 B군(15)을 잠자리에서 강제추행하거나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공동폭행한 혐의 등으로 장기 1년, 단기 8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번 탈옥 사건의 경위를 조사, 문제가 발견될 경우 관련자들을 전부 징계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으로 각 교정시설의 수용자 관리 한계점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해야 한다는 게 일선 교정시설의 공통된 입장이다.

교정 관계자는 “모든 수용실을 감시하면서 수용자들의 상태를 파악하기에는 인력한계가 가장 큰 문제”라며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방지하려면 적정한 감시인력을 통한 안정적 교정 프로그램 운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leeih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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