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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김영란법 첫날, 고급 식당가 '직격탄'…호텔은 '안도'

한정식 등 고급 식당 예약 '뚝'…호텔은 예약률 유지
호텔업계 "주요 고객은 가족단위…김영란법 영향 미미"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6-09-28 18:06 송고 | 2016-09-28 19:10 최종수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오후 서울의 한 한정식 식당가가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이 있는 자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이나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게 될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되는 법이다. 2016.9.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오후 서울의 한 한정식 식당가가 점심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이 있는 자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 대접이나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게 될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되는 법이다. 2016.9.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여기서 일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점심 시간에 이렇게 손님이 없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초반에 주문을 받고 나서는 내내 앉아만 있었어요."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직원 A씨)
"호텔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이 접대를 목적으로 한 기업인이 아닌 가족 단위 고객들입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예약률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신라스테이와 호텔신라 모두 9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호텔신라 관계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점심시간을 맞은 고급 식당가의 표정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접대가 잦았던 한식당과 같은 고급 식당은 피부로 느껴질만큼 한산했던 반면, 호텔 레스토랑은 평소와 같은 예약률을 유지하며 우려를 덜었다.

이날 낮 12시쯤 고급 식당들이 모인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지하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식당마다 손님이 가득 찼겠지만 이날은 매장마다 빈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스파게티와 피자를 2만~3만원대, 음료를 1만원 안팎에 판매하는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경우 5곳을 제외한 모든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김영란법이 정식으로 시작돼서인지 손님들이 많이 줄었다"며 "평소에는 기업 이름으로 예약되는 테이블이 있었는데 오늘은 한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고급 한식당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광화문역 인근에서 한정식 코스 요리를 주 메뉴로 판매하는 한 한식당은 이날 점심 예약이 절반가량 줄었다. 이곳 직원은 "법 시행 전부터 조금씩 손님이 줄어들긴 했지만 오늘처럼 한가하진 않았다"며 "내일부터 어떻게 장사를 할지 걱정될 따름"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미리 김영란법에 대응한 식당은 비교적 영향이 적은 모습이었다. 앞서 2종의 '김영란법 메뉴'를 출시한 파이낸스센터 지하의 소고기 전문점 '불고기 브라더스'의 경우 평소와 비슷한 예약률을 유지했다. 이곳에서는 평균 2만~3만원대의 요리를 판매한다. 

이곳 관계자는 "파이낸스센터 내 식당 중에서도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며 "김영란법 메뉴를 출시한 게 알려지면서 점심에도 많은 단체 손님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1만원 후반~2만원 초반대의 불고기 세트가 가장 많이 나갔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김영란법 메뉴를 출시한 인근의 일식집 'ㅂ' 역시 "점심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김영란법 메뉴를 따로 주문한 분은 없었지만 일종의 홍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1시쯤 서울웨스틴조선호텔 1층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 2016.9.28/뉴스1© News1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지목됐던 호텔 레스토랑은 예상과 달리 시행 전과 비슷한 예약률을 유지했다. 김영란법 대상자로 분류되는 공무원이나 언론인·교육자 등이 실제 고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호텔롯데의 경우 예약률이 25~30%가량 감소했다. 

실제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적지 않은 손님들을 볼 수 있었다. 1층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끼아엔누오보'의 경우 이날 5곳을 제외한 모든 테이블이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프랑스 레스토랑인 '더나인게이트' 입구에는 식사를 마치고 나온 외국인 비즈니스맨과 일행 10여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2분 거리에 위치한 더플라자 호텔 2층의 '더 세븐스퀘어'는 음식을 고르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부분이 6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어르신들로 2~6명이 담소를 나누며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더플라자 호텔 관계자는 "호텔 레스토랑의 주요 고객층은 행사나 모임 참가자나 연인·가족·주부 고객들"이라며 "사기업간의 접대는 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김영란법 대상자가 전체 고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점심 예약률은 5%가량 되레 올랐다"고 덧붙였다. 

웨스틴조선 관계자 역시 "오늘 중식당과 일식당은 만석이었다"라며 "호텔 레스토랑의 경우 단골 고객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레스토랑뿐 아니라 연회장 예약률 역시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90%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접대성이 아닌 기업 간담회나 행사도 잡혀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연회장 예약의 경우 아직까지 취소된 것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예약 문의도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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