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메뉴 주로 3만원 이하로"…김영란법 자구책 마련 외식업계

"앞으로는 서비스와 재료로 승부"
"법 취지에는 공감…추이 지켜보고 대응 결정"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6-09-28 05:30 송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주변 식당가에서 공무원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평소보다 적은 사람이 식당가를 찾았다. 2016.9.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주변 식당가에서 공무원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평소보다 적은 사람이 식당가를 찾았다. 2016.9.2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 시행됐다.
26일부터 시작한 국정감사의 식사자리가 김영란법 때문에 달라졌다는 뉴스가 쏟아져 나올 만큼 한국사회는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외식업계 관계자들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후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 그들은 이제 진짜 '링' 위에 올랐다.

◇"첫술에 배 안 부르죠...계속 고민하겠습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한정식집 '향정' 대표 김광씨(61·여)는 "첫 술에 어떻게 배가 부르냐? 법 시행을 앞두고 많이 준비했고, 앞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따라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달 1일부터 주요 메뉴가격을 2만9000원에 맞췄다. 또 인건비 부담으로 종업원을 줄이기까지 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향정'같은 경우 198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오는 인사동 터줏대감이다.

김 대표는 "김영란법을 통해서 한국 사회가 더 깨끗해지고 잘 산다면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생각을 바탕으로 가격을 조정했지만 가격 조정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도 뚜렷한 반응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노력에도 인사동 한정식집의 매출 하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5년 메르스사태 이후 한정식집을 찾는 손님의 발길은 뚝 끊겼다. 인사동 특성상 식당이 골목골목에 위치해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고서는 찾기 어려운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김 대표는 "가격을 낮췄다는 문자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전송했지만 반응이 거의 없는 상태"라며 "이달 1일(가격 조정한 날) 이후 예약했던 손님은 모두 '김영란 정식'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끔 오는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첫 케이스로만 걸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법 시행 이후 3개월 동안은 추이를 지켜보자는 손님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현재 매출이 전성기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업종을 바꿀 수도 없고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가격을 낮췄다"며 "손님들이 이해해주고 자주 찾아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최근 '김영란 정식'을 내놓은 메뉴판이 SNS에 공유되며 유명세를 탄 서울 서초구의 일식집 '아카사카'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카사카는 10명 이상의 손님이 하루 전 예약 시 김영란 정식(2만9000원)을 준비한다.

아카사카 곽문영 대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장단점이 있지만 부정부패를 방지한다는 대의적 측면에서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아쉬운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김영란 정식을 시행한 게 이달 17일쯤인데 반응은 괜찮다"며 "많은 분들이 10인, 20인, 30인 단위로 예약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법이 시행되고 또다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는 "2만9000원짜리 점심 메뉴를 저녁에 내는거라서 더는 노력할 방안을 찾기 힘들다"며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음식을 내는 방향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중구 해우리 시청점에서 '란이한상' 메뉴를 소개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2016.9.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중구 해우리 시청점에서 '란이한상' 메뉴를 소개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2016.9.2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정부 대책 미흡한 점은 아쉽다"

외식업주 스스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는 것이 외식업계 관계자의 생각이다. 법 시행으로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책 입안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점이 내내 아쉬운 모습이다.

외식업계를 대표하는 민상헌 한국외식업중앙회 이사는 "재난재해로 농가가 피해를 입으면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지만 국가의 정책으로 음식점주들이 힘들어하는데 아무런 지원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회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560개의 외식업체를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26.4%가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민 이사는 "우리 연구소가 추정하기로는 앞으로 4조5000억원, 약 10% 매출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이미 업주들 사이에서는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점이 어려워지면 여기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안 그래도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 이사는 "사실 이 법이 별 피해 없이 정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지금은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법 시행 두, 세 달 뒤에는 법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 윤곽이 나올 테고, 그때 우리 외식업계의 피해가 크다면 법 개정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생각이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