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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김영란법 시행 첫 날 한정식집 '예약 0건'

"평소 점심때 60~70명 예약, 오늘은 전혀 없어"
일식집도 '텅텅'…"농수축산업 모두 죽게 될것"

(광주·순천=뉴스1) 지정운 기자, 윤용민 기자, 신채린 기자, 전원 기자 | 2016-09-28 10:58 송고 | 2016-09-28 11:06 최종수정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일인 28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일식집 앞에 '김영란법 셋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16.9.28/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일인 28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일식집 앞에 '김영란법 셋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16.9.28/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광주와 전남지역 식당가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가게에서는 '김영란법'에 맞춘 메뉴까지 개발했지만 시행 첫날인 28일 점심과 저녁식사 예약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의 발길은 끊겼다.

광주 남구 한 한정식집 사장 정모씨(66)는 김영란법 이날 점심과 저녁 식사 예약률을 묻는 질문에 한숨만 내쉬었다.

평소 점심 때 6~7팀이 예약을 했지만 이날 예약은 '0건'으로 점심 손님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저녁 시간에도 평균 9~10건 정도의 예약이 들어왔지만 예약이 뚝 끊긴 상태다.

정씨는 "평소 점심때 60~70명이 온다는 예약을 받고, 저녁에는 100여명의 예약이 들어오는데 이날 예약은 모두 0건이다"며 "당장 피부로 느낄 정도로 피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공무원이나 경찰관 등도 한동안은 못가겠다고 몸을 사려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식당가는 물론 농수축산업에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식당에서 3만원 미만의 굴비세트를 특화시켜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고 답했다.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영란세트'를 만든 한 일식집 메뉴판.2016.9.23/뉴스1 © News1 신채린 기자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영란세트'를 만든 한 일식집 메뉴판.2016.9.23/뉴스1 © News1 신채린 기자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일식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소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150여명(12~15팀)이 식사를 하겠다고 예약이 들어오는 이 식당이지만 이날 예약은 점심 2개 팀 35명, 저녁 1개 팀 12명만 예약된 상태다.

일식집 사장 박모씨(61)는 "예약했던 사람들이 모두 취소했다"며 "첫날부터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대비를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3만원 미만 상품인 영란세트를 만들어 대비하는데 앞으로의 상황은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한 한식당도 이날 점심식사와 저녁식사 예약이 한 건도 없는 상태다.

평소 6개 전통 한옥방에 자리가 없어서 예약 없이는 식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날은 예약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가격도 1인당 3만원 이하로 내렸지만 손님이 찾지 않고 있다.

이 가게 사장은 "6개 방이 모두 차면 50~60명 정도가 오는 셈"이라며 "가격도 내렸는데 손님은 오지 않는 상황이다보니 종업원 월급 등을 생각할 때 밥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 밖에도 일부 가게들은 김영란법에 맞춰 3만원 이하로 가격을 맞춘 음식세트를 내놨지만 지금까지는 큰 소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지부 관계자는 "한정식과 일식은 음식의 가짓수를 줄여 단가를 맞추기라도 하지만 소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의 경우 재료 단가를 낮출 수가 없다"며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식당과 함께 농업, 어업, 축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다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줄어든 광주지역의 몇몇 식당들은 양을 줄여 가격을 낮추거나 메뉴를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가격인하와 메뉴 조정이 불가능한 식당들은 벌써 문을 닫은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jun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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